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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시작

정선희, 다시 웃다

“남편에 대한 아득한 기억, 어둠에서 끌어올려준 고마운 사람들…”

글 김유림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10.08.17 15:48:00

남편을 먼저 보내고 오랫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정선희가 차츰 원래 자리로 돌아오려 애쓰고 있다. 올 초 케이블TV 토크쇼 진행을 맡은 데 이어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에까지 보폭을 넓혔다. 그녀를 향한 세인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만은 않지만 정선희는 다시 웃음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다.
정선희, 다시 웃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짐’이 있다. 그것이 얼마나 무겁냐 가볍냐의 차이일 뿐 근심 걱정 없는 삶이란 없다. 개그우먼 정선희(38)는 평생 어깨에 둘러매고 가기에는 참으로 버거운 짐을 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남편 고 안재환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뒤 남편의 죽음과 관련해 함구로 일관하는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했으며 “방송 인생은 끝”이라고 단정 짓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정선희는 서서히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올 초 케이블TV 토크쇼 ‘철퍼덕 하우스’ 진행자로 합류하더니 최근에는 QTV 예능프로그램‘여자만세-더 늙기 전에 도전해야 할 101가지’에 이경실, 김신영, 간미연, 정시아, 고은미, 전세홍과 함께 출연 중이다. 본래 직업대로 ‘웃고 웃기는 일’을 다시 시작한 것. 오랜만의 외출이어서인지 정선희는 여전히 방송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한다.
“아직도 카메라나 조명 등에 적응이 안돼요. 그동안 많이 위축돼 있었지만 새로운 출발 앞에서는 두려움과 함께 설레는 마음도 커요. 여전히 부담스럽게 여기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부디 시청자들께서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방송인만큼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서 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정선희는 “여과 없이 방송될 수도, 극단적으로 포장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그가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절친한 동료 이경실 덕분이다. 이경실은 정선희가 안재환 사망 당시 채무에 허덕일 때 친한 동료연예인들을 결속해 모금을 벌이는 등 정선희가 하루 빨리 예전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녔다.
“경실언니가 아니었으면 방송 복귀는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출연하기로 해 놓고도 매일 제 안에서는 ‘할까 말까’ 전쟁이 일었어요. 도망과 도전 사이에서 갈등한 거죠.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 모토가 ‘도전’이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강한 의미로 다가왔어요. 과거의 일을 가장 저다운 방법으로 풀고 싶었고, 그게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얼버라이어티는 연기나 포장이 어렵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고요. 어떠한 말보다 ‘제가 이런 사람이에요. 이렇게 살아왔어요’하고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딸 일로 상심하다 건강 잃은 부모님, 내가 살아가야할 이유
하지만 방송을 함에 있어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말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주저함이 없던 그가 지금은 손발이 묶인 채 방송을 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손발이 묶였으면 묶인 대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겠냐”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여자가 더 늙기 전에 해야 하는 일’에 직접 도전하는 데 의의가 있는데, 첫 회에서는 7명의 출연자가 아이디어 회의에서 자신들이 늙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 모습이 방송됐다. 크루즈 여행부터 백화점에서 홀로 쇼핑하기, 두 달 동안 분가해서 살아보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이경실이 ‘악플러 찾아가기’를 제안하자 정선희도 동의하며 “왜 그런 악성 댓글을 다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날마다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기자회견하는 연습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아닌 것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진실만 떠오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나를 믿어주지 않더라.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의 심정이 어떤지, 남은 가족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내가 자다가 몇 번이나 소스라치게 일어나는지(사람들은 몰라준다)… 사람들은 못 보니까, 통곡 소리를 사람들은 듣지 못하니까”하며 눈물을 보였다.

정선희, 다시 웃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과거의 일과 관련해 ‘대국민기자회견’을 벌일 생각은 없다. 대신 그를 좌절케 하는 말과 글을 대할 때는 눈과 귀를 막기로 했다고 한다. 한때는 모든 기사를 찾아보며 괴로워하고, 심지어 나쁜 마음까지 먹은 적도 있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중이다.
“원래 힘들 때 힘들다고 어리광부리는 성격이 못돼요. 특히 지난 사건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죠. 사실 그동안 제가 가만히 있기만 한 건 아니에요. 기자회견을 안했을 뿐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제 입장을 밝혀왔어요. 그렇게 전 후 상황을 다 아는 분들은 제 입장을 이해해주실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고통 안겨 준 남편이지만 연애시절 떠올리면 가장 행복해

정선희, 다시 웃다


억울함에 괴로워하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혼자 속으로 앓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 전 정선희는 인터넷 매체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에 대한 미안한 속내를 밝혔다. 인터뷰에서 그는 “괜찮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안하기에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지고, 아버지가 두 달 전 위암으로 수술을 받게 되니, 그동안 얼마나 속이 썩어 문드러졌는지를 알겠더라. 마음이 찢어졌다”고 밝혔다. 더욱이 수술실로 들어가던 아버지는 그에게 “정말 억울하고 한 맺힌 게 많아 싸우고 싶지만 내가 그러면 네가 너무 힘들까봐 그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 역시 그 앞에서는 밝은 척하려 애썼지만 그가 보지 않는 곳에서는 가슴을 부여잡고 대성통곡한 날이 많았다고. 지난해 겨울 어머니가 지병인 허리 디스크로 또 병원에 실려 갔을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선희는 또 남편과의 짧지만 애틋했던 연애시절부터 사망 전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고 본격적으로 연애한 기간은 4개월로 비교적 짧다. 정선희는 인터뷰에서 “일도 궤도에 올랐다고 자신할 때였다. 여느 여자처럼 가정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남편을 만나 내조 하고 아이도 낳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 머리를 짚어주고, 약을 먹여주던 그였다. 억센 이미지의 나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카리스마 있게 리드해주는 남자였다. 그 누구라도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돌아보면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신혼여행 때부터 다른 점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은 물론 남편 친구, 선배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또 안재환은 사망하기 한 달 전부터 그와 함께 다니던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정선희는 “너무 힘들었다고 하는데, 말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니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내라고 해도 결혼한 지 1년도 안됐을 때다. 결혼한 분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연애 기간이 짧고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그 시기에는 서로에 대해 100% 다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위로를 받기는커녕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던 정선희. 하지만 그래도 감사한 건 아직까지 그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라디오(정선희의 러브FM) 진행을 통해 많은 분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저만의 슬픔에서 허우적대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깨닫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혹시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주시길 부탁드려요. 예전의 즐겁고 밝은 모습의 정선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중이란 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뛰어난 말솜씨, 타고난 유머감각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방송계를 좌지우지했던 정선희. 새롭게 태어난 그가 앞으로 ‘더 늙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여성동아 2010년 8월 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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