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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LOVE HOUSE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천연 염색하는 남편과 바느질하는 아내의 행복한 귀농생활

기획 한여진 기자 사진 문형일 기자

입력 2010.08.05 13:37:00

도심에서 생활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시골 생활을 꿈꾼다.
새소리가 아침 잠을 깨우고, 마당에서 키운 채소로 밥상을 차려 먹으며 내손으로 지은 집에서 별을 보며 잠에 드는 꿈. 그 꿈을 이룬 부부가 강원도 삼척에 살고 있다.
천연염색을 하는 남편과 그 천으로 규방공예품 만드는 아내가 행복 공간으로 초대했다.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시원한 여름비가 쏟아지는 날 강원도 삼척을 찾았다. 산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비는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삼척 외곽인 노곡면에 위치한 김희진씨(40)와 박정용(41)씨 부부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빗속에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번듯한 회사를 다니던 부부는 6년 전에 시집이 있는 이곳 삼척에 자리잡았다.
“남편과 저는 대학 동아리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어요. 귀농에 대해 서로 뜻이 맞았기 때문에 결혼했던 것 같아요. 하루 빨리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가서 둘이 직접 만든 집에서 살고 싶었죠.”
시골로 내려오면 모든 것이 척척 해결될 것 같았지만, 집을 짓는 일은 예상외로 어려움이 많았다. 부부는 작고 아기자기한 집을 만들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쳤다.
“작은 초가나 황토집을 짓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시더라고요. 대학까지 번듯하게 졸업한 아들이 고향으로 내려와 초가집을 짓고 산다고 하니 부모님 마음이 안 좋으셨나 봐요. 이왕이면 넓고 좋은 집에서 고생 안하고 살기 원하셨지요.”
부부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처마에 부연(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짧은 서까래로 보통 궁궐 2중의 서까래로 사용)까지 있는, 계획과는 다른 좀 큰 한옥 집을 지었다. 이후 집 두 채를 더 지었는데, 그 두 집은 설계부터 건축, 페인트칠까지 부부가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
“어릴 적 꿈꾸던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 같이, 집 짓는 것도 계획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어요. 처음 흙집을 짓겠다고 계획했을 때는 친환경적으로 짓되, 발품을 팔아 경제적으로는 최대한 아끼고자 했죠. 하지만 초보자에게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예산에 맞추다보니 생각했던 재료를 구입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주위의 조언에 마음이 흔들려 계획이 변경되기도 했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집을 어렵게 지었는데, 완성되고 나니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다.
지난 연말에 외관을 완공한 세 번째 집은 아직도 내부 공사 중이다. 지난 주(6월 말)에야 싱크대와 선반을 만들었다.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여건이 될 때마다 조금씩 보완해가는 과정이 이 부부가 사는 방식과 참 닮았다. 현재 새로 지은 집은 지인들이 삼척에 오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에서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봄볕 내리는 날’이란 펜션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부가 집을 짓는 과정은 블로그(blog.naver.com/meokmul)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설계도부터 시공 비용, 시공 과정, 그리고 진솔한 시공 후기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01 마당 건너편에 올 초에 외관을 완공한 세 번째 집이 보인다. 폐교에서 갖고 온 문과 창문을 블루 페인트로 산뜻하게 칠해 달았다. 집 앞에 흐르는 개울을 볼 수 있도록 한쪽 벽은 통창을 만들었다.
02 학창 시절 부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오월의 노래’ 첫 구절을 따서 집 이름을 ‘봄볕 내리는 날’로 지었다. 이름처럼 집안 곳곳에 따사로움이 가득하다.
03 깨진 항아리에 수초를 담아 마당 한켠에 두었더니 개구리가 놀이터 삼아 놀다간다.
04 굴뚝 앞에 키 작은 나무를 심어 시멘트 벽면을 가렸다.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신경 써서 공간을 가꾸는 부부의 예쁜 마음이 집안 곳곳에 담겨있다.
05 황토벽을 캔버스 삼아 뻗은 담쟁이덩굴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집에서 남편은 천연 염색을 하고 아내는 규방공예(조선시대 양반집 여자의 생활 공간인 규방에서 바느질로 만든 공예품)를 하며 시골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남편은 집도 잘 짓고 가구도 멋지게 만들고 그릇도 빚어요. 작년에는 저를 좇아 서툰 바느질 솜씨로 규방공예품을 만들어 경진대회에 출품했는데 입상을 했어요. 올해도 출품할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남편의 꼼꼼한 성격이 바느질과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남편 자랑을 늘어놓던 아내는 아궁이에 사용할 장작을 옮기러 간다. 남편이 해야 할 일, 아내가 해야 할 일을 굳이 정해두지 않고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데, 서로에게 일을 미루거나 그로 인해 큰소리를 낸 적이 거의 없다.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01 남편은 음악을 싫어하는데, 사물놀이 소리만은 예외다. 대청마루에는 가끔 연주를 하는 장구와 북 등 사물놀이 악기가 놓여있다. 오래돼 낡고 빛바랬지만 그래서 더욱 깊은 소리가 나는 장구처럼 그들의 사랑도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다.
02 남편이 황토와 감잎으로 염색한 천으로 발을 만들어 거실에 달았다. 아랫부분을 접어 올려 내추럴한 분위기를 더했다.
03 한낮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안채 마루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부부의 오후 풍경. 거실의 나무 테이블은 뒷산에서 죽은 나무를 베어다가 남편이 만든 것.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이 깊어져 거실을 한층 아늑하게 만든다.

쪽빛을 닮은 부부
쪽빛의 천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봄에 쪽 모종을 밭에 심고 여름 내내 키워 염료를 만든 뒤 천에 물들이고 햇볕에 말리기를 수차례하면 천이 쪽빛으로 물든다. 그 천의 날실과 씨실을 하나하나 바로 잡아 풀을 빳빳하게 먹이고 마지막으로 다림질까지 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물든 쪽빛은 천년이 지나도 그 빛이 변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존중하며 닮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천에 쪽물이 서서히 물들어가는 모습과 참 닮았다.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01 부부의 아침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시작한다.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부엌 찬장을 차지하고 있는 그릇 중 다수는 남편이 만든 것인데, 서툰 솜씨로 만든 초기 작품들은 모양이 재미나 그릇에 음식을 담을 때마다 즐겁다.
02 마루 기둥에 달려 있는 옥수수가 정겹다. 올 봄 집 앞 텃밭에 가득 심은 옥수수가 익으면 지인들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 예정이다.
03 마당 둘레는 파이프로 기둥을 만든 뒤 화초가 타고 올라가도록 끈을 둘렀다. 화초가 풍성하게 자라면 멋진 초록빛 파티션이 만들어진다.
04 집 주변 텃밭은 부부의 식재료 창고. 요즘은 텃밭에서 딴 가지로 나물을 무치고, 호박잎은 데쳐서 쌈을 싸먹거나 된장국을 끓일 때 넣는다.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01 열린 공간, 아내의 공방
아내의 공방에는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만든 발, 커튼, 옷, 매트 등 그의 작품이 가득 전시돼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도 개방하는데, 아이들에게는 천연염색을 해보고, 집 앞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을 수 있는 체험학습장으로, 주부들에게는 규방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02 아내 위해 남편이 만든 작업실
안방을 개조해 만든 김씨의 작업 공간. 벽에는 벽지 대신 창호지를 발라 시원하고 아늑해 보인다. 한쪽 벽면 가득 차지하고 있는 수납장은 남편이 나무를 재단해 만든 것이다. 원래 장롱으로 사용했는데 늘어나는 천을 정리하기 위해 수납장으로 개조해 사용한다.

자연의 색으로 곱게 물든 집


1 2 규방공예 경진대회 출품작으로 남편은 물고기와 조개 모양의 휴대전화 고리를, 아내는 꽃모양으로 포인트를 준 포푸리를 만들었다.
3 시골 아낙의 손을 보면 계절을 알 수 있다. 여름에는 밭일로 실크를 만질 수 없을 정도로 손마디가 거칠어지지만 바느질 솜씨는 일년 3백65일 한결 같이 곱다.
4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총천연색 보자기.

여성동아 2010년 8월 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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