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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지성, 그를 있게 한 세 가지 비밀

세 번의 월드컵 연속 골

글 정혜연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 자료제공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중앙북스)

입력 2010.07.16 14:31:00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표팀 주장 박지성. 지난 6월12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득점을 하자 사람들은 ‘과연 박지성!’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로 서른 살, 박지성은 지금껏 말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것처럼 현재도 묵묵히 미래를 향해 뛰고 있다.
캡틴 박지성, 그를 있게 한 세 가지 비밀


‘지성아! 맘껏 뛰며 놀아보자.’
어느 때부터인가 난 의미 있는 출발 때마다 이 주문을 걸곤 합니다. 두려움을 없애고 즐겨보자는 나만의 의식입니다. 즐기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고,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남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축구를 하면서 부담감과 두려움에 얽매이고 싶진 않았습니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중
주문 덕분인지 캡틴 박지성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펄펄 날았다. 대한민국의 눈과 귀가 쏠린 6월12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골을 넣어 승리를 굳힌 것. 경기 내내 선수들을 독려하며 힘을 불어넣어준 그의 역할이 컸던 날이었다. 올해로 세 번째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허정무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2008년 10월 대표팀 주장 자리에 앉았다. 그는 세계적인 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배운 리더십을 한국 축구에 적용해 동료들의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다. 각종 언론은 그 덕분에 한국 축구의 DNA가 달라졌다고 한다. 한국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선 박지성을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 시련,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
1996년 박지성이 수원공고에 입학할 당시 그의 키는 158cm에 불과했다. 수원공고 축구팀 이학종 감독은 그에게 먼저 몸집을 불려오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씨름선수들이 몸을 불리는 데 개구리를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남 서산까지 달려가 개구리를 구했고, 그 덕분에 178cm까지 클 수 있었다. 청소년기 박지성은 우월한 유전자는커녕 남들보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야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욱 담금질했다.

캡틴 박지성, 그를 있게 한 세 가지 비밀


당시 박지성은 자신이 축구에 재능이 없다는 걸 빨리 눈치챘다. 빠르지도, 볼을 잘 다루지도, 강한 킥을 쏘지도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재능이 없어도 그 이상의 노력을 한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이후 그는 연습벌레가 됐다. 모든 훈련이 끝난 후에도 매일 빠짐없이 개인 훈련을 했고, 집에 와서는 볼을 떨어뜨리지 않고 집 주변을 수십 바퀴 돌며 감각을 익혔다. 그렇게 박지성은 시련을 디딤돌 삼아 한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또 하나 안타까운 사실은 그가 평발이라는 것.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서야 박지성은 자신이 평발임을 알았다. 발바닥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부분 없이 평평해 많이 뛰면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쑤실 수밖에 없다. 옆으로 뛰는 동작도 남들보다 뒤지기 때문에 움직임이 늦었다. 그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리 판단하고 예측하는 플레이를 펼쳤고,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의 속도’를 높인 지능적인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국제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된 그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둔재에 가까운 나는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상대를 이길 수가 없었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했고, 20년 동안 그 방식대로 살아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재능이 없어도 스스로 땀을 흘릴 준비와 인내심이 있다면 언젠가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헌신,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지혜
박지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는 바로 그의 부모. 그의 아버지는 전남 고흥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찌감치 상경,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다. 스무 살 이전까지 맘 놓고 고기 한 점 못 먹었을 만큼 가난이 뼛속 깊이 사무친 그의 아버지는 결혼 후 아들 하나를 낳은 다음에는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심정으로 아이를 더 낳지 않았다. 공무원이 되길 바랐던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불같이 화를 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이내 축구를 허락했고 아들이 꾸는 꿈을 함께 꾸기 시작했다.

캡틴 박지성, 그를 있게 한 세 가지 비밀


박지성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의 아버지는 한 달 월급에 맞먹는 1백만원을 오로지 아들을 위해 썼다. 이후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던 93년에는 1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육점을 열었다. 작은 키에 왜소하던 자식에게 좋은 고기를 먹이고 싶은 일념 때문이었다. 온통 아들 뒷바라지에 신경 쓰다 보니 장사는 뒷전이었고 IMF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정육점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그의 어머니는 빚을 내 반찬가게를 열었고, 그 덕분에 박지성은 명지대를 떠나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 계약금으로 부모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는 늘 아들을 위해 헌신한 부모의 삶을 기억한다.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멈추지 않고 잔소리를 하는 아버지의 말을 언제나 경청하고, 그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네덜란드, 영국으로 이어진 그의 외국 생활을 곁에서 돌봐준 어머니의 희생도 가슴 속 깊이 새겼다.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항상 돕고 살라”는 말을 한다고. 이는 고스란히 그의 플레이로 이어진다. 경기 때마다 그는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공수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동료에게 숨 돌릴 시간을 만들어준다. 많은 이들이 박지성의 최고 무기를 ‘헌신’이라고 꼽는 데는 사실 그의 부모 역할이 컸던 것이다.

# 자신감, 자신에게 건 주문을 현실화하는 비결
“지성이는 입버릇처럼 ‘나는 무조건 성공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성공할 거예요’가 아니라 ‘무조건 성공해요’라고요.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얘기하면 건방지다고 꾸중했을 텐데 성실한 지성이가 그러니 믿어지더군요. 워낙 한결같은 아이였습니다.”
중학 시절 박지성을 가르친 담임선생은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박지성은 스스로 재능도 없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원공고에 입학해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대학 진학이 좌절됐을 때도 그는 “괜찮다. 잘될 거다”라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입단,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해 비난받을 때도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을 믿었다. 박지성은 언제나 ‘지금 보이는 게 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새기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꿨다고 한다.
덕분에 박지성은 지금껏 숱한 시련을 모두 이겨냈다. 고교 후 대학도, 프로팀도 못 갈 처지였지만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 결과 명지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우연히 가진 올림픽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힘껏 뛰었고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대표팀에 합류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도 엔트리에 들지 못하리란 예상을 깨고 히딩크호에 탑승, 인상적인 골을 선보여 그의 신임을 얻었다. 교토에서 네덜란드로 이적할 때 ‘히딩크의 실수’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이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 ‘박지성 송’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세계 최강 팀인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때 영국 언론은 그가 티셔츠를 팔러 왔다며 비아냥거렸지만 경기 때마다 적재적소에서 기량을 뽐내자 ‘다이너마이트’ ‘두 개의 심장’ ‘슈퍼 박’ 등 찬사를 쏟아냈다.
서른 살 박지성은 “난 지금 축구선수 인생에서 후반 20분을 뛰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는 스스로를 믿는다.
“난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습니다. 지금 또 미심쩍게 바라본다면 난 또 보란 듯이 보여줄 것입니다. 난 항상 미래의 나를 믿어왔으니까. 그리고 내 꿈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여성동아 2010년 7월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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