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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시상식 현장 & 당선자 류지용 인터뷰

글 김명희 기자 사진 박해윤 기자

입력 2010.06.16 10:54:00

글을 향한 오랜 사랑이 드디어 붓 끝에 꽃을 피웠다. 허난설헌의 삶을 소재로 한 ‘사라진 편지’로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류지용씨는 시상식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옹알이를 듣는 엄마처럼, 한 단어 한 단어 정성을 기울여 글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시상식 현장 & 당선자 류지용 인터뷰


“처음에는 알아들을 수 없던 아이의 옹알이를 읽으며 사람을 이해하는 눈이 생겼고, 그러면서 마음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지난 5월3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9층에서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 류지용씨(41)는 수상의 영예를 동행한 남편과 딸(14), 아들(11)에게 돌렸다.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자신의 글 세계가 점점 깊어졌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는 박완서 우애령 조양희 윤명혜 등 우리나라 대표 여성 문인을 배출한 전통 있는 공모전. 이날 행사에는 문단의 거목인 박완서 등 역대 수상작가와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 이재호 출판편집인, 본심 심사를 맡았던 작가 이경자씨와 문학평론가 정과리씨가 참석해 신예 작가가 조심스럽게 내딛는 첫걸음을 함께 지켜보고 축하를 건넸다.
당선작 ‘사라진 편지’는 허난설헌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허난설헌은 천재 시인이자 허균의 누이로 유명하다. 조선 선조시대 선비 허엽과 후처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때 신선 세계를 시적으로 묘사한 산문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쓸 정도로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났다. 하지만 안동 김씨 가문 김성립에게 출가한 뒤 종부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는 시댁·남편과의 불화, 정쟁에 휘말린 아버지의 객사, 두 아이의 죽음 등 잇단 불행 속에 스물여섯에 요절했다. 죽기 전 허난설헌은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이 넓은 세상 가운데 하필이면 조선이라는 작은 땅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 그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지난해 사랑하는 딸 잃고, 올해 사랑하는 아들 잃어 애달프고 애달픈 광릉 땅에 두 무덤이 마주하고 있네…’라고 시작하는 오언고시 곡자(哭子)에는 그의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류지용씨는 수상소감에서 “주류가 아닌, 주변인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성리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면서 여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허난설헌이야말로 진정한 주변인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허난설헌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나의 이야기, 또 지금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틀에 안주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은 지금 이 사회에도 있으니까요.”

과거와 현재 아우르는 모든 주변인의 이야기
허난설헌은 죽기 전 자신이 남긴 글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당부했으나 동생인 균은 누이의 시문이 너무 아름답고 그 생이 안타까워 유언을 따르지 못했다고 한다. ‘사라진 편지’는 이렇듯 실존 인물 허난설헌의 삶을 바탕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이달 서경덕 등을 등장시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그가 남긴 시문을 적절하게 배치해 글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류씨는 글을 쓰는 동안 허난설헌과 그 주변 인물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시문과 문답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고 탈고를 하고 난 지금 글 속 인물들이 그립습니다. 서경덕의 화담에 놀러가고 싶고, 허엽과 정자에서 바둑을 두고 싶고, 초희와 글을 논하고 싶고, 균과 술집에서 대작도 하고 싶습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와 함께 본심 심사를 맡았던 작가 이경자씨는 “소설적 구성이나 말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며 허난설헌과 주변 인물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 장편의 이름값에 걸맞은 삶의 복합성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평했는데 무엇보다 문학을 향한 작가의 진지한 열정을 높이 살 만하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김학준 고문은 치사에서 “출발이 좋은 만큼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구도자의 자세로 문학에 정진해 좋은 글을 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씨는 고려대 독문과를 졸업,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한 뒤 고려대에서 비평적 에세이와 소논문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글이 곧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류씨는 “언행과 일치하는 글로 사람들의 마음에 살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류지용씨의 당선작 ‘사라진 편지’는 동아일보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시상식 현장 & 당선자 류지용 인터뷰

1 심사위원 이경자, 박완서, 조양희 등 역대 당선자들과 함께. 2 심사위원 정과리, 이경자씨와 류지용 당선자,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왼쪽부터).



여성동아 2010년 6월 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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