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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기대되는 변신

칸의 여왕 전도연 도발적인 ‘하녀’로 돌아오다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올댓시네마 제공

입력 2010.05.18 15:14:00

이제 전도연은 작품성과 동일시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감독들은 누구나 한번쯤 그와 작업하길 원하고, 그와 작업한 감독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5월 개봉 예정인 영화 ‘하녀’의 주연을 맡은 ‘칸의 여왕’ 전도연은 불과 1년여 전 출산 했음에도 녹슬지 않은 미모와 연기력을 선보였다.
칸의 여왕 전도연 도발적인 ‘하녀’로 돌아오다


여배우의 나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전도연(37)의 경우는 더욱 어렵다. 뽀얀 피부, 해사한 웃음, 날렵한 몸매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30대 중반일 거라 짐작하기 어렵다. 2007년 3월 결혼한 직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배우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전도연. 2009년 1월 딸을 낳고 한동안 볼 수 없던 그가 최근 영화 ‘하녀’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 4월 중순, 제작발표회에 나타난 그는 결혼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개봉에 앞선 심경을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이번 작품에서 제가 맡은 은이라는 역할은 순수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솔직하며 본능에도 충실한 여자예요. 촬영 내내 제가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오랜 시간 헤맸어요. 또 여러모로 어려운 장면이 많아서 힘들게 촬영했죠. 그때마다 임(상수)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난해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셔서 조율하기가 힘들긴 했지만요(웃음).”

결혼으로 달라질 거라는 생각 미처 못해
영화 ‘하녀’는 60년 고 김기영 감독이 만든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 부유한 가정에 이혼한 몸으로 홀로 들어와 살던 하녀가 주인집 남자(이정재)와 관계를 맺고, 그의 아내(서우)와 장모(박지영)에게 들켜 파국에 이른다는 내용으로 스토리는 원작과 동일하다. 50년 만에 재창조되는 이 작품은 벌써부터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으로 국내외 영화계에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도 높은 정사신, 와이어 액션, 몸싸움 등 여배우로서 연기하기 힘든 장면이 많은데 전도연 또한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보니 마치 1인 다역을 연기하는 것 같았죠.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도 많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즐거웠어요.”
전도연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사람들이 “전도연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탁월한 재능 그 이상의 노력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우로 평가된다. 이번에 그는 작품의 난해함 때문에 촬영 도중 감독을 찾아가 “은이를 찾고 싶다”며 1시간 동안 펑펑 울기도 했다고 한다.

칸의 여왕 전도연 도발적인 ‘하녀’로 돌아오다


“처음부터 끝까지 은이는 물음표였어요. 순수해서 당당하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멀리서 찾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도 분명 그런 면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죠.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지만 처음부터 내 안에 은이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끝까지 믿어주신 임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전도연은 2007년 3월 아홉 살 연상의 사업가 강시규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강씨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수학한 엘리트. 현재는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활달한 성격에 매너가 좋은 강씨는 지인의 소개로 전도연을 만났고 서로에게 반해 연애를 시작,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 도발적인 ‘하녀’로 돌아오다


영화 ‘하녀’는 전도연이 출산 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작품이라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적나라한 정사신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남편과 어린 딸이 있는 여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제가 결혼이라는 걸 선택했을 때, 앞으로 출연 작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달라질 게 있을 거라곤 단 한번도 생각지 못했어요. 그런데 ‘하녀’를 찍으면서 ‘아, 내가 왜 고민하게 될 거란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 전에도 후에도 저는 전도연이기 때문에 달라지고 싶지 않았고, 바뀌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지난 한 해 동안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았던 전도연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이런 고민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가족의 도움 덕분이라고.
“참 고마운 건 저희 남편과 가족이 제 일을 존중해주고,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 점이에요. 남편은 제가 연기를 하는 데 제약받는 걸 원하지 않았고,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살아주길 바랐어요. 아마도 남편이 배려해주지 않았다면 ‘하녀’를 선택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가 가장 걱정했던 정사신은 사실 감독의 잘못으로 두 차례 촬영을 해야 했다. 다양한 기법을 시도한 첫 촬영에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지 못한 감독은 두 배우에게 사과 후 다시 한 번 촬영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전도연은 쉬이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어 승낙했는데 두 번째 촬영에서 대사가 바뀌어 당황했다고. 이정재 또한 “바뀐 대사가 너무 야해서 깜짝 놀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윤여정처럼 나이들어도 열정 간직하고 싶어
전도연도 이정재의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후부터는 전도연의 몫이 컸다. 주인집 여자에게 들킨 뒤 온갖 수모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 연기인생 최초로 와이어 액션도 펼쳐야했다.
“2층 계단에서 등 떼밀려 떨어지는 장면이었는데 줄에 매달려 있어도 허공에 몸을 던지는 일은 쉽지 않더라고요. 두려움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몇 번 하면서 그걸 극복하고 나니까 괜찮아졌어요. 부상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이 외에도 그는 서우에게 뺨을 맞고, 윤여정의 뺨을 때리는 등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를 곁에서 지켜 본 윤여정은 “내 젊은 날을 뒤돌아보게 됐다”고 말한다.
“도연이와 함께 영화를 하게 됐다고 임 감독이 말했을 때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괜히 ‘전도연 전도연’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감독의 지시사항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정확하게 표현해내는데 ‘나는 저 나이에 저랬었나?’ 싶어졌죠.”
임 감독은 전도연을 두고 “진정한 프로”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촬영하기 전까지 캐릭터 분석을 해 완벽한 10을 들고오는데 거기에 임 감독이 또 다른 5를 요구하면 처음에는 볼멘소리를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자신의 5를 빼고 임 감독의 5를 더해서 최상의 연기를 선보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과찬의 말씀”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배우 혼자 만드는 영화는 없어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가 잘 맞물려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전 윤여정 선생님, 이정재씨, 서우씨 등 모든 출연 배우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연기를 했어요. 특히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한 번도 먼 훗날의 내 모습을 상상해본 적 없는데 ‘나중에 나이 든 여배우가 된다면 저렇게 열정을 잃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성동아 2010년 5월 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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