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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사랑스러운 그녀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자’ 엄정화 프라이버시 인터뷰

글 김원겸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0.05.18 11:15:00

세상에 늙지 않는 약이 있다면, 엄정화 그녀가 다 먹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무대 위에서 펼치는 현란한 퍼포먼스나 영화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는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대한민국 대표 멀티엔터테이너 엄정화, 그가 무장해제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자’ 엄정화 프라이버시 인터뷰


지난해 말, 일명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에 엄정화(41)가 결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07년에 만났다는 상대(모델 출신 배우 전준홍)가 있고, 엄정화의 나이도 적지 않으니 그 결혼 소문은 사실일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소문은 ‘반짝’한 후 이내 잦아들었다.
영화 ‘베스트셀러’ 개봉을 앞두고 4월6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현재 교제 중인 남자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결혼 소문의 실체는 아이러니하게도 ‘결별’이었던 셈이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나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식상하지만, 과년한 스타에게 결혼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엄정화는 그러나 “일이 더 좋다” “일과 결혼했다” 같은 뻔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기대와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늦은 나이지만 아직 결혼이 우선시되지는 않아요. 혼자 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한눈에 ‘내 인연’이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주위에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할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랑도 작품도, 운명이란 느낌 있어야”

그렇다면 결혼할 ‘뻔’했던 남자도 없었을까?
“남자친구는 있었지만, 청혼까지 이어진 적은 없어요. 프러포즈라도 받아야 결혼을 고민해볼 텐데, 아직 결혼을 고민하게 해준 남자가 없네요. 내가 너무 일만 했나?(웃음) 그런데 저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스캔들이 났던 것 같아요.”
4월15일 개봉한 영화 ‘베스트셀러’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순간 ‘내 운명’이라는 ‘느낌’이 온 작품이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출연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베스트셀러’는 표절 시비로 슬럼프에 빠진 작가 ‘백희수’가 재기에 몸부림치다, 어느 시골마을 별장에서 접한 이야기로 소설을 쓰지만 또다시 표절혐의를 받고, 그 혐의를 벗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자’ 엄정화 프라이버시 인터뷰




엄정화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이끌어간다. ‘여성 원톱 영화’는 그간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터라 영화투자자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엄정화에게는 ‘베스트셀러’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의 힘을 증명해 보이는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여성 원톱 영화’라는 점에 현혹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는 작품에서의 비중보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끌리느냐로 출연을 결정해요. ‘베스트셀러’는 여자 원톱 영화라는 데 분명 의미가 있지만, 재미가 없거나 흥미롭지 않았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좋아하는 장르이고, 이야기가 충분히 재미있고,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엄정화는 ‘베스트셀러’에서 창작의 고통을 안고 사는 예민한 성격의 작가 역을 맡아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을 드러내며 섬세한 내면연기를 펼쳤다. 특히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 창작욕을 불태우지만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등 광기에 사로잡힌 감정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배우 엄정화’를 재평가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쇄골이 앙상하게 드러나는 신경질적인’ 백희수 작가의 몸을 만들기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7kg 감량했다. 다이어트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만큼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 엄정화는 그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고스란히 담고 있다가, 히스테리적인 작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활용했다.
다이어트는 피부건강을 해치기 쉽다. 엄정화는 틈틈이 청주 반신욕을 해 피부 탄력을 유지했다고 한다. “욕조에 청주를 붓고 반신욕을 하면 땀이 많이 나고 피부가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반신욕 초보자는 하루 20분으로 시작해 시간을 차츰 늘여갈 것을 권했다.

영화 위해 7kg 감량, 동생 엄태웅이 포토메일로 응원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자’ 엄정화 프라이버시 인터뷰


특히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두 달 남짓 진행된 촬영에서 엄정화는 얼음장 같은 물속에 빠지고 산에서 구르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다. 남편 역으로 출연한 류승룡의 매운 손도 그를 힘들게 했다. 뺨을 맞고 코피를 흘렸는가 하면, 심폐소생을 위한 흉부압박이 너무 셌던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매일매일 쉬지 않고 찍었어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죠. 류승룡씨 때문에 두 번 울었지만, ‘이런 든든한 남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엄정화에게는 아직 힘들 때 기댈 남편이 없지만, 든든한 동생은 있다. 그가 ‘베스트셀러’를 촬영하며 심리적 부담에 시달리고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을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이도 동생 엄태웅이다. 배역의 특성상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해져 있을 때 엄태웅이 보내준 휴대전화 포토메일은 다시 힘을 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파(채소)로 만든 하트, 드라마 ‘선덕여왕’의 할아버지 분장 등이 엄정화의 기운을 북돋워준 대표적인 포토메시지다. 설렁탕 국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파가 우연히 하트 모양을 나타내자, 엄태웅이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사랑해’라는 메시지와 함께 누나에게 보낸 것. 동생의 애교 섞인 응원에 엄정화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드라마 ‘선덕여왕’ 후반부에서 엄태웅이 늙은 김유신으로 분장했을 당시 익살맞은 표정의 사진과 함께 ‘내가 니 할애비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유치한 개그”마저도 엄정화를 웃게 만들었다고.
이 같은 일화를 들려주며 엄정화는 “내 동생이지만 너무 멋진 남자 아니냐”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엄정화는 자신과 다섯 살 터울인 엄태웅을 ‘후배 연기자’로서도 높이 평가했다.
“동생이니까 객관적으로 본다는 게 쉽지 않지만, 처음엔 (연기에) 힘을 너무 줘서 불안했는데, 연기를 해나갈수록 묵직한 배우가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고 있어요.”
‘베스트셀러’는 엄정화에게 고통의 산물이지만 그 고통만큼이나 자신의 대표작으로서의 기대도 크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쫑파티 할 때쯤, ‘영화가 잘 안되면 배우 탓인데,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부담을 실감하기 시작했어요. 다음 작품을 위해서라도 ‘베스트셀러’는 나의 대표작이 돼야 하고, 더욱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원톱 영화는 안 된다’는 걸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면 안 되잖아요. 다행히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영화에 폐를 끼치진 않겠다’고 조금 안심했어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자’ 엄정화 프라이버시 인터뷰

엄정화는 ‘베스트셀러’에서 표절 시비에 휘말린 작가를 연기했다.



엄정화에게 그동안 출연한 영화 중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세 작품을 꼽아보라고 하자 ‘결혼은, 미친 짓이다’ ‘오로라공주’ ‘베스트셀러’를 들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다시 배우로 돌아오게 해준 작품이고, ‘오로라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로맨틱코미디에 천착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온전한 ‘원톱’ 영화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마지막으로 ‘베스트셀러’를 꼽은 것은 배우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주리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미스터 로빈 꼬시기.’“생각만 하면 그냥 아쉽다”고 한다.
엄정화는 배우와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멀티엔터테이너’다.엄정화는 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해 이번 ‘베스트셀러’까지 약 2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또 데뷔작에 삽입됐던 ‘눈동자’를 부르며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2008년까지 미니앨범을 포함, 총 10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가장 최근 곡인 ‘디스코’는 그가 “대중성 있는 내 색깔을 다시 찾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발표한 곡이다.
가수로 활동할 때면 그는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며 많은 후배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가수 이효리가 엄정화를 ‘워너 비’(닮고 싶은 인물)로 삼고 있다는 점은, 가수 엄정화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효리는 2008년 3집을 준비할 당시 엄정화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Mnet ‘오프더레코드’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이효리는 이번 4집 발표를 앞두고도 엄정화를 찾아갔다. 마침 이효리가 지난해 엄정화의 집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두 사람은 이웃사촌이 됐다.

엄정화는 이효리의 ‘워너 비’
“효리와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 술도 좀 마셨어요. 효리가 4집 타이틀 곡을 들려줬는데, 새롭고 강한 느낌이 좋았어요. 무대에서 보여줄 그의 퍼포먼스가 정말 기대돼요.”
이효리와 마찬가지로 엄정화도 곧 가수활동을 재개할 생각이다. “음반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신곡보다는 콘서트를 먼저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속마음. 엄정화는 ‘포이즌’ ‘몰라’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2000년 이후 단독 공연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팬들과 만나고 싶은 갈증이 크다고 한다.
영화로 데뷔했지만 가수로 먼저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기 때문인지 엄정화는 배우로서 저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는 “나는 잘 못 느끼지만 사람들이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두 가지를 다 하려면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내가 가수로 활동하더라도 ‘배우 엄정화’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엄정화.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 여성이 희망과 꿈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는지 모른다.

여성동아 2010년 5월 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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