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학교2’ ‘하얀 거탑’ ‘산 너머 남촌에는’, 영화 ‘비스티보이즈’…. 데뷔 후 11년 동안 배우 이승민(31)은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궁’ ‘꽃보다 남자’의 제작자 송병준(50)의 아내로 더 잘 기억한다. 지난 1월 이승민은 드라마 제작사 에이트픽스 송병준 대표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로서 누구의 아내로 기억되는 것이 싫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앞으로 내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라고 하면서도 “아직은 신혼이라 그런지 남편과의 행복감을 좀 더 누리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떤 일이든 자유롭게 해보라며 용기주는 남편
결혼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미소가 인상적인 이승민은 최근 ‘묻지 마 살인’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 ‘무법자’로 관객과 만났다. 감우성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2008년 촬영을 시작했다.
“살인자든 피해자든 목격자든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데 결국 무관심 속에 죽어간다는 시나리오의 주제에 끌렸어요. 범죄와 결혼, 출산과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라 쉽지 않을 것을 각오했고, 실제 촬영은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어요.”
그는 ‘무법자’에 앞서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최도영(이선균 )의 소신을 지지하는 후배 의사 하은혜 역을 연기했고, 영화 ‘비스티보이즈’에서 집착이 강한 재현(하정우)의 동거녀로 출연했다. 모두 예쁘게 포장되기보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다.
“‘하얀 거탑’을 촬영할 땐 미용실도 안 다녔어요. 종합병원 인턴의사 역이라 집에서 머리만 감고 나와 촬영장에서 질끈 하나로 묶고 촬영했어요. 예쁘지 않더라도 진정성이 살아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이번 영화 ‘무법자’에서는 범죄 현장에서 용케 살아나 어렵게 가정을 꾸리지만 끝내 또 다른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여성 지현 역할을 맡았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고민이 많았어요. 살인마로부터 협박을 받고 결국 일곱 살짜리 딸과 함께 죽는 역할이에요. 촬영 당시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출산 경험도 없어서 아이 엄마 역할로의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어요. 촬영 전날 무섭기도 하고 감정이 잘 안 잡혀서 엄마에게 일기 형식의 편지를 쓰면서 펑펑 울었어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더 많이 힘들었죠.”
영화에서 지현은 딸과 함께 공중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된다.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스크린으로 보기에도 처참하다. 이 장면만 20시간 이상 촬영했다고 한다.
“촬영용 인공 피는 물엿에 빨간 색소를 풀어 만들어요. 20시간 이상 이 색소를 몸에 바르고 있었더니 피부에 물들었더라고요. 며칠간 사우나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고 나서야 겨우 염색 흔적을 없앴어요. 촬영 때는 피범벅 분장을 한 채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화장실도 못 가고, 스타일리스트가 도시락을 먹여줬어요.”
이 영화에는 감우성과 장신영도 출연한다. 감우성은 형사이자 지현의 남편이고, 장신영은 감우성의 동료 형사다.
“감우성 선배님은 장신영씨나 저에게 ‘정신적 지주’로 불렸어요. 장면마다 모니터링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배운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일했어요.”
한창 영화 홍보로 바쁜 그이지만, 사람들이 더 궁금해하는 건 송병준 대표와의 결혼생활이다.
“티격태격 말다툼도 하면서 여느 부부처럼 평범하게 살아요.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싶은데, 송 대표님(이승민은 남편을 이렇게 불렀다)이 늦잠을 자는 편이라 아직 제대로 해먹은 적이 없어요. 제가 한 요리 중엔 메밀국수와 김치해물국수가 가장 맛있대요.”
이승민은 송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는 독신주의자였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결혼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상대를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 송 대표를 처음 만난 순간 ‘소울메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니 세상에 인연이란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평생 연기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을 만난 순간 영혼의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비슷해요. 많은 연인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싸운다는데, 저희는 좋아하는 작품이며 글씨체, 심지어 숟가락 모양까지 취향이 비슷해서 싸울 일이 없었어요. 내 눈앞에 나타난 운명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혼 말고 다른 것은 중요하지도 않았지만요.”
그는 데뷔 초 덧니가 매력이었으나 왈가닥 혹은 명랑한 캐릭터로 연기 폭이 제한되는 게 못 마땅해 2년 동안 연기 생활을 접고 치아교정을 했다. 2004년엔 김민주에서 이승민으로 이름을 바꿨다. 작명을 하는 지인이 승리할 승(勝)에 민첩할 민(敏)으로 지어줬는데, 이름 덕분인지 그 뒤로 좋은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치아교정과 개명까지 하면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던 그, 결혼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을까?
“전혀 안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또 훌륭한 조력자인 남편이 있는데, 왜요? 저는 워크홀릭 성향이 있을 정도로 일을 좋아해요.송 대표님(남편)도 일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뭐든 해보라고 해요. ”
실제로 그는 지난 2년 사이 꽤 많은 작품을 했다. KBS 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을 촬영하면서 연극열전에도 참여했고, MBC 주말극 ‘탐나는도다’에도 출연했다. ‘겹치기 출연’이 한창일 때는 이온음료만 마시고 버티기도 했다. 그러다 쓰러져 입원한 적도 여러 번이다.
“나를 ‘언니’ ‘아줌마’라고 부르는 아이들”
송병준 대표와의 만남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궁금했다. 2007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한 건 언제부터일까.
“2008년 말~2009년 초쯤인 것 같아요. 교제 당시부터 모든 걸 열어놓고 서로를 이해해주는 친구처럼 지내서 지금도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말동무로 1년 반을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마치 같은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처럼 편해요. 지난 설에 처음 시집 제사를 드렸는데, 그제야 결혼한 것 같더라고요. ‘이 사람의 여자구나’ 싶었어요.”
송 대표는 겉보기에 무뚝뚝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뭇 달라지는 모양이다.
“남녀 관계는 둘만 알잖아요. 정말 잘해줘요. 외적으로는 무게감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자상해요. 결혼 전 제가 집에 놀러갔을 때 배고프다고 하니까 외투도 벗지 않은 채로 수프를 끓여줬어요.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하고요.”
송병준 대표에겐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21)과 아들(19)이 있다. 이승민은 아이들과 문자메시지를 자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아이들이 장난 반, 진심 반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줌마’라고도 해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이어서 편한 대로 부르라고 했어요. 호칭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이승민은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닌데도, 나를 배려해주고 나에게 의지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가슴 뭉클할 때가 많다”며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민은 “사랑스러운” 남매로 충분하다며 2세를 낳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예민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어요. 저희 두 사람 모두 새로운 가족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요.”
어느 부모나 자기 자식을 최고로 여긴다. 그의 부모가 애지중지 키워온 딸을 열아홉 살이나 연상인 남자에게 선뜻 내줬을 것 같지 않다.
“친정엄마가 사위를 좋아하고 잘해주세요. ‘사위보다 나이가 많아서 다행’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하시는 걸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형태는 여러 가지니까,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남편 후광으로 드라마 출연’은 오해
이승민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잡지모델로 활동하다 99년 ‘학교2’로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겼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하얀 거탑’을 꼽는다.
“저 스스로 연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가속도를 붙인 게 ‘하얀 거탑’을 만나고부터인 것 같아요. 남편도 그 당시 저를 보고 ‘너처럼 자기 일에 100% 매진하는 여배우는 흔치 않다. 그게 당신의 매력’이라고 했어요.”
이승민은 얼마 전 송 대표의 회사에서 제작한 드라마 ‘탐나는도다’에 출연했다. 남편이 제작사 대표이니 앞으로 드라마 출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는 그렇지 않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저희 커플에 관한 오해 중 하나가 바로 그거예요. 둘 다 일에 있어서는 각자 책임져야 할 몫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이 자리까지 왔고요. ‘탐나는도다’에 출연한 건 연출팀과 여러 번 미팅을 한 끝에 결정된 거예요. 그런데 송 대표님이 제작한 드라마라는 이유로 ‘빽’을 써서 들어갔느니, 여자친구라 캐스팅이 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제가 열심히 지켜온 것들이 무너지는 것 같아 속상해요”
이승민은 결혼 후 얼굴이 한결 편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절대적인 지지자가 있어서일까? 그는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현재 ‘산 너머 남촌에는’에 출연 중인 그는 앞으로도 연기활동을 왕성하게 할 계획이다.
“결혼하고 보니 남편 회사 사람들이 ‘형수님’ ‘사모님’ 하며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게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저를 보는 세간의 선입관도 이겨내야 할 거고요. 앞으로 송병준의 아내로서, 그리고 연기자 이승민으로서 다 잘하고 싶어요. 저는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잘 흔들리는 성격인데 송 대표님이 곁에 있어 용기를 얻고 있어요”
어떤 일이든 자유롭게 해보라며 용기주는 남편
결혼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미소가 인상적인 이승민은 최근 ‘묻지 마 살인’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 ‘무법자’로 관객과 만났다. 감우성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2008년 촬영을 시작했다.
“살인자든 피해자든 목격자든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데 결국 무관심 속에 죽어간다는 시나리오의 주제에 끌렸어요. 범죄와 결혼, 출산과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라 쉽지 않을 것을 각오했고, 실제 촬영은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어요.”
그는 ‘무법자’에 앞서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최도영(이선균 )의 소신을 지지하는 후배 의사 하은혜 역을 연기했고, 영화 ‘비스티보이즈’에서 집착이 강한 재현(하정우)의 동거녀로 출연했다. 모두 예쁘게 포장되기보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다.
“‘하얀 거탑’을 촬영할 땐 미용실도 안 다녔어요. 종합병원 인턴의사 역이라 집에서 머리만 감고 나와 촬영장에서 질끈 하나로 묶고 촬영했어요. 예쁘지 않더라도 진정성이 살아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이번 영화 ‘무법자’에서는 범죄 현장에서 용케 살아나 어렵게 가정을 꾸리지만 끝내 또 다른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여성 지현 역할을 맡았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고민이 많았어요. 살인마로부터 협박을 받고 결국 일곱 살짜리 딸과 함께 죽는 역할이에요. 촬영 당시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출산 경험도 없어서 아이 엄마 역할로의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어요. 촬영 전날 무섭기도 하고 감정이 잘 안 잡혀서 엄마에게 일기 형식의 편지를 쓰면서 펑펑 울었어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더 많이 힘들었죠.”
영화에서 지현은 딸과 함께 공중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된다.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스크린으로 보기에도 처참하다. 이 장면만 20시간 이상 촬영했다고 한다.
“촬영용 인공 피는 물엿에 빨간 색소를 풀어 만들어요. 20시간 이상 이 색소를 몸에 바르고 있었더니 피부에 물들었더라고요. 며칠간 사우나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고 나서야 겨우 염색 흔적을 없앴어요. 촬영 때는 피범벅 분장을 한 채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화장실도 못 가고, 스타일리스트가 도시락을 먹여줬어요.”
이 영화에는 감우성과 장신영도 출연한다. 감우성은 형사이자 지현의 남편이고, 장신영은 감우성의 동료 형사다.
“감우성 선배님은 장신영씨나 저에게 ‘정신적 지주’로 불렸어요. 장면마다 모니터링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배운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일했어요.”
한창 영화 홍보로 바쁜 그이지만, 사람들이 더 궁금해하는 건 송병준 대표와의 결혼생활이다.
지난 3월 초 ‘무법자’ 시사회에 나란히 참석한 송병준 이승민 부부.
“티격태격 말다툼도 하면서 여느 부부처럼 평범하게 살아요.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싶은데, 송 대표님(이승민은 남편을 이렇게 불렀다)이 늦잠을 자는 편이라 아직 제대로 해먹은 적이 없어요. 제가 한 요리 중엔 메밀국수와 김치해물국수가 가장 맛있대요.”
이승민은 송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는 독신주의자였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결혼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상대를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 송 대표를 처음 만난 순간 ‘소울메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니 세상에 인연이란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평생 연기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을 만난 순간 영혼의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비슷해요. 많은 연인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싸운다는데, 저희는 좋아하는 작품이며 글씨체, 심지어 숟가락 모양까지 취향이 비슷해서 싸울 일이 없었어요. 내 눈앞에 나타난 운명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혼 말고 다른 것은 중요하지도 않았지만요.”
그는 데뷔 초 덧니가 매력이었으나 왈가닥 혹은 명랑한 캐릭터로 연기 폭이 제한되는 게 못 마땅해 2년 동안 연기 생활을 접고 치아교정을 했다. 2004년엔 김민주에서 이승민으로 이름을 바꿨다. 작명을 하는 지인이 승리할 승(勝)에 민첩할 민(敏)으로 지어줬는데, 이름 덕분인지 그 뒤로 좋은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치아교정과 개명까지 하면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던 그, 결혼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을까?
“전혀 안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또 훌륭한 조력자인 남편이 있는데, 왜요? 저는 워크홀릭 성향이 있을 정도로 일을 좋아해요.송 대표님(남편)도 일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뭐든 해보라고 해요. ”
실제로 그는 지난 2년 사이 꽤 많은 작품을 했다. KBS 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을 촬영하면서 연극열전에도 참여했고, MBC 주말극 ‘탐나는도다’에도 출연했다. ‘겹치기 출연’이 한창일 때는 이온음료만 마시고 버티기도 했다. 그러다 쓰러져 입원한 적도 여러 번이다.
“나를 ‘언니’ ‘아줌마’라고 부르는 아이들”
송병준 대표와의 만남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궁금했다. 2007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한 건 언제부터일까.
“2008년 말~2009년 초쯤인 것 같아요. 교제 당시부터 모든 걸 열어놓고 서로를 이해해주는 친구처럼 지내서 지금도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말동무로 1년 반을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마치 같은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처럼 편해요. 지난 설에 처음 시집 제사를 드렸는데, 그제야 결혼한 것 같더라고요. ‘이 사람의 여자구나’ 싶었어요.”
송 대표는 겉보기에 무뚝뚝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뭇 달라지는 모양이다.
“남녀 관계는 둘만 알잖아요. 정말 잘해줘요. 외적으로는 무게감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자상해요. 결혼 전 제가 집에 놀러갔을 때 배고프다고 하니까 외투도 벗지 않은 채로 수프를 끓여줬어요.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하고요.”
송병준 대표에겐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21)과 아들(19)이 있다. 이승민은 아이들과 문자메시지를 자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아이들이 장난 반, 진심 반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줌마’라고도 해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이어서 편한 대로 부르라고 했어요. 호칭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이승민은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닌데도, 나를 배려해주고 나에게 의지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가슴 뭉클할 때가 많다”며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민은 “사랑스러운” 남매로 충분하다며 2세를 낳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예민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어요. 저희 두 사람 모두 새로운 가족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요.”
어느 부모나 자기 자식을 최고로 여긴다. 그의 부모가 애지중지 키워온 딸을 열아홉 살이나 연상인 남자에게 선뜻 내줬을 것 같지 않다.
“친정엄마가 사위를 좋아하고 잘해주세요. ‘사위보다 나이가 많아서 다행’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하시는 걸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형태는 여러 가지니까,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남편 후광으로 드라마 출연’은 오해
이승민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잡지모델로 활동하다 99년 ‘학교2’로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겼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하얀 거탑’을 꼽는다.
“저 스스로 연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가속도를 붙인 게 ‘하얀 거탑’을 만나고부터인 것 같아요. 남편도 그 당시 저를 보고 ‘너처럼 자기 일에 100% 매진하는 여배우는 흔치 않다. 그게 당신의 매력’이라고 했어요.”
이승민은 얼마 전 송 대표의 회사에서 제작한 드라마 ‘탐나는도다’에 출연했다. 남편이 제작사 대표이니 앞으로 드라마 출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는 그렇지 않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저희 커플에 관한 오해 중 하나가 바로 그거예요. 둘 다 일에 있어서는 각자 책임져야 할 몫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이 자리까지 왔고요. ‘탐나는도다’에 출연한 건 연출팀과 여러 번 미팅을 한 끝에 결정된 거예요. 그런데 송 대표님이 제작한 드라마라는 이유로 ‘빽’을 써서 들어갔느니, 여자친구라 캐스팅이 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제가 열심히 지켜온 것들이 무너지는 것 같아 속상해요”
이승민은 결혼 후 얼굴이 한결 편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절대적인 지지자가 있어서일까? 그는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현재 ‘산 너머 남촌에는’에 출연 중인 그는 앞으로도 연기활동을 왕성하게 할 계획이다.
“결혼하고 보니 남편 회사 사람들이 ‘형수님’ ‘사모님’ 하며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게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저를 보는 세간의 선입관도 이겨내야 할 거고요. 앞으로 송병준의 아내로서, 그리고 연기자 이승민으로서 다 잘하고 싶어요. 저는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잘 흔들리는 성격인데 송 대표님이 곁에 있어 용기를 얻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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