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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명품 배우

연기 달인 이한위가 사는 법

초보 가장의 좌충우돌 성장기

글 문다영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03.16 10:43:00

코믹 연기의 대명사 이한위. 그가 연극열전3 ‘오빠가 돌아왔다’로 연극무대에 선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실제로도 유머 감각이 풍부했지만 연기와 가족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연기 달인 이한위가 사는 법


이한위(50)가 올해 선택한 첫 작품은 콩가루 패밀리의 명랑 라이프스타일을 그린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다. 주정뱅이에 고발을 일삼는 아빠, 그런 아빠의 폭력에 집을 나갔다가 4년 만에 어엿한 직업을 얻어 동거녀까지 데리고 돌아온 스무살의 오빠, 아빠와 헤어지고 함바집에서 일하는 엄마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다. 여기서 이한위는 망나니 아빠 역을 맡았다. 이한위 역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는 시일이 걸렸다.
“대본을 읽었을 때 교훈도, 희망도 없는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상스러운 가족’입니다(웃음). 그런데 그게 매력이에요. 서로 단합하고 희망을 보여주는 가족상은 많지만 해체 가족이 많은 이때 이 연극이 공연되면 관객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겠다 싶었죠. 저희를 보면서 ‘저 따위로 살아선 안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망나니 아빠를 연기할 생각입니다.”

“연극무대는 나를 벗는 두려운 곳”
그는 이 작품을 조재현과의 인연으로 만나게 됐다. 연극열전 프로그래머인 조재현이 찾아와 권유하자, 작품의 매력을 느낀 동시에 친우 조재현의 흰머리가 늘어난 것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데 다른 연극에 비해 브라스 음악, 춤 등 역동적인 장면이 많아 그를 고민에 빠뜨렸다. 펄펄 나는 젊은 배우들을 보며 일말의 상실감도 느꼈다.
“제가 연기하면서 가장 경계하고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춤인데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딱한 춤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입니다. 김원해씨·이문식씨와 함께 맡는 아빠 역이지만 연극을 세 번 보셔도 서로 다른 연극을 본다고 느낄 정도로 각자의 개성과 특색이 묻어나 재미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아들 역을 맡은 후배들이 저보다 훨씬 무대에서의 활동량이 많은데도 지칠 줄 모르는 걸 보며 ‘가을동화’ 때 느꼈던 상실감을 느끼고 있어요. ‘가을동화’ 윤석호 PD는 주연·조연 모두 스케줄이 같도록 해요. 다 같이 촬영장에서 대기 상태로 있는 거죠. 어느 날, 꼬박 하룻밤을 새우고 저는 힘들어하고 있는데 원빈·송승헌은 폐교에서 공을 차더라고요(웃음). 그때의 상실감을 또 느끼고 있습니다.”
코믹 연기의 대가라 불리는 이한위는 코믹 작품에 출연할 때면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 감독에게 연습보다 잡담을 하자고 말한다는 것. 출연자들과 함께 근래 유행하는 유머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 “어 우리 연습할까?” 하며 자연스럽게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게 리허설을 1백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즐겁고 가족 같은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연습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다름 아닌 이문식 때문이다.

연기 달인 이한위가 사는 법


“제가 먼저 투입돼 연습하던 중 이문식씨가 왔을 땐 참 반가웠어요. 사실 저희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연기자는 아니잖아요? 코믹 쪽을 주로 맡고 있고, ‘다모’에도 함께 출연했던 터라 편안했죠. 그런데 두려워지고 있어요. 요즘 한가한지 연습에 올인하는데 매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다들 저와 이문식씨를 같은 이미지로 보시는데 연기 패턴이나 장르는 비슷하지만 분명히 달라요. 함께하며 느낀 이문식씨의 다른 점은 매우 섬세한 해석을 한다는 거예요. 대본에 표기된 것보다 훨씬 잘 표현하는 친구죠. 그래서 더 자극을 받고 있지만 선후배를 떠나 제게 연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경쟁하며 서로에게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이한위는 많은 연극작품을 접했지만 가장 익숙한 곳은 드라마 촬영 현장이라고 한다. 연극으로 시작해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가 됐고, 영화에도 진출했던 그는 “다시 연극을 하고 있지만 가장 오래 했고, 적응한 장르가 드라마다. 사실 연극은 두렵다”고 말한다. 관객에게 자신의 실체와 한계가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한위는 “한계를 자각하고 즐기려고 이 작품을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가장 놀기 쉬운 판은 TV다”라고 덧붙였다.



연기 달인 이한위가 사는 법

(왼쪽 아래)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에 함께 캐스팅된 이문식과 함께.



“아이를 담보로 배워나가는 것 같아”
그의 말처럼 ‘가장 상스러운 가족’을 표현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이한위는 이 작품을 하면서 가족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13개월 된 첫딸 경희와 둘째를 임신한 아내를 보며 “‘오빠가 돌아왔다’의 아버지와 정반대되는 아버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더욱이 설 연휴 때 딸이 중이염으로 고생해 더욱 절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약을 오래 복용시키는 게 안쓰러워 약을 먹이지 않았더니 감기가 미처 낫지 않은 상태에서 중이염에 걸린 것. 이한위는 “부모로서 안타깝더라도 감기가 나을 때까지 약을 끝까지 먹였어야 했는데 우리가 너무 무지하고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담보로 거듭난 느낌을 받았다는 이한위. 사실 아이가 태어날 때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고 한다.
“통통이(첫딸 애칭)를 낳을 때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대서 자연분만을 고집했어요. 그게 당연히 좋은 줄 알았죠. 그런데 예정일이 지나도 아이가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지인들도 괜찮다고 하고, 산모 상태도 양호해서 안심하고 있었죠. 그런데 촉진제를 넣고 유도분만을 해도 실패했어요. 문득 말 못하는 배 속 아이는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자기 입장을 말할 수 없는 아이가 고통당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의사선생님께 제왕절개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죠. 의사선생님이 정말 훌륭한 생각이라고 하긴 했는데 정작 출산 후에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글쎄 아이 머리가 골프장 2단 그린처럼 위쪽보다 아래쪽이 튀어나와 볼록한 모양인 거예요. 아이도 나오고 싶어 애를 썼다는 증거잖아요. 그 머리를 보고 울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경우가 있을 텐데 아이 처지에서 생각하는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죠. 곧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라 아내와 함께 통통이가 질투심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랑으로 보살피자고 했어요.”
2008년 19세 연하 최혜경씨(31)와 결혼식을 올린 늦깎이 초보아빠 이한위는 더없이 착한 아내가 있어 더욱 살맛 난다. 그는 “아내가 고마워서 하는 얘기지만 정말 날 선택한 걸 비롯해 집식구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로 제정신이 아니다. 우리 아내처럼 남에게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효부상 받았다는 사람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내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아내뿐”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한위는 이번 설에 만삭이 된 아내를 위해 명절 때마다 찾던 고향도 가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가 기다리시는데 가죠”라고 말하는 아내 덕분에 고향을 찾았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아내가 시집을 어려워하거나 꺼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기 달인 이한위가 사는 법


“설 연휴 때도 가자는 아내 말을 듣고 비행기를 탔다가 항공사 측에서 유산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항공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달라고 해서 미안하고 착잡했어요. 첫아이 임신 때도 미안한 일이 있었거든요. 임신을 하고 휴직한 아내에게 ‘편하게 쉬어야 한다는데 어머니와 형수님 있는 고향집에서 쉬고 오면 어떻겠냐’고 했죠. 그랬더니 발랄하게 ‘그래!’이러고 가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지인들이 아내에게 그 말을 듣고서 시댁에 가서 쉴 수나 있었겠냐고 묻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어요. 제가 제 가족이 편한 것처럼 아내도 그럴 거라 생각한 거죠. 미안했어요.”

“제 가족을 위해 오래 살 생각입니다”
어느 것 하나 고맙지 않은 것이 없는 아내지만 난관도 많았다. 나이 차가 크다 보니 이한위는 연애 당시 아내에게 “나를 좋아하지 말라”고 회유와 협박을 하기도 했다. 아내의 한결같은 마음에 용기를 얻고 결혼을 한 후에도 “도둑놈”이란 말이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이한위는 “30대에 나이 차 많은 신부와 결혼하면 도둑놈이라 부르니 40대 후반에 결혼한 나는 ‘대도(大盜)’”라며 “대도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날 아내가 헤어스타일을 바꾸려는데 어찌했으면 좋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말이 어디 있냐. 나는 남편으로서 당신 선택 믿어주고 사랑해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사실 대부분의 부부가 치열하게 자기중심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건 너무 이상만 가지고 결혼해서 그런 거예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풍광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을 바라보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전 억지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아요. 사랑할수록 ‘이해해야지’ 하는 건 깊은 함정이죠. 이해되는 것만 이해하고 살고, 나머지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 또 나이 들어 결혼했으니 더 살아본 놈은 좀 달라야하지 않겠어요? 이해보단 감싸안아주고 품어주려고 해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행복을 느끼고, 그 뭉클한 감정들을 겪으며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 결혼을 하고서야 느낀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감정을 살려 자신의 배역에 더 깊은 숨을 불어넣는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모를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그이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존재한다. 더욱 오래 살아야겠다는 결심이다.
“예전에 누군가 제게 몇 살까지 살고 싶냐고 하면 저는 늘 ‘제 친구들 사는 만큼만 살면 여한이 없겠다’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달라지더라고요. 제 친구들은 이미 자신의 첫아이와 20년 정도를 놀아주고 가르치며 살았잖아요. 제가 친구들과 비슷하게 죽는다면 우리 통통이와 보낼 수 있는 20년이 사라지는 거고요. 그래서 바로 담배를 끊었어요.”
남들보다 오래 행복을 누리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늦깎이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다른 가장들이 해왔던 부분을 똑같이 채워주고 싶다는 바람. 여기에 더해 이한위는 늘, 실천하는 가장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제 인생 많은 부분에 계획은 없어요. 자녀계획도 ‘닥치는 대로 낳자’예요(웃음). 다만 행동하고 솔선수범하는 아빠이고 싶어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를 행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제가 하지 않으면서 가르치는 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만 하면서 자식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제가 행동하는 걸 보고 배우게 하고파요. 양심을 가르치고 싶은 거죠.”

여성동아 2010년 3월 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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