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대지진이 아이티를 뒤흔들었다. 수도가 붕괴됐고,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피해를 입었다. 라틴아메리카 최초(1804년) 의 독립국인 아이티는 지난 2004년 허리케인 여파로 38만 명의 고아가 생기는 시련을 겪은 데 이어 또 다시 덮친 재앙으로 초토화됐다. 이에 캐나다 브라질 등 인접 국가들은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고, 안젤리나졸리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수십억 원을 쾌척하고 직접 현장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한국도 각계각층에서 아이티에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과 함께 후원활동을 하고 있는 스타들도 마찬가지. 특히 주영훈(41)·이윤미(29) 부부는 아이티에 있는 후원자녀 나이카(5)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지난해 아이티를 방문했을 때 단 한 번 만났고 그 후 편지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던 아이지만 아내와 생김새와 성격이 닮은 나이카가 ‘정말 내 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티의 통신시설이 파괴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나이카가 살아 있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것 뿐입니다.”
“아이티의 나이카와 태어날 우리 아기 위해 매일 기도합니다”
지난해 3월, 주영훈·이윤미 부부는 후원자 모집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컴패션 밴드 멤버인 차인표·신애라 부부, 황보 등과 함께 전 세계 26개 수혜국 중 하나인 아이티에 방문했다. 아이티로 향하는 동안 그곳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 진흙을 구워 쿠키로 만들어 먹는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주영훈은 “교회와 학교를 후원하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 공부를 하며 어울렸다”면서 “그중 가장 활발하던 나이카와 금방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후원자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주영훈 부부는 그 자리에서 나이카의 후원 부모가 되었고, 아이티에 머무는 동안 나이카의 가족을 만나고, 나이카와 수영장에 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영훈은 “수영장에 함께 간 나이카가 물놀이를 하는 대신 물이 아까워 몸을 닦아내기만 했다”며 “식사를 할 때도 생전 처음 접해보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맨밥만 떠먹는 그 아이를 보며 목이 메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함께 껴안고 춤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돌아온 후에도 사진과 편지를 주고받았던 터라 그 애틋함은 더하다. 생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영훈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컴패션 밴드의 노래를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 그런데 이것도 제가 이슈를 만들기 위해 하는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사실 컴패션 밴드는 1년 내내 봉사하면서 노래를 해왔거든요. 이번에 노래를 만드는 것도 아이티 모금운동을 돕는 동시에 두고두고 컴패션 밴드와 활동하며 부르려고 만드는 거예요.”
지금도 이윤미의 품에 안겨 잠들었던 나이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주영훈. 세계 각지에 열세 명의 아이들을 후원해왔지만 현재 임신 8개월째인 이윤미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보니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더해져 나이카의 소식을 듣고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먼 이국땅에서 보내온 사진 속 소녀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의 행복함을 느꼈다는 이들에게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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