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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알파걸 그 후

천재소녀 윤송이 신비주의 베일 벗다

글 최종일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0. 02. 17

2007년 김택진·윤송이 부부의 결혼은 1조원대 벤처기업인과 천재소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조용히 결혼식을 치른 데 이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윤송이 부사장이 최근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가 얼마전 한 강연회에 참석, 근황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에 관한 통찰을 들려줬다.

천재소녀 윤송이 신비주의 베일 벗다


엔씨소프트 윤송이 부사장(35)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43)와의 사이에 세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는 윤 부사장은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도 겸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를 수석졸업한 데 이어 만 24세에 미국 MIT대에서 한국인 최연소 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천재소녀’라 불렸다. 귀국 후 매킨지·컴퍼니 매니저와 와이더댄닷컴 이사 등을 지낸 뒤 29세에 SK텔레콤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거 TV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이나영이 연기한 천재 공학도의 실제 모델임이 알려지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렀던 윤 부사장은 2007년 김택진 대표의 결혼으로 다시 한 번 세간에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으로, 지난해 5월 개인 보유 주식가치가 1조원을 돌파한 인물.
윤 부사장은 2004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김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여름 결혼설이 나돌았지만 이를 부인했던 두 사람은 그 해 11월 양가 가족만 참석한 채 조용히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 소식은 이듬해 6월 뒤늦게 언론에 알려졌다. 결혼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게임 아이온이 대박을 내면서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윤 부사장에게 ‘엔씨소프트의 복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지난 1월12일 오후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미래 창조적 융합시대의 준비’라는 주제의 학술교류회에서 만난 윤 부사장은 롱코트 차림으로 한손에 ‘아이폰’을 들고 있었다. 과거보다 다소 살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일이 힘든가보다’란 말에 “재미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과 육아 병행하며 재밌게 지내요”
‘결혼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수줍음 섞인 환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제 30대 중반에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됐지만 자그마한 몸집과 깜찍한 외모 덕에 붙여졌던 ‘천재소녀’란 별명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보였다.
이날 윤 부사장은 산업계 융합 동향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컨버전스(융합)는 편의점에서도 나타난다”며 “지난 10년간 매년 20% 정도 성장한 편의점 업계는 처음에는 동네 가게에서 생필품을 팔았지만, 이후 택배픽업 서비스, 보험업 및 티켓 판매 등 커뮤니티 서비스 중심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왔다. 이것이 하나의 컨버전스다”라고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컨버전스가 경쟁 구도를 바꿔놓고 있다”며, 융합에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 ‘아이폰’을 개발한 미국 애플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처음 아이팟이 등장했을 때는 예쁜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에 아이팟을 그저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여겼다”면서 “그러나 아이팟나노와 아이폰이 나오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폰’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모바일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개발자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게 아니었다는 것.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형성돼 있었고, 개인 개발자 자격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윤 부사장은 “지금은 하나의 버전을 만들면 전 세계 모든 사용자가 쓸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플랫폼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플랫폼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재소녀 윤송이 신비주의 베일 벗다

리니지 아이온 등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부사장. 이들의 결혼은 ‘천재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윤 부사장은 “컨버전스에서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온라인게임도 컨버전스의 총화다”며 “온라인게임에서 런던필하모닉이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등 여러 장르가 모여서 종합예술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장애우들을 위해 의료진·교육자들과 협력해서 인터랙티브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다”면서 “적절한 상상력이 발휘될 때 가치가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부사장은 영화 ‘아바타’로 각종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10여 년전 자신의 실험실을 찾아온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을 연출하면서 유명배우와 작업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하며 아바타(사이버 캐릭터)를 만들어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는 것. 그는 “‘아바타’의 제작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상상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융합시대에는 상상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결혼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그는 이번 세미나 참석 배경에 대해 “아는 교수님들의 부탁이라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제 발표 후 여기저기서 강연요청이 들어오자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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