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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녀

아내와 엄마 사이, 송윤아 속내 고백

“결혼과 임신 후 찾아온 변화,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글 최은영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0. 02. 16

지난해 5월 동료배우 설경구와 2년 열애 끝에 결혼한 송윤아. 뒤이어 자연스레 임신까지 하면서 그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올해로 연기생활 16년째를 맞는 배우로, 한 남자의 아내· 예비엄마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가 프라이버시 인터뷰에 응했다.

아내와 엄마 사이, 송윤아 속내 고백


송윤아(37)는 적당한 시기, 자연스런 변화들에 감사하다며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 우여곡절 끝에 짝을 만나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기에 아기를 가졌다. 그리고 오는 8월이면 그토록 바라던 엄마가 된다. 송윤아는 그런 점에서 지난 2009년에 큰 의미를 뒀다.
배우로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설경구와 비밀연애를 하며 원제가 ‘세이빙 마이 와이프’였던 영화 ‘시크릿’을 촬영했고, 지난해 5월 결혼 이후에는 엄마와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웨딩드레스’를 택했다. ‘시크릿’이 아내와 엄마 사이 배우 송윤아의 변신을 담은 예고편이라면 최근 개봉한‘웨딩드레스’는 송윤아가 데뷔 후 처음으로 엄마 역에 도전한 본편이다.
‘웨딩드레스’는 제작비 10억원 남짓의 작은 영화. 톱스타 송윤아에겐 그것 또한 첫 경험이었다. 하지만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듯 송윤아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묘한 경험을 했다.
영화‘웨딩드레스’의 메이킹필름 마지막 부분에는 송윤아가 감정에 복받쳐 흐느껴 우는 장면이 나온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엄마와 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 여행.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 있던 날,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송윤아는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리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흐느껴 울었다.
“‘웨딩드레스’처럼 규모가 작은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영화를 위해 땀을 흘리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예쁘던지요.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을 꼭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죠.”

“적당한 시기, 자연스런 변화들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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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6년째에 접어든 송윤아는 ‘웨딩드레스’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들이 성적표처럼 받게 되는 영화 리뷰도 호평 일색이다. 송윤아는 “기자들의 리뷰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다”면서도 “보다 많은 분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줘야 할 텐데…” 하며 작은 영화라 흥행이 안될까봐 우려했다.
영화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고운(송윤아)이 홀로 세상에 남겨질 어린 딸 소라(김향기)와 이별을 준비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세상에 ‘모성’그리고 ‘죽음’보다 극명한 사랑과 이별은 단언컨대 없다. 영화는 그 진한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사이를 오가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배우도 울고, 관객도 운다. 울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적어도 억지 눈물을 강요하진 않는다. 바로 여기에 ‘웨딩드레스’의 다름이 숨어 있다. 송윤아가 ‘웨딩드레스’에 애착을 갖는 건 바로 그래서다.
“시나리오엔 우는 장면이 단 한 신도 없었어요. 울지 않아야 했는데 촬영 전부터 자신이 없더니 결국 눈물을 쏟았죠. 지금도 제 연기가 옳았는지는 판단이 어려워요. 그냥 본능에서 우러나는 감정 그대로를 담자 했죠. 영화에 대한 평이 좋은 건 그러한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 아닐까요. 신파지만 더없이 밝고 사랑스러운 영화, ‘웨딩드레스’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영화에서 엄마 송윤아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드라마 ‘온에어’와 영화 ‘시크릿’에서도 엄마였지만 당시는 무늬만 엄마였거나 혹은 단 한 장면 주요 모티프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모성을 연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송윤아는 가족들의 악평과 호평을 들려주며 “실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의 변화가 감사하다”고 했다.
“예고편을 본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윤아가 아직 엄마를 하기엔 이르구나.’그말을 듣고 가슴이 싸했죠. 그런데 어머니는 또 다르셨나봐요. 이건 처음 밝히는 얘긴데요. 영화 VIP 시사가 끝나고 배우 최지우씨에게 전화를 해 ‘영화 어땠냐’고 물으니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들 얘기를 하더라고요. 영화 상영 내내 큰소리로 계속 울어 영화에 집중을 못 했다면서요. 그런데 그분들이 바로 제 어머니 일행이셨거든요. (최)지우는 지금도 몰라요. 제가 얘기를 안 했거든요(웃음)”.



“임신 아니었음…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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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인터뷰는 영화 관계자들의 배려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카페, 사무실이 아닌 서울 인사동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과자·과일 등 먹을거리가 넘쳐났다.
송윤아는 지난해 말과 연초에 걸쳐 자신이 주연한 영화 두 편을 잇달아 선보이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할 새가 없었다. 그 사이 임신에 피로누적, 감기까지 겹쳐 의사의 절대 안정 권유를 받기도 했던 송윤아는 “늦은 나이 임신이라 신경은 쓰이지만 입덧도 없이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고 예비엄마로서의 일상을 말했다.
태교·태명 등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이라며 “엄마가 된다는 게 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대신 그는 영화 ‘웨딩드레스’를 촬영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엄마 체험을 했다. 그것도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고 눈을 감아야 하는 젊은 엄마. 가슴 절절히 엄마 연기를 하며 ‘울 엄마 마음도 이랬겠다’ 느꼈을 그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송윤아의 어머니 얘기로 흘렀다. 그는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에서처럼 울 엄마도 언젠가 제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게 끔찍해요. 아버지가 시골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수입이 많지 않아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죠. 속옷 장사를 하신 적도 있으세요. 젊으실 때 오래 걸으며 서서 하는 일을 많이 해 지금은 관절이 안 좋으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 앞에서는 힘든 내색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죠. 그런 엄마의 딸이어서 감사해요.”
송윤아는 아버지가 다니던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이면 어머니가 밤새도록 김밥을 싸곤 했던 일화도 털어놓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준비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아버지가 바란 일이기도 했지만 어머니 또한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송윤아는 “지금도 그때 그 아이들이 커서 명절 등 특별한 때만 되면 아버지를 찾곤 한다”며 “그런 부모 밑에서 크며 깨닫고 느낀 게 많았다”고 했다.
송윤아는 태어날 아기에게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희망 성별 및 가족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는 “이상하게도 실제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 어떤 기대도 않게 되더라”며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의 순리에 따르려 한다”고 답했다.
송윤아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때의 난처했던 상황도 털어놓았다.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간 다음 날 기사가 났어요. 당시 병원에선 검진 시기가 빨라 지금은 정확히 알기가 어려우니 2주 후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그 상황에서 ‘임신’이라고 기사가 나 얼마나 난처했는지 몰라요.”
그의 임신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 중순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였다. 당시 송윤아의 소속사 측은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물음에 “임신 5주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입장까지 밝혔지만 당사자인 송윤아는 ‘혹시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는 것.
송윤아는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도 아니어서 일단은 맞다고 했던 것”이라며 “그러니 최종 확인을 하기까지 얼마나 가슴을 졸였겠나. 만약 아니었음….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6년 차 여배우 “대표작이요? 너무 많아서…”
95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에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한 송윤아는 지난해 여자로, 배우로 일생일대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결혼 그리고 임신. 배우의 길에 들어선 지 꼭 15년 만의 변화다. 그간 무수히 많은 대본과 시나리오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드라마 ‘미스터Q’로 스타덤에 오른 뒤 지난 2008년 선보인 드라마 ‘온에어’까지 줄곧 정상만을 지켜온 그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부터 보였다.
“‘미스터Q’ ‘왕초’ ‘온에어’… 최근 촬영한 ‘웨딩드레스’도 기억에 남고 말이죠. 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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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 언급할 기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더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이다. 송윤아는 그 작품들로 드라마 ‘미스터Q’ ‘왕초’ ‘호텔리어’ 영화 ‘광복절특사’,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웨딩드레스’를 꼽았다.
드라마 ‘미스터Q’는 배우 송윤아를 있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과 동시에 이름을 알렸다. 송윤아는 “데뷔를 하고도 3년이 지난 98년 찍은 작품인데 아직도 많은 분이 ‘미스터Q’를 데뷔작으로 안다”며 웃었다.
“드라마 ‘왕초’를 하며 연기의 맛을 알게 됐고 이후 ‘호텔리어’에서 푼수기 있는 모습을 보이며 정형화됐던 캐릭터의 틀을 깼어요. 전 드라마로 얼굴을 알리고 사랑 받았어요. 때문에 영화보단 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더 크죠.”
송윤아는 이후 작품 수를 크게 줄이며 천천히 걷기에 들어갔다. 그 시기 만난 영화가 바로 ‘광복절특사’(2002)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 속 문구가 현실이 됐다. 지금의 남편 설경구를 알게 된 것도, 배우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도 ‘광복절특사’가 계기가 됐다.
송윤아는 “불과 11신 출연한 그 영화로 상을 세 개나 받았다”며 “그해 청룡영화상·대종상·춘사영화제를 휩쓸었는데 대단한 성과 아니냐”고 기분 좋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까. 송윤아와 설경구의 만남은 영화로 시작돼, 영화로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복절특사’에 함께 출연하며 처음 만났고 2006년 개봉작 ‘사랑을 놓치다’에서 또 다시 호흡을 맞추며 친분을 쌓은 게 결혼에 이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랑을 놓치다’에서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속내를 드러내는 데 주저했던 대학시절 친구 우재와 연수 역으로 각각 출연했다. 이들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이 당시 영화의 결말이었는데 지난해 5월 두 사람의 결혼은 영화의 마지막 그 후, 우재와 연수의 관계가 발전한 것을 연상케 해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송윤아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의 작품연은 “결혼과 함께 끝이 났다”고 봐도 좋다. 실제 연인 혹은 부부가 한 작품에 출연할 경우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학에서도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송윤아는 어린 시절 단 한 번도 연예인을 꿈꿔본 적이 없다. 대학 선배에게 등 떠밀리듯 이끌려 연예인이 됐고, 무명을 거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최고의 전성기가 있었는가 하면 아팠던 순간도 있었고, 힘들고 숨이 찰 땐 조금 천천히, 낮게도 날아 지금의 자리에 섰다.
송윤아는 “늘 좋기만 했다면 배우로서의 내 삶이 지금처럼 값지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내가 걸어온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앞으로의 배우 인생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시크릿’ 개봉 전 취재차 만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임신 초기 거친 피부하며 보기 좋게 오른 살 등이 변화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선물로 건넨 태교 CD에는 “사야지 하면서 일이 바빠 못 샀는데…. 어떻게, 너무 좋아. 감사해요”라며 다분히 아줌마스럽게 좋은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16년 전 뜻하지 않게 한 맥주 광고에 ‘대학생 송윤아’로 사진과 함께 이름을 올리며 연예계에 입문한 얘기부터 정혜영·션, 강혜정·타블로 등 최근 줄을 잇고 있는 스타 부부 이야기까지 인터뷰라기보다는 수다에 가까운 대화가 한참을 더 이어졌다. 그 모습에서 ‘웨딩드레스’ 이후 ‘진짜 엄마’가 되어 돌아올 송윤아의 원숙한 변신을 직감했다면 성급한 예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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