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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한식, 세계를 가다 ⑤ 영국 런던 편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MYUNG GA 명가 | KOBA 코바 | KAYA 가야

글 신연실 기자 사진 이준호

2010. 01. 20

한식의 세계화는 맛있는 한국 음식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음식을 통해 문화를 전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영국에서 한식의 맛과 멋을 알리고 런더너들과의 문화 소통을 통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레스토랑 ‘명가, 코바, 가야’의 ‘특별한’ 매력을 소개한다.

※ 한식이 한국인의 음식을 넘어 세계인의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홍콩ㆍ뉴욕ㆍ파리ㆍ런던 등 세계 각국의 트렌디한 도시에서 인기 끌고 있는 한식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 생생한 한식 세계화 현장을 소개한다.

20년 전통의 맛!
| MYUNG GA 명가 |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한자리에서 20년, 한국 음식 우수성 알리다
붉은 벽돌의 영국식 건물 1층. ‘명가’라고 힘 있게 쓰인 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0년 동안 거쳐 온 세월의 흐름이 담겨 낡고 닳은 현판이지만 자연스레 풍기는 진중한 역사의 아우라에 길을 지나는 런더너들은 하나같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안으로 들어서면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임승빈(40)·지선민(41) 부부가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명가’다.
20년 전 지 대표 어머니의 손끝에서 시작해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물론 런던을 찾는 국내 정재계 인사들의 베스트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주변에 패션숍과 클럽, 펍 등이 생기면서 현재는 20~30대 현지 젊은이들이 손님의 80% 이상을 넘어섰다. 얼마 전엔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블로그에 소개됐고, 인기 가수 애니 레녹스가 방문해 감탄해 마지않았다 하니, 유럽도 한류가 완전히 넘지 못할 산은 아닌 듯하다.

흔들림 없이 지켜낸 전통의 맛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지선민 대표.



명가의 요리는 까다로운 런더너들의 취향을 반영해 각종 김치와 다양한 나물 반찬 하나까지 세분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메뉴가 90가지를 넘는다. 그럼에도 맛은 한결같아서 단골들이 되레 놀랄 정도. 건어물이나 김 등은 한국에서 공수하고 고춧가루는 직접 빻아 만든다. 각종 채소는 독일에서 지인이 재배하는 것을 받아 사용해 언제나 신선하다. 매콤한 양념을 사용한 돼지불고기와 김치볶음, 보쌈, 닭볶음 등의 메뉴가 특히 인기다.
음식은 한국에서 직접 구입해온 놋그릇에 담아낸다. 런더너들은 은은한 멋을 내는 식기와 담음새에 놀라고 맛에 한 번 더 놀란다. 최근 막걸리에 크랜베리나 오렌지·배·파인애플 등으로 색다른 맛을 낸 막걸리칵테일을 선보이면서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 이탈리아인들에게도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저희가 차려낸 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우리가 전통을 지키며 자부심을 가질수록 이곳 사람들도 우리 전통을 존중하죠. 이젠 명가의 오랜 전통을 이어나갈 셰프 양성이 저희에게 남은 가장 큰 과제랍니다.” 이들 부부는 더 많은 런더너들과 소통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젊은 감각의 레스토랑 분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1 런던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골목에서 2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명가.
2 명가의 인기메뉴 중 하나인 육회. 육회와 비슷한 이탈리아의 카르파초를 접해 본 현지인들도 육회의 월등한 향미와 식감에 놀란다.
3 또 하나의 베스트 메뉴 보쌈. 단골들은 부드럽게 익은 돼지고기를 상추와 배추에 싸먹는 것을 즐거워한다.
4 런치타임엔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TEL l 44-020-7734-8220
HOME PAGE l www.myungga.co.uk

런던 최고 음식점 10곳’에 선정
| KOBA 코바 |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한국 음식 세계화 이루다
모던하게 꾸며진 실내에 귀에 익은 가요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스타일리시한 런더너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고급 식당들이 즐비한 런던 시내 소호 거리에서 맛으로 우뚝 선 레스토랑 ‘코바’다. 이곳은 가게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프랑스 코냑 회사 레미 마르탱이 뽑는 ‘런던 최고 음식점 10곳’에 선정되고 푸드 저널리스트들의 장으로 유명한 ‘메트로’지에서 별을 4개나 받았다. 레미 마르탱사는 선정 이유를 “런던 같은 다문화 사회에서 코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해 흥분됐다”, “영국 음식에 새 물결을 일으킨 개척자”라고 밝혔다. 중국·일본·태국 등 아시아계 음식 열풍을 잠재우고, 한국 음식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을 옮겨온 발판을 코바의 백승재(42)·이선정(38) 부부가 마련한 것이다.

러블리(lovely)하고 고져스(gorgeous)한 한식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백승재 이선정 대표 부부.



“현지인들이 편안히 드나들 수 있는, 문턱 낮은 식당이 되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하려면 제대로 차린 한국 음식과 친근해지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 대표는 싸고 양 많게, 여러 반찬으로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내는 정감 넘치는 한국식 메뉴는 사실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들를 때마다 다양한 음식을 골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지인들에게 알맞은 방법이라는 것. 맛은 우리의 것을, 식문화는 그들의 것을 따르면서 한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니 현지인 단골이 늘어났다. 한국인에게 맛없는 음식은 외국인에게도 맛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백씨 부부는 퓨전이 아닌 한국의 맵고 짠맛을 그대로 선보인다. 혼자 와서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양, 아기자기한 담음새는 덤이다. 저녁시간, 테이블을 가득 메운 현지인의 대화 속에선 멋지다(lovely), 대단하다(gorgeous) 등의 감탄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가게 이름이 코리안 바비큐의 준말이라는 이 집의 메인 메뉴는 단연 바비큐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모둠 구이 형식으로 내는데 테이블마다 배기 후드가 설치돼 있어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다. 두부소배기나 소고기찹쌀구이, 육회 등의 메뉴도 양이 적은데 이는 최대한 많은 한식을 접해보고 한식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코바만의 전략이다. 메뉴는 6개월에 한 번씩 점검·리뉴얼해 인기가 없었던 메뉴 대신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교체해 업그레이드 시킨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일류 호텔 못지않은 메뉴와 맛으로 스타일리시하게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런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한없이 뿌듯하다.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1 유명 식당들이 즐비한 소호거리에서 깔끔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코바.
2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바 테이블. 바에도 배기후드를 달아 연기없이 바비큐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3 코바의 메인이자 인기 메뉴인 모듬 구이. 소량씩 다양한 종류의 구이재료가 나와 까다로운 런더너의 취향에도 잘 맞는다.
4 애피타이저 메뉴 중 가장 인기 있는 두부소배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독특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TEL l 44-020-7580-8825
HOME PAGE l www.koba-london.com

런던 물들인 기품 있는 한식의 멋
| KAYA 가야 |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런던 하늘 아래 자리한 한국의 궁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종업원이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반긴다. 그들의 정성 어린 환대에는 각국의 손님을 한 가족처럼 여기는 따스함이 배어 있다. 1978년에 오픈하고 199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후 현재까지 성업 중인 이곳은 영국 이민 1세대인 서병우(64)·정난주(58) 부부가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가야’다. 서씨는 유럽 내 한인 슈퍼를 소유한 중견 유통업체 ‘코리아푸드’의 대표로서 런던에 한식 재료 유통망을 확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런던 일대에서 한식 고급화를 이끈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가야는 그 명성에 걸맞은 인테리어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국내 인간문화재가 시공한 내부에는 전통적인 색채를 물씬 풍기는 일월도가 벽 한면을 채우고,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단청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레스토랑 곳곳에는 고풍스런 자기들과 노리개·비녀 등 한국적인 소품을 배치해 마치 궁궐 내부를 보는 듯하다.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VIP룸도 한국에서 공수해온 장식장과 전통적인 분위기 벽지, 소품들로 꾸몄다. 이러한 멋스런 인테리어 덕분에 한국인들에겐 현지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비즈니스 미팅의 공간으로, 현지인들에겐 격조 높은 한식 레스토랑으로 알려졌다. 런던의 고급 주택가 메이페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단골손님도 현지 중산층 이상의 30~40대 비즈니스 및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1 식당을 찾은 현지인들은 한복을 입은 종업원의 밝은 미소와 정성어린 환대에 언제나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돌아간다.
2 다양한 생채소를 얇게 저민 연한 안심에 돌돌 말아 상큼한 소스에 찍어먹는 로스편채는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3 궁중음식인 구절판은 한국적인 나전칠기 구절판찬합에 담겨 현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음식으로 나라를 소개하는 한국 전도사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서병우 정난주 대표 부부.



전통적인 궁중 음식의 맛과 멋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이 가야의 실질적인 목표다. 이에 따라 메뉴는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 돌솥비빔밥부터 런던에서 찾아보기 힘든 궁중 요리까지 60가지 이상을 선보인다. 각 메뉴에는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문화를 전달한다는 자부심을 담아 하나하나 정성을 쏟는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 먼저 들러 한국의 정취를 체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음식 맛은 한국의 것 그대로다.
“한국 음식이 영양학적으로나 맛에 있어서 어느 음식에 뒤지지 않음에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맛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 그중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영국 런던에서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전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지요.” 서 대표의 포부처럼 가야를 한번 찾은 이들은 한식을 넘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고 돌아간다.
맛깔스럽게 구운 갈비구이와 가야만의 특별 메뉴인 로스편채, 해물구이를 비롯해 육회, 구절판 등이 이곳의 인기 메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런던의 특색에 맞게 메뉴 중 채소를 주재료로 이용한 음식엔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머릿글자인 ‘V’를 표시해두었다. 바비큐도 이곳 문화에 맞춰 자리에서 굽지 않고 주방에서 구워 옷에 냄새가 밸 염려가 없다. 레몬이나 오이·매실 등을 혼합한 소주칵테일과 와인은 손님이 시키는 음식에 맞춰 직원들이 골라준다.
한식의 성공적인 고급화·대중화를 이뤄낸 서 대표. 그는 더욱 발전적인 한식 세계화 방안으로 ‘현지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시킬 것’을 강조한다. 런던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재팬 푸드, 타이 푸드’처럼 ‘코리안 푸드’ 또한 언제 어디서나 테이크아웃해 먹을 수 있도록 저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라고 말한다.

런던이 푹 빠진, 맛깔스런 한식


1 가야의 VIP룸은 한국에서 공수해온 격자장과 자기로 꾸며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난다.
2 다양한 해산물을 구워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소스에 버무린 해물구이는 런더너의 입맛에도 딱이다.
3 비빔밥과 육회 돌솥 비빔밥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호평을 내리는 가야의 베스트 메뉴다.


TEL l 44-020-7499-0633
HOME PAGE l www.kayarestaurant.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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