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메소드연기’는 바로 그 익숙한 이미지와 배우로서의 욕망 사이 간극에서 출발한다. 극 중 이동휘는 ‘알코올중독 외계인(알계인)’이라는 코미디 캐릭터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지만, 이후 쏟아지는 제안은 하나같이 비슷한 역할뿐이다. 진지한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과 여전히 웃음을 기대하는 대중의 시선 사이에서 그는 점점 흔들린다. 대세 배우 정태민(강찬희)의 도움으로 사극 ‘경화수월’에 합류하며 전환점을 맞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아역 시절 동휘에게 당했던 굴욕을 되갚으려는 태민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동휘의 커리어는 다시금 ‘외계인’이라는 희화화된 이미지로 기울고, 자존감도 바닥을 친다. 여기에 스타를 토크쇼에 불러내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진행자 태런트 킴(박지환), 과장된 촬영장 에피소드 등 실제 연예계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들이 겹겹이 쌓여 페이소스를 더한다. 이동휘는 실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이동휘’ 역을 맡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한 배우의 내면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낸다.

이동휘는 극중 알코올 중독 외계인 연기로 사랑과 조롱을 동시에 받는 배우 이동휘를 연기한다.
“집에서는 살가운 아들로 메소드 연기 중”
영화를 본 소감은요.많이 쑥스럽습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이동휘’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 부담이 컸어요.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보여드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 설정이 나오는데, 촬영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거든요.
본인을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리얼함을 살리려고 하다 보니 화면 속 제 모습이 너무 꾸밈없이 나오더라고요. 차라리 가공의 인물을 연기하는 게 마음 편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이동휘와 영화 속 이동휘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집에서는 조금 무뚝뚝하지만, 밖에 나가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수다도 많은 모습은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은 마음을 고쳐먹고 살가운 아들로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위해 이런 것까지 했다, 싶은 게 있다면요.
외계인 설정이죠. 사극과 가장 대비되면서 웃기고 황당한 설정이 뭘까 생각해보니 외계인이더라고요. 외계인 밈으로 소비되면서 점점 자존감이 흔들리는 배우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요즘도 영화 홍보를 위해 외계인 분장을 가끔 하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창피하더라고요.
극 중 이동휘처럼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본인이 원하는 모습 사이 간극을 느낀 적이 있나요.
인간 이동휘로서는 코미디 장르에 대한 감사함이 굉장히 큽니다. ‘이번에는 얼마나 재미있게 해줄까’ 기대해주시고, 또 실제로 제가 나왔을 때 웃어주시면 큰 행복을 느끼거든요. 다만 배우로서 13년 차가 되다 보니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어요. 비슷한 캐릭터로 보이거나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립영화도 하고, 연극 무대에도 서는 등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를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히려 내려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축구선수나 피아니스트처럼 같은 대사를 반복해서 연습하고, 다른 관객을 만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훈련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계속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태런트 킴이나 정태민 같은 인물을 만난 경험이 있나요.
실제로 그런 분들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극 중 정태민처럼) 세그웨이를 타고 촬영장에 오는 배우도 본 적이 없고요. 가족과 함께하는 장면들은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반대로 촬영장 에피소드는 조금 더 과장된 허구에 가깝게 표현했습니다.
극 중 ‘DiCaprio’라고 쓰인 모자를 자주 쓰고 나오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가장 행복한 배우가 누구일까’ 생각해봤더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더라고요. 세계 최고의 감독 및 스태프와 일하고,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고, 차차차기작까지 정해져 있고요. 개인적으로 부러운 배우이기도 하고, 실제로 제가 자주 쓰는 모자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웃을 때 행복하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런 순간을 꼽자면요.
시상식 장면에서 현봉식 선배가 극 중 배우 최우식으로 소개되는 장면요(웃음). 제가 강력하게 요청한 설정이었는데, 관객들이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코미디 감각이 아직 녹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최우식 배우에게 허락도 받았다고요.
네, 흔쾌히 허락해줬습니다. 현봉식 선배가 그 역을 맡는다고 하니까 더 좋아하더라고요.


현실에선 극중 이동휘처럼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살가운 아들이 되고자 ‘메소드 연기’ 중이라고 한다.
20년지기인 감독과 존댓말 하며 영화 촬영
감독과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동갑내기 친구들끼리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과정이 녹록진 않더라고요. 의견 차이가 나더라도 사람들 보는 데선 싸우지 말자, 농담 삼아 그런 얘기도 했습니다. 20년지기고 서로 가장 잘 아는 사이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현장을 대하는 모습이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존댓말을 쓰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려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웃음).
이기혁 감독과의 인연이 궁금하네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이고,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일찌감치 데뷔한 데다 송해성 감독님의 조카이기도 해요. 어느 날 감독을 하겠다며 단편영화 ‘메소드연기’ 시나리오를 가져왔는데, 진지하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친구 덕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곳에도 처음 가보게 됐죠.
극 중 형으로 출연한 윤경호 배우는 요즘 예능에서도 인기가 많은데요.
촬영장에서 편하게 옷 입고 계신 경호 형을 보니 진짜 몇십 년 동안 거기서 살아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그 모습을 한번 보고 나서는 그냥 그 분위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던 분이기도 하고,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저는 ‘묻어간다’는 생각으로 많이 기댔습니다. ‘에피소드 자판기’이기도 하고, 요즘 ‘유림핑’이라는 애칭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개봉을 앞둔 제작자로서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태민 역을 맡은 강찬희 씨는 얄미운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 같아요.
찬희 씨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순하고 선한 친구라 정태민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옆에서 “괜찮다, 더 해도 된다, 더 세게 가도 된다”고 계속 부추겼죠. 이 작품에서 가장 치열하게 메소드 연기를 한 배우가 찬희 씨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이견 없이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꿈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사람이 메소드 연기를 하며 산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이 영화가 배우들만의 이야기라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연기하며 살고 있는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배우로는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서 만류가 많았어요. 그럴 때 겉으로는 “맞습니다. 쉽지 않겠죠”라고 답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또 계속 준비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추진해나갔거든요. 그런 모습 자체가 일종의 ‘메소드 연기’라고 생각해요. 마음속 생각과 다르더라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은 채 계속 나아가는 거죠. 어쩌면 무언가를 증명하기 전까지는 그런 과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동휘 씨가 증명하고 싶은 건 뭔가요.
앞서 말씀드린 디카프리오처럼,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롤 모델이 디카프리오인가요.
제가 미국까지 너무 멀리 가버렸는데, 가까이에는 최민식 선배님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죠. 그분들 발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라는 독특한 흥행 공약을 내세웠던데요.
공약이라는 게 쉬우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사람들 없는 조용한 곳에 가서 외계인 분장하고 살자, 그런 거죠. 기대 관객 수(300만 명)가 상당해서 공약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외계인 분장을 한다고 한들 혼자 방문 닫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텐데요(웃음).
그래서 나영석 PD님이 영상으로 공약 이행 과정을 팔로해주시겠답니다. 제가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 나 PD님이 굳이 하겠다고 하셔서 좀 난감한 상황입니다(웃음).
3년 전 촬영한 작품을 이제야 내놓게 됐는데,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개봉이 확정됐을 때, 준비하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극장에 걸리기까지 제작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겸손을 배우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만큼 많은 분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휘 #메소드연기 #여성동아
사진제공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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