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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남보원’으로 ‘넘버원’ 박성호 전성시대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이엔티팩토리 제공

입력 2010.01.18 17:52:00

요즘 ‘개그콘서트-남성인권보장위원회’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말이다. 이 코너로 남성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성호. 그는 데뷔 13년째를 맞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개콘-남보원’으로 ‘넘버원’ 박성호 전성시대


“네 생일엔 명품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 “영화표는 내가 샀다! 팝콘은 네가 사라!”
이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남자들은 10년 묵은 가슴속 체증이 싹 내려갔다고 한다.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남자들의 고충을 재치 있게 풀어낸 KBS ‘개그콘서트-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하 남보원)’. 코너를 이끌어가는 세 남자 중에서도 강기갑 의원을 패러디한 박성호(36)가 유난히 눈에 띈다.
올해로 개그맨 데뷔 13년째인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고참 중의 고참이다. 연차를 따지지 않는 그는 한참 후배인 황현희 최효종과 팀을 꾸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앙탈을 부리다가 요술봉의 마법과 함께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든다. ‘남보원’ 탄생에 대해 그는 “원래는 없어질 코너였다”며 운을 뗐다.
“처음에 ‘개그콘서트’ 감독님이 ‘남성부’를 주제로 코너를 짜보라고 하셨어요. 코너 이름을 ‘남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꽤 무겁게 지었죠. 기획 첫째 주에 실험적으로 무대에 올렸는데 반응이 싸늘했어요. 그런데 맨 마지막에 저희가 일어나서 외치는 구호를 듣고 웃어주시더라고요. 그때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쉽게도 첫 녹화 때는 통편집이 됐지만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게 잡을 수 있었다. 여성들을 향해 투쟁하는 듯한 형식으로 밀고 나가기로 한 것. 그때부터 그는 영화를 보거나 쇼핑하러 갈 때 연인들의 데이트 패턴을 자세히 관찰했다. 특히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것에 주목했고, 그 중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끄집어내 통쾌하게 비틀었다.
두 번째 녹화 때는 그가 “여성 여러분! 그거 아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괜히 말했어, 괜히 말했어, 나 버림받을 거 같애” “뾰로롱~” 같은 멘트를 던질 때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다행히 그 주에는 방송을 탈 수 있었고 코너는 살아남게 됐다.
그는 ‘개그콘서트’ 내에서도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강기갑 의원 분장을 하고, 요술봉을 휘두르는 것 모두 그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떠올리지 못할 일이다. 비결이 있냐고 묻자 그는 “평소 생활하다가 특이하게 보이는 건 죄다 기억해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강기갑 의원을 처음 봤을 때 ‘언젠가 꼭 개그에 써먹어야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회를 노리다 남성부 소스가 주어졌을 때 바로 대입시켰죠. 만약 코너가 망하더라도 ‘봉숭아학당’의 학생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웃음).”
방송이 나가고 곧바로 정치권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는 일부러 통화를 피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왜 우리 의원을 희화하느냐’라고 할 것 같았고, 다른 당에서는 ‘왜 특정 정당을 홍보하냐’라고 할 것 같았다. 전화는 민노당 쪽에서 걸려왔는데 대신 받은 작가의 말로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자타공인 아이디어 뱅크, 가끔 아내가 아이디어 주기도
다중인격이 드러날 때 사용되는 요술봉 또한 꽤 화제가 됐다. 이 특이한 요술봉은 그가 자주 가는 홍대 앞 술집에서 발견한 것. 종업원이 주문 받은 후 요술봉을 휘두르며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주인에게 요술봉 구입처를 물어 비슷한 물건을 찾았지만 마음에 쏙 들지 않아 결국 동대문 시장을 샅샅이 뒤졌고, 방송에 제격인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박성호는 의외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사실 그는 고등학교 때 말썽을 피우던 학생이었는데 고3이 돼서야 대입을 위해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자신이 개그에 재능이 있다는 건 대학에 진학한 후에야 알게 됐다.
“그림을 자유분방하게 그렸는데 교수님께서 개성이 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전시회를 할 때도 제 그림을 입구에 걸어주셨을 정도였죠. 이후로도 교수님은 계속 탤런트 기질이 있는 것 같으니 나중에 그런 쪽으로 나가보면 어떠냐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때까지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노는 게 좋았을 뿐이었는데 군대를 갔다 와서 고심한 끝에 본격적으로 개그맨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두 번의 낙방 끝에 그는 97년 KBS 개그맨 공채 13기로 합격했다. 데뷔하자마자 여러 코너에서 재능을 펼쳤던 그는 그해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인기를 얻은 덕분에 2004년에는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았고, 2007년부터는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많은 선후배가 개그콘서트를 떠날 때도 그는 꿋꿋이 살아남았다. 비결에 대해 그는 “사람들 관찰을 잘하고, 후배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후배들과 같이 할 때 많은 걸 배워요. 사람의 능력이라는 게 원래 한계가 있잖아요. 후배와 코너를 짜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좋은 결과를 내게 돼요. 내가 가진 색깔이 주황색이고 후배의 색깔이 노란색이라면 그걸 섞었을 때 더 아름다운 색깔이 나오는 거죠.”

‘개콘-남보원’으로 ‘넘버원’ 박성호 전성시대


개그맨 데뷔 후 전성기를 누리던 2004년,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한 대학축제에 공연을 하러 갔던 그는 친구를 따라 대기실에 놀러온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이후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고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한 살이라는 나이 차 때문에 한동안 처가집에 교제 사실을 비밀로 해야 했다. 2년 열애 후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갔을 때 장인 장모는 다행히 그를 마음에 들어했고 두 사람은 2006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170cm 키에 상당한 미모, 그리고 열한 살이라는 나이차. 여러모로 아내는 박성호에게 넘치는 상대다. 그러다보니 ‘남보원’이 실제 박성호의 결혼생활에서 모티프를 따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박성호는 실생활에서 아내에게 ‘남보원’ 구호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아내는 주변 친구들의 연애 에피소드를 취재해 아이디어를 주며 내조를 하고 있다. 그는 “아내가 해준 말이 그대로 방송을 탄 적도 있다”며 웃었다.
“가끔 고심해서 짠 개그를 아내에게 먼저 보여줘요. 그러면 아내가 ‘이 부분은 좀 약한데’라며 다른 아이디어를 내죠. 얼마 전에는 ‘여성 여러분! 오늘도 남자친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고 있습니까’라고 써 있는 걸 보더니 ‘다 바꾸고’를 ‘리모델링’으로 수정해주더군요. 훨씬 임팩트 있게 바뀌어서 감독님도 OK했고, 그대로 방송까지 나갔어요(웃음).”
박성호는 지난해 3월, 그를 똑 닮은 아들을 얻었다. 결혼 3년 만에 얻은 아들인지라 양가 부모가 매우 기뻐했다고. 그는 요즘 집에 들어가면 아들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한다.



예능에 대한 꿈 · 후배 양성하는 보람
개그콘서트에서 함께했던 후배 정형돈 유세윤 이수근 등은 현재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도 예능에 한번쯤 욕심을 가졌을 법도 하다.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제게 없는 능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스타골든벨’ ‘해피투게더’ ‘절친노트’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봤는데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개그콘서트’에서는 제 코너만 열심히 준비해 5분 동안 다 보여주고 내려오면 그만인데 예능은 하루 종일 녹화가 진행되더라고요. 쉴 때도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어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장르”라고 말하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좋은 프로그램에 투입돼 또 다른 웃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에 더해 그는 강단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보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후배를 양성하는 일은 육체적·정신적 피곤함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성취감을 안겨준다고. 처음 그가 강의를 하러 갔을 때 마냥 신기해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교수, 개그맨 선배를 넘어 인생 선배로 생각하며 잘 따른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누구나 고민이 많잖아요. 개그에 대한 강의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생에 관한 카운슬링도 해주죠. 제가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들보다는 많은 경험을 했으니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전해주면서 도움이 됐으면 해요. 그런 시간을 통해 보람도 느끼고, 가끔은 저도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기도 해요.”
어느덧 30대 중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낄 시기다. 개그맨은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재테크에도 일찍 눈을 뜬다. 그만의 재테크 노하우를 묻자 박성호는 “재테크도 필요하지만 좋은 사람을 얻는 인(人)테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면 좋은 친구가 결국 재테크에도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개그콘서트를 통해 10년 넘게 사랑을 받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도 곁에 있는데다 좋은 동료까지 함께하니까요. 언제까지 ‘개그콘서트’에서 살아남을지는 모르지만 늘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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