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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기대되는 변신

데뷔 후 첫 주연, 배수빈 천사와 악마 사이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09.12.22 11:21:00

배수빈의 방에는 두 개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천국같이 새하얀 배경의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어둡고 섬뜩한 분위기의 드라마 ‘천사의 유혹’이 바로 그것. 몇달 사이 극과 극의 역할을 맡은 그는 ”이제야 연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데뷔 후 첫 주연, 배수빈  천사와 악마 사이

따뜻한 눈길로 사랑하는 여자를 말없이 지켜주던 ‘키다리 아저씨’와 한 여자를 파멸로 이끄는 ‘옴므 파탈’이 같은 사람이라면? 배수빈(33)이 올 한 해 확연히 대비되는 두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종영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배수빈은 씩씩하고 명랑한 고은성(한효주)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준세 역할을 맡아 부드러운 남자로 주목받았다. 그로부터 4개월 뒤, 그는 드라마 ‘천사의 유혹’을 통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았던 악녀 주아란(이소연)을 유혹해 철저히 망가뜨리는 나쁜 남자 안재성으로 변신했다.
11월 중순,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는 말끔한 수트 차림에 올백 헤어스타일을 한 채였다. 외모만 보면 강렬하고 까칠한 분위기를 풍겼으나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실제 모습은 ‘준세’에 더 가까웠다. 그 역시 “평소 성격과 다른 역할을 하려니 조금 어렵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줄곧 착한 남자만 연기하다가 눈에 힘주는 연기를 하려니 어색해요(웃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죠. 이번 작품에서 이미지 변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승마·수영 등 많은 것을 준비했어요.”
의상과 헤어에도 신경을 쓴 듯 보인다고 하자 그는 “촬영 전 감독·스타일리스트와 의논을 많이 한 결과”라고 답했다. 올백 스타일이 자칫하면 촌스럽고 느끼해 보일 수 있지만 전작과의 차별성, 강한 캐릭터 표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그는 첫 등장 장면에서 탄탄한 식스팩 복근을 선보여 뭇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몇 주간 체중감량을 하고 헬스장에서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복근이 생김과 동시에 복병을 만났다고.
“근육을 만들려면 지방을 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얼굴 살도 같이 빠지더라고요. 복근은 멋있는데 얼굴을 클로즈업하면 마치 못 먹고 다니는 사람처럼 마르게 나와 어찌나 당황했는지…. 그 장면 찍고 난 이후 곧바로 얼굴 살을 찌워서 그나마 볼만해졌죠. 대신 복근은 싹 없어졌어요(웃음).”
그가 맡은 재성은 극 초반에 한상진이 연기했는데 죽음의 위기를 이겨낸 뒤 전신성형을 거쳐 외형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주아란에게 모진 시련을 당한 사람은 한상진인데 복수는 배수빈이 하는 셈. 때문에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 역시 특이한 극중 설정으로 고심을 했다고.
“시청자가 보기에 어색한 부분이 없도록 감정을 그대로 이어가야 했어요. 대본만 보고는 하기 힘들었죠. 드라마 처음부터 돌려보기를 반복해 모질게 당했던 장면을 다 기억해뒀어요. 아란과 마주하는 연기를 할 때마다 당했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분노의 감정이 잘 나오더라고요. 다행히 시청자 반응도 좋아요.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을 모니터링했더니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푹 빠졌다’는 분도 있어 안심했어요(웃음).”
‘천사의 유혹’은 아내의 잔인한 행동에 남편이 수술을 받고 다시 나타나 유혹한 후 복수한다는 점에서 ‘남편 판 아내의 유혹’이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배수빈은 장서희와 비교되고 있다. 안 그래도 배수빈은 앙드레김 패션쇼에서 만난 장서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데뷔 후 첫 주연, 배수빈  천사와 악마 사이

‘남편판 아내의 유혹’, 장서희에 조언 구해
“장서희 선배에게 어떻게 연기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대본에 푹 빠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덧붙여서 ‘연기하는 맛을 알게 될 거예요’라고 했는데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한 회 한 회 찍으며 극에 몰입하다보니 등골 오싹해질 때도 있고, 약간의 희열도 느껴져 ‘이런 게 악역을 연기하는 재미구나’하는 걸 느꼈어요(웃음).”
실제로 배수빈이 여성에게 배신당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는 “물리적으로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다른 류의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남자가 받은 만큼 똑같이 여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건 쪼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믿고 결혼한 아내가 내 아이를 말한 마디 없이 지우고,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 등 악한 행동을 하면 복수를 할 수도 있죠. 전 그냥 제가 더 잘되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진정한 복수는 인간의 몫이 아닐뿐더러 복수하는 시간 자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상대가 바라던 것과 달리 잘 살아가는 게 진정한 복수라 생각해요(웃음).”
뒤늦게 합류한 배수빈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걱정했다. 여주인공 이소연을 비롯해 홍수현, 김태현까지 모두 자신보다 네댓 살 어린 친구들이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수현이와 연기할 때 가장 편해요. 그냥 일반 연인들처럼 데이트하는 듯한 멜로 감정이 자연스레 나오거든요. 소연이와 연기할 때는 섬뜩할 때가 많아요. 한번은 촬영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카메라가 꺼졌는데도 큰 눈으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더라고요. 뒤돌아보고 깜짝 놀라서 ‘쉴 때는 좀 쉬어’라고 말했죠(웃음).”
그는 올해만 두 편의 드라마, 네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조만간 한채영·강혜정과 함께한 ‘걸프렌즈’를 비롯해 김범과 호흡을 맞춘 ‘비상’, 신성우·예지원과 작업한 ‘결혼식 후에’ 등 세 편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 2009년 한 해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한 배수빈. 벌써부터 그의 다음 변신이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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