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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얼굴

남편 똑 닮은 아이 안고 돌아온 김보민 출산 후 첫 인터뷰

“엄마와 아내로 지낸 일본 생활, 아이 낳고 더 커진 일 욕심…”

글 김유림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 디초콜릿커피 서래마을점

2009. 11. 25

결혼은 ‘나 위주의 삶’에서 ‘가족을 위한 삶’으로 인생의 경로를 바꿔놓는다. 지난 2007년 축구선수 김남일과 결혼한 김보민은 일본에서 활약 중인 남편을 위해 ‘기러기 엄마’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지난 10월 중순 육아휴직을 끝내고 방송에 복귀한 그에게 온전한 가정주부로 지낸 1년간의 일본생활, 아이 키우는 행복을 들었다.

남편 똑 닮은 아이 안고 돌아온 김보민 출산 후 첫 인터뷰

KBS 아나운서 김보민(32)이 ‘서우 엄마’로 돌아왔다. 2007년 결혼과 동시에 허니문베이비를 가진 그는 지난해 출산 후 일본 J리그 빗셀 고베에 몸담고 있는 남편 김남일(33)을 따라 일본으로 떠났었다. 아장아장 걸음마하는 서우를 앞세우고 카페에 들어선 김보민은 몰라보게 날씬해진 모습이었다. 임신 중 몸무게가 20kg 넘게 불었지만 운동으로 출산 전 몸매를 되찾은 것. 다이어트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남편이라고 한다.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톡톡히 해줬어요. 일본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운동하기 좋은 장소가 있어 날마다 그곳 트랙을 돌고 근력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한번은 남편과 크게 싸웠어요. 유난히 운동하기 싫은 날이었는데, 남편이 보는 앞에서만 열심히 뛰고 뒤에 가서는 슬슬 걷다가 딱 걸린 거죠. 멀리서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남편이 서우 유모차를 끌고 몰래 제 뒤를 밟았더라고요(웃음). 남편은 ‘이렇게 할 거면 당장 때려치라’며 크게 화를 냈어요.”
지난 1년간의 일본생활은 그에게 행복한 추억을 가득 안겨줬다. 결혼 후 출산 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주말부부 생활을 했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은 더욱 컸다. 또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모든 것을 남편,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위주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마트에서 우유 한 병을 사더라도 세 식구가 총출동했다”며 웃었다.
그동안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림을 꾸려갔다. 매끼 식사 준비에 청소며 빨래 등 집안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다고 한다. 남편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시어머니, 시할머니는 물론 서울에서 자주 다니던 단골식당 주인에게 ‘손맛’을 전수받기도 했다.
“남편이 김치찌개·된장찌개·제육볶음을 좋아해서 자주 해줬어요. 처음에는 요리 솜씨가 별로였는데 자꾸 하다 보니까 조금씩 늘더라고요. 미역국을 처음 끓였을 때는 간장으로만 간을 한 바람에 색깔이 검정색이었어요(웃음). 항상 남편한테 맛을 냉정하게 평가해달라고 얘기해요.”
초보 엄마인 그에게 육아는 보통일이 아니다. 잠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 보니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은 적도 있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그가 가장 공을 들인 건 모유수유. 1년 동안 아이에게 젖을 물린 그는 모유야말로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돌 되기 하루 전까지 모유를 먹였어요. 마음 같아선 더 먹이고 싶었지만 앞으로 일을 시작하면 모유 먹이는 게 힘들 것 같아 끊었죠.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모유를 먹이다 보니 지난 1년 동안 밤부터 아침까지 쭉 이어서 자본 적이 없어요. 처음에는 새벽에 깨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젖 먹이는 데도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누워서 젖을 물리는 게 그렇게 편한 줄 몰랐어요(웃음).”
김보민은 임신기간 내내 입덧 한번 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냈지만 출산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아이가 배 속에서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해 12시간 진통 끝에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것. 아이는 예정일보다 2주 정도 일찍 태어났는데, 한국에 들어온 지 며칠 안 됐을 때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가 “곧 아기가 나올 거 같다”는 의사 말에 바로 출산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시 김남일은 월드컵 대표팀 훈련에 참석하느라 안타깝게도 출산을 지켜보지 못했다.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간다고 하니까 남편이 대뜸 참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이 굉장히 서운하게 들렸어요.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남편 없이 아이를 낳을 걸 생각하니 두렵기도 했지만 진통을 오래 하면서 ‘차라리 옆에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은 아이 태어나고 바로 다음 날 경기를 치르러 떠난 게 미안했는지 산후조리하는 동안 예고도 없이 병원으로 찾아와 깜짝 놀라게 해줬어요.”
갓난아기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우는 이유를 몰라 가슴을 졸이는 날이 많다. 김보민은 아이가 돌 지날 무렵 심하게 앓는 모습을 보고 속을 태웠다고 한다. 원인은 ‘돌발진’이었는데, 며칠 동안 열이 39℃까지 오르고 젖도 잘 먹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그때 남편이 따뜻한 물수건으로 아이 몸을 닦아주고 해열제를 먹이는 등 그보다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한다.
육아 정보는 주로 책과 인터넷을 통해 얻고 있다. 일본에 있을 때도 인터넷 육아 정보 사이트에 가입해 궁금한 내용은 직접 글을 올려 해답을 얻었고, 인터넷으로 육아책과 동요CD를 주문하는 등 손쉽게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김보민은 “나보다 남편이 육아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다”며 “임신 중에도 매일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에게 태담을 들려줬다”고 자랑했다. 김남일은 평소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그와 아이한테만큼은 곰살궂게 잘 한다고 한다.
“운동하고 와서 피곤할 텐데 새벽에 아이가 깨면 안고 노래를 불러줘요. 아이 옷도 남편이 더 잘 골라요. 저는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 많이 안 샀으면 하는데, 남편은 뭐든 해주고 싶은가봐요. 그리고 아이 물건을 사면 꼭 기록을 남겨요. 장난감 하나를 사더라도 매직으로 산 날짜와 장소, 아이한테 해주고 싶은 간단한 메시지 등을 적죠(웃음). 아이도 아빠의 사랑을 아는지 얼마 전 남편과 영상통화를 하던 중 아이가 아빠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면서 ‘아빠 아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어요.”

남편 똑 닮은 아이 안고 돌아온 김보민 출산 후 첫 인터뷰

육아 상식 풍부하고 아이한테 곰살궂게 잘하는 남편
얼굴이 알려진 탓에 결혼 전 3년 동안 조심스레 사랑을 키운 김남일·김보민 부부는 결혼 후 마음 놓고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물론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데이트가 더 즐겁다고 한다. 출산 후 얼마 안 돼서는 기분전환을 위해 2박3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두 사람이 연애시절 자주 갔던 카페와 식당을 찾았다고. 아이에게도 여기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며 새록새록 추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연애할 때 비하면 요즘은 다툴 일이 거의 없어요. 예전에는 싸우면 저는 금방 푸는 성격이고 남편은 꽁하는 성격이었는데, 결혼하고 남편이 180도 달라졌어요. 서로 좋은 점은 닮아가는 게 결혼생활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그는 일본에 있는 동안 남편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남편이 원해서이기도 하고, 그 역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장에 누가 쓰러져 있으면 남편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운동선수의 아내로서 그가 선택한 내조법은 ‘잔소리하지 않기’.
“거의 매주 경기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웬만한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싶으면 남편한테 아예 얘기를 안 하죠. 다행히 저 자신도 잔소리하는 걸 싫어해요(웃음). 신혼 초에는 양말 벗어놓는 것 가지고도 옥신각신한다고 하는데, 각자 개성을 존중하고 최대한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남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처럼 남편도 제가 방송일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많이 애써요.”
“아이 엄마로서 따뜻한 시선으로 방송하고 싶어요”
지난 10월 중순 ‘스포츠타임’으로 복귀한 김보민은 첫 방송에서 남편 김남일을 인터뷰했다. 국가대표팀과 세네갈전이 있던 14일 경기를 마친 남편을 늦은 밤 급하게 섭외한 것. 평소 인터뷰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김남일은 “쑥스럽다”고 하면서도 두 시간 가까이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한 뒤 바로 다음 날 새벽 일본으로 떠났다고 한다. 남편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종종 상상했다는 김보민은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지 몰랐다”며 밝게 웃었다.
“남편과 가끔 ‘인터뷰 놀이’를 하곤 했어요. 제가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보?’하고 물으면 남편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보’ 하면서 장난을 했죠(웃음). 이번 인터뷰는 스포츠와 관련해 공적인 내용으로 진행됐지만, 집에서 연습한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칠 수 있었어요.”
남편은 이번 복귀를 앞두고 전적으로 그의 의사를 존중해줬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일에 대해서는 서로의 선택에 맡기고 열심히 내·외조하기로 합의한 터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던 건 김보민 자신이다. 운동선수라는 직업적 특성상 아내의 내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 더군다나 일본과 한국에서 떨어져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남편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 김보민은 “얼마 전 기사에서 기자의 실수로 ‘전 아나운서 김보민’이라고 잘못 쓰여진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때 ‘일을 그만두면 후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입사 7년 차인 그는 요즘 새삼스레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다. 1년 동안 방송을 떠나 있었기에 부담감도 들지만 ‘이제는 못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든다고 했다.
“선배들의 말처럼 엄마가 되니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아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배려하고 맞춰가면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하는 걸 깨닫고 있거든요. 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좀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둘째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 욕심이 많은 남편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우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김보민은 “결혼할 때는 다섯을 낳자고 했는데 서우 태어나고 그나마 셋으로 줄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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