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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얼굴

故 장진영 49재 & 남편 김영균씨 인터뷰

‘일곱 번의 작별인사’

글 이설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11.25 10:20:00

영화처럼 살다 간 배우 故 장진영의 49재가 열렸다. 이제는 가족이 된 남편 김영균씨가 장인 장모와 함께 아내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에 화답하듯 추모식이 끝날 쯤 강한 바람에 고인의 사진이 쓰러졌다. 남은 이들의 깊은 슬픔 & 그리움.
故 장진영 49재 & 남편 김영균씨 인터뷰

1 조촐하게 치러진 49재풍경



영화처럼 살다 간 배우 故 장진영의 49재가 열렸다. 이제는 가족이 된 남편 김영균씨가 장인 장모와 함께 아내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에 화답하듯 추모식이 끝날 쯤 강한 바람에 고인의 사진이 쓰러졌다. 남은 이들의 깊은 슬픔 · 그리움.
글 이설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진영아 49재다. 엄마 아빠 가족들 다 왔어. 잘 있었지. 네가 많이 보고 싶어. 꿈에라도 만나서 너 있는 곳 주소를 안다면 엄마 마음이 이렇게 아프진 않을 텐데. 네가 간 곳을 모르는 엄마는 추억과 흔적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지우려야 지울 수 없다. ‘너의 자상한 사랑’에 엄마는 많이 행복했어. 건강한 몸으로 하고픈 운동도 하고 먹고픈 음식도 가리지 말고 먹고 이루고자 하는 꿈도 꼭 이루길 바란다. 주님의 사랑 받으면서 행복한 삶과 연이 이어지길 기도할게. 잘 있어. 엄마 또 올게. 2009.10.19 엄마가’
(故 장진영 추모관 방명록에 장씨의 어머니가 남긴 글)
일곱 번의 작별을 치른 어머니는 딸에게 “건강한 몸으로 음식 가리지 말라”고 메시지를 띄웠다. 故 장진영의 49재 추모제가 열린 10월19일. 이제 정말 딸의 손을 놓아야 하는 부모는 또 한 번 가슴으로 울었다. 고인의 남편인 김영균씨(43)도 장인과 손을 꼭 붙들고 자리를 지켰다.

故 장진영 49재 & 남편 김영균씨 인터뷰

2 손 꼭 맞잡은 장인과 사위 3 4 \'장진영관\'은 고인의 생전 사진과 유품으로 꾸며졌다.



고인 생전 추억으로 꾸민 ‘장진영관’
추모제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광주시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서 열렸다. 고인의 유골이 안치된 곳이다. 행사는 가족들이 참석한 49재 제례를 시작으로 추모 예배, 가족과 팬들의 추모사 낭독의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5층 천상관 7호실에 마련된 ‘장진영관’이 일반에 공개됐다.
이날 행사는 유족과 지인 70여 명이 참석해 조촐하게 치러졌다. 동료 연예인은 유족의 뜻에 따라 참석하지 않았다. 고인과 친분이 두터운 이현승 감독과 조선희 사진작가 등만 참석했다. 추모식은 고인의 생전 종교에 따라 기독교식 예배로 치러졌다.
교인들의 추모찬송에 이어 강병영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개사한 추모시를 낭독했다. 이어 아버지 장길남씨가 “아직 진영이가 먼발치에서 아비를 부르며 달려올 것 같아 가슴이 저린다. 배우로서 못다 이룬 꿈을 아픔과 고통 없는 곳에서 이루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약 11㎡ 크기의 ‘장진영관’에는 고인의 유골함과 생전에 아끼던 유품들이 전시됐다. 추모관 왼편에는 고인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팬들이 제작한 액자가 걸렸다. 정면에 설치된 화면에서는 고인의 백일 사진부터 ‘싱글즈’ ‘국화꽃 향기’ ‘청연’ 등 작품활동 당시의 모습으로 구성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 아래에는 팬들이 선물한 종이학과 편지, 출연 대본과 아꼈던 DVD, 마지막 순간까지 읽은 책 ‘긍정의 힘’ 등이 전시됐다.
오른편에는 영정사진과 유골함, 영화제에서 받은 트로피와 드레스, 구두, 백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장진영의 소속사 관계자는 “너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여배우의 명예를 살릴 정도로 꾸몄다. 고인이 영원히 잠드는 장소인 만큼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다. 전시 유품은 가족과 남편 김씨가 함께 골랐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CCTV 3대를 설치했으며, 전시 유품은 방문하는 추모객을 배려해 정기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故 장진영 49재 & 남편 김영균씨 인터뷰

장진영 남편 김영균씨 하늘로 띄우는 편지
“좀 더 버텨 줄 줄 알았는데… 지금도 곁에 있는 듯”



“사진 보세요, 진영이 참 예쁘죠?”
故 장진영씨의 남편 김영균씨(43)가 불쑥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민다. 화면 속 장진영은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다. 머리에 파마 기계를 잔뜩 말고 익살맞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표정도 밝고 혈색도 좋다. 김씨는 “마지막, 살이 5kg 빠지기 전 사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병을 발견하기 전인 2008년 초 고인과 인연을 맺어 아픈 연인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고인의 49재가 끝난 뒤 김씨와 마주 앉았다. 지난달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다. 3일간 부부로 지낸 아내를 떠나보낸 지 49일. 그는 아직 가슴속 슬픔 한 덩이를 덜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고인과 통화하던 시간이면 귓가에 목소리가 들리고, 함께 듣던 노래를 들으면 울컥한다. 계속된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장례식 후 어떻게 지냈나요.-
“회사 일을 조금씩 하면서 일상을 되찾으려 하는데 잘 안돼요. 진영이가 떠난 후 1주일간 실감을 못했어요. 미국에서 결혼할 때 증인을 서줬던 선배 부부가 한국에 와 함께 지냈거든요. 그런데 혼자가 되니 밤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진영이랑 나눴던 이야기나 함께했던 일들….특히 진영이가 입원했을 때 함께 병실에서 밤을 새던 일이 자주 떠올라요. 밤에 자다가 눈을 뜨면 깨어 있던 진영이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혀 있나봐요.”

-아직도 고인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낮에는 제 생활을 하다가도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만 되면 그렇게 새록새록 생각이 나요. 항상 통화하던 시간이라 그런가봐요. 제 휴대전화에 연애할 때 받은 메시지 1백 개가 그대로 저장돼 있어요. 문자도 보고 사진도 보고…. 혼자 대화하다가 눈물이 흐르고.”

-고인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낀 적은 없나요.
“진영이를 떠나보내고 소름 돋는 경우가 있었어요. 장례식 직후 추모식을 하던 중 갑자기 사진이 떨어졌어요. 제가 하기로 했던 추모사를 못 하게 됐는데 ‘얘가 그래서 화났구나’ 했죠. 오늘 추모제에서도 바람에 휘날려 사진이 넘어졌고요. 만약 영혼이 있다면 진영이가 어디에 있는지, 진영이가 나를 보고 있는지, 제가 그곳에 갈 수 있는지, 간다면 만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요.”

-곁에서 지켜본 고인의 투병생활은 어땠나요.
“일단 다른 생각 할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 데이트 스케줄을 빡빡하게 짰어요. 함께 여행하려고 차도 바꾸고 전국 곳곳을 누볐죠. 직업상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로워 가능한 일이었죠. 동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고 있는 일은 잠시 제쳐뒀어요. 진영이를 만난 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그리고 결혼이었어요. 저는 만난 지 한 달 뒤부터 진영이와 결혼하고 싶었거든요. 암에 걸린 뒤에는 진영이 입장에서 제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된 거고요.”
-고인의 상태는 언제부터 급격히 나빠졌나요.
“사망하기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나빠졌어요. 미국에서 7월30일에 돌아왔고 다음 날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부터 병원을 오가며 지내다가 사망 2주 전인 8월 중순에 상태가 악화돼 입원했죠. 마지막에는 뼈까지 암이 전이돼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몸도 붓고 많이 메스꺼워하고….”

-마지막 모습은 어땠나요.
“사망 전날 밤부터 의식을 잃었어요. 상태가 심각해지자 지인들이 하나 둘 달려왔죠. 호흡기를 끼고 가늘게 호흡하는데 담당의가 ‘의사표현은 못해도 환자가 들을 수 있으니 하고픈 이야기를 하라’고 했어요. 거기 있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격려의 말을 건넸죠. 그때만 해도 의식이 돌아올 줄 알았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진영이 귀에 대고 말을 전했어요. 많은 말을 한 뒤 ‘어서 일어나자’고 했더니 가늘게 소리를 냈어요. 말을 알아듣나 기뻐하는 순간 숨을 멈췄어요. 그래도 좀 더 버텨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이 기도했는데… 마지막이 돼버리고 말았네요.”

-두 분은 어떤 연인이었나요.
“나는 진영이를 ‘달링’이라 부르고 진영이는 저를 ‘부인’이라고 불렀어요. 저더러 부인처럼 챙기고 잔소리한다고 그렇게 불렀죠(웃음). 서로 많이 노력하는 편이었어요. 진영이는 제가 책 많이 읽고 그림에도 관심 갖고 마음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길 바랐는데, 진영이의 마음을 얻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죠(웃음). 저는 진영이가 사람도 자주 만나고 너무 자기 성을 견고히 쌓지 않았으면 했어요. 진영이가 자기 세계도 강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었어요. 아픈 뒤에는 친구도 잘 안 만나고, 평소에도 연예계 지인들이 많지 않죠.”

-진영씨와 다투기도 했나요.
“처음 만나 서로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사소한 다툼이 몇 번 있었죠. 진영이가 문자로 ‘1주일 보지 말자’고 하면 저는 계속 빌어요. 편지도 쓰고 전화도 하고. 저는 스스로 진영이가 와이프 될 때까지 잘할 거라고 결심했고, 그건 저에 대한 시험이기도 했어요. 내 여자를 만들기 위해 올인한 거죠. 오해가 생길 때마다 ‘나는 내 인생 걸고 너한테 올인하는 중이다’라고 진심을 전하면 진영이도 금세 마음을 풀곤 했어요.”

-고인이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혼인신고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미국에서 결혼을 했으니 혼인신고를 하는 건 당연하죠. 상대가 아파서 신고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랑 지상주의자예요. 운명적 사랑을 믿죠. 그래서 마흔 넘도록 결혼을 미뤘던 거고요. 그건 진영이도 마찬가지예요. 진영이도 배우에다가 예쁘고 매력적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럼에도 조건 없이 사랑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서로 늦어졌다고 생각해요.”

-사랑한 기간이 짧은데, 안타깝진 않은가요.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몇 달 더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커요. 하지만 이것 또한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만남도 중요하지만 사랑한 것도 중요하잖아요. 만나서 사랑을 안 할 수도 있는데 저희는 한 거니까요.”

-고인이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고 하던데요.
“아이에 대한 미련이 있었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지나가는 말로 서로 ‘대리모’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왕 아이를 낳는다면 진영이를 닮은 아이면 좋은 거니까요.”

-결혼식 사진이나 동영상은 언제쯤 공개할 건가요.
“진영이가 제 아내이긴 하지만 공인이니,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언젠가 공개할 거예요. 결혼식 때 입은 드레스는 입관식 때 결혼식 사진과 함께 관에 넣었어요. 재킷은 추모관에 있고요. 진영이는 원 없이 할 건 다 하고 간 것 같아요. 암은 운명인 거고….”

-장진영씨 부모님과는 자주 왕래를 하나요.
“사위대접을 해주시고 잘해주세요. 그분들과의 인연은 이어갈 거예요. 이번 추석 때도 추모관에서 뵀고요. 저희 부모님과도 추모공원에서 만나 서로 건강에 대한 이야기와 안타까운 마음을 나눴어요.”

-결혼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딱 한 번 있어요. 사람들이 혼인신고한 것을 두고 상속이 목적 아니냐는 말로 상처를 줬을 때요. 저는 생각한 적도 없는 일인데 많이 놀랐죠. 그래서 바로 장인·장모님께 일임했어요.”

-앞으로 장진영씨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는데요.
“그게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영이가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해요. 진영이 이야기가 영화화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거예요. 1년 10개월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또 다른 암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투병생활을 하면서 분명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미국에 다녀온 결과가 좋지 않았나, 가지 않았더라면 3~6개월 정도 더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암을 대하면서 미흡했던 부분들을 다른 환자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공개된 게 부담스럽지는 않은가요.
“부담이 되죠. 하지만 앞으로 과연 그런 사람이 제게 있을까 싶어요. 지금껏 겨우 1명인데, 아마도 쉽지 않을 거예요. 진영이보다 단 하나라도 나은 사람이어야 안 억울한데, 있을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여성동아 2009년 11월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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