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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마사지 숍 통해 본 강남 부유층 여성 라이프스타일&고민

“상류 1%가 털어놓는 남모를 속내, 아름다움에 대한 무한욕구”

글 이설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 ■ 촬영협조 Life&Beauty

2009. 10. 22

행복은 먼 곳이 아닌 마사지 숍에 있다. 뭉친 근육을 쥐락펴락하는 손길을 느끼며 스르르 눈을 감는 순간 온갖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마사지의 또 다른 장점은 하염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청담동 숍’에서 오가는 상위 1%의 은밀한 이야기를 현장중계한다.

청담동 마사지 숍 통해 본 강남 부유층 여성 라이프스타일&고민

누구나 피부관리를 받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관리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목욕탕의 3만원짜리 ‘나가시’와 필리핀 세부에 온 듯한 ‘전신 허브 스파’가 같을 순 없다. 대한민국 고급 마사지 숍 1번지는 트렌드세터들의 놀이터인 청담동이다. 지난 9월 며칠간 서울 청담동의 개성 있는 고급 숍들을 방문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했던 것보다 고객과 직원의 교감은 끈끈했다. 일상뿐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이나 상처를 털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리 가까울 것 없는 사이에 속내를 나누는 이유가 뭘까. 마사지를 받는 시간은 최소 1시간 이상. 짧지 않은 시간, 가운만 걸치고 몸을 맡기면 저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무장해제 된다. 한두 번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신뢰도 쌓인다. 거기에 지치지 않는 직원들의 상냥한 맞장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어디 가서 볼 인연도 아닌데”라는 감정에 이르는 것이다. 그 순간 숍에는 ‘상담소’ 역할이 추가된다. 청담동 숍 3명의 직원을 통해 들은 강남 사모님과 고소득 직장여성의 일상과 고민.

숍에 대한 기본 설명을 해달라.
A·B·C : 숍은 크게 대형 체인형, 개인이 운영하는 살롱형, 그리고 호텔형으로 나뉜다. 강남권 숍들은 마사지 프로그램과 가격은 비슷하지만 인테리어 등 시설에서 차이가 난다. 강남 중에서도 양재는 인근 주부를 주 대상으로 하는 저가 관리숍이 많고, 역삼은 직장여성이 대부분이며, 청담 쪽은 연예인이나 명사들이 찾는 고급 숍이 모여 있다. 비용은 지역별로 다른데 강남권은 얼굴 기본 5만~10만원 선, 전신은 15만~30만원 선이다. 숍마다 경락·산후 관리·전신 마사지 등 주력하는 분야가 다르며, 보통 회원권을 끊어 정기적으로 다닌다.

주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A : 대중없다. 직장여성, 주부, 유흥업소 직원 등 20~50대 여성이 골고루 방문한다. 산후관리 위주의 프로그램이 있어 산모도 많이 온다. 단골은 미혼·기혼 구분 없이 직장여성이 많다. 가격이 비싼 만큼 주부는 남편이 사업하는 등 여유 있는 분이 많다. 방학 때는 아이들 때문인지 손님이 적다. 처음 일할 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는 고객은 3,4명 정도 된다. 내가 숍을 바꿀 때마다 따라오시는 분들이다. 친한 고객은 7,8명 정도 된다.
B : 우리 숍은 대치동이나 도곡동에 사는, 자녀들이 장성한 50·60대 주부 고객이 대부분이다. 남편은 사업을 하고 자녀를 유학 보낸 분이 많다. 골프 치고 1년에 한두 달은 자녀가 있는 해외에 머무른다. 건강과 미용 관리에 열심이며, 부부가 함께 쉬러 오기도 한다. 주변에서 식당 등 사업하는 주부도 많다.
C : 대학생·직장여성·주부 등 다양하다. 그중 골드미스가 특히 많은 편이다. 홍보·IT·패션 쪽 직장여성이나 의사 등 전문직이 많다. 또 컨설팅이나 웨딩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도 있다. 다들 일 잘해서 인정받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 주부는 남편이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
청담동 마사지 숍 통해 본 강남 부유층 여성 라이프스타일&고민

고객을 편하게 대하는 노하우가 있나.
A : 평상시에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사지 숍은 특히 쉬러 오는 공간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눈치껏 성격과 취향을 살펴서 거기 맞춰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혼자 있게 하고 고민이 있으면 들어준다.
또 말하기 전에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 몸을 오래 만지다보면 반 의사가 되는데, 몸이 굳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 짐작이 간다. 그럴 때마다 “술 드셨어요” “골반이 안 좋으세요”라며 조언을 하는 식이다.
B : 성격에 따라 서비스를 다르게 한다. 관리를 받는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고객도 있고 수다를 좋아하는 고객도 있다. 조용한 고객은 관리가 끝난 즉시 밖으로 나오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분에게는 열심히 맞장구를 친다.
C :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지나가는 말로 재미있었다고 한 영화 제목을 기억해서 다음번에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에 대해 기억하고 상황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면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손님에 대한 부분을 메모한다. 또 몸으로 다 때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살살 하면 고객들은 바로 알아챈다.

청담동 마사지 숍 통해 본 강남 부유층 여성 라이프스타일&고민

처음에는 어떻게 친해지나.
A : 마사지를 하다 보면 미용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서 자가 관리하는 방법이나 성형수술 이야기를 많이 한다. 피부과는 거의 다 다니는데 프락셀 아이피엘은 기본으로 받고, 몸 쪽은 지방흡입이나 가슴수술도 많이 한다. 20대 중후반의 직장인이나 업소 출입하는 분들이 쌍꺼풀·코·지방흡입·가슴 성형 등을 골고루 많이 하는 것 같다. 주부들은 많이 안 한다.
B : 처음에는 피부나 건강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다이어트나 피부 타입에 대한 상담을 주로 한다. 나이가 어려도(20대 후반)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면 신뢰를 보이면서 친해지게 된다.
C : 전신 마사지는 2,3시간 코스여서 그 시간 동안 함께 있으면 자연히 친해진다. 피부, 최근 연예인 관련 이슈, 드라마 등 일상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를 떤다. 성형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눈이나 코는 기본으로 하고 20·30대도 보톡스를 많이 맞는다.

주로 하는 고민은 뭔가. 연령과 직업에 따라 대화 주제가 다를 것 같다.
A : 직장여성은 성형·다이어트·연예인·직장 동료·남자친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 미용 관련 시술이나 관리는 무한욕구인 것 같다. 돈만 있으면 하겠다는 분이 90%는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 숍에 다니는 거겠지만.
같은 직장여성이라도 미혼과 기혼은 느낌이 다르다. 미혼 직장인은 골드미스가 많은데 스타일이 도시적이다. 좀 감추는 게 많아 보이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혼자 살아도 재미나게 지내는 분들이 많은데, 건강 고민을 주로 한다. 일반 직장인은 물론 의사 디자이너 변호사 등 전문직 30·40대가 많다. 골드미스라 까칠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성격들은 더 좋다. 10명 중 2명 정도가 까칠하다. 기혼 여성은 수다 떨기보다 주로 쉬는 편이다.
B : 기미나 주름 등 미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간혹 나이가 들어서도 남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등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또 친구의 우울한 가정사나 본인의 일상을 털어놓기도 한다.
C : 각자 관심 주제가 달라 대화 내용이 다르다. 가정일, 회사일, 사회에서 겪는 불합리한 일 등 하소연이 많다. 나는 직장생활과 사업 등 이런저런 경험이 많아서 이야기를 듣고 조언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니 결혼이 늦어진 고객과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냥 비슷한 독신 친구들과 여유롭게 즐기면서 사는 게 나은가, 그럼에도 결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수다를 떤다.



친해지면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나.
A : 직장이나 가정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친정 이야기도 하고 시집 흉도 보고 직장생활 푸념도 하고. 친구끼리 흉보는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좀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기 자존심 상하는 깊은 이야기도 꺼낸다. 정말 완벽해 보이는 직장여성인데 혼자 몰래 다이어트를 하거나, 화목한 가정 같았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유흥업소 다니는 분들은 아름답고 금전적으로 여유로운데, 나름대로의 고민이 많더라. 직업이 마음에 안 들어도 바꾸기 힘들다거나, 더 예뻐지고 싶다거나, 남자친구가 중년이 아닌 같은 또래인데 하는 일을 숨겨서 힘들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한다. 맞장구를 치기보다는 들어주는 편이다.
B : 비밀이라고 해도 남편의 외도나 아픈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 친한 친구와 하는 주제와 다르지 않다. 다만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고객들이라 그런 이야기를 쉽게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
C :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우리 숍은 뇌를 맑게 하는 마사지로 알려졌다. 그래서 불면증을 앓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분들이 많고, 간혹 특이한 분들도 온다. 귀신이 들려서 전신이 찌뿌드드한 고객, 아이가 산만하고 우울해서 마사지를 시켜주려고 온 고객, 기억상실증에 걸려 답답한 마음으로 숍을 찾은 고객 등이 생각난다.

주부 고객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
A : 주름이나 기미 등 미용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또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단위가 달라 놀랄 때도 있다. 여행을 갔는데 얼마를 썼다, 남편이 출장 다녀오면서 매달 루이비통 신상을 쓸어온다, 다이아몬드 몇 억원짜리를 샀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가족 외식을 해도 1인당 수십만원짜리를 먹고. 자녀교육 이야기는 내가 미혼이라 그런지 잘 안 한다.
B : 비슷한 나이라도 사업하는 분들보다 주부가 대하기 더 편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거친 면도 있고 공격성도 있는데, 주부는 딸같이 대해준다. 예컨대 일하는 분들은 서비스가 조금만 다르다 싶으면 똑 부러지게 말한다. 주부라서 딱히 주제가 다른 것 같지는 않다. 필러나 보톡스 같은 성형수술 이야기, 여행 다녀온 이야기 등 일상적인 내용이 많다.
C : 주부들은 가정 이야기, TV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기혼이라 간혹 골반 쪽 건강을 봐주며 부부생활 이야기도 한다.

피하고 싶은 손님도 있나.
A : 이것저것 따지는 분들은 부담스럽다. 믿고 맡겨주는 분들은 편한데, 다른 숍과 마사지 기술을 비교하거나 제품을 일일이 물어보면 좀 그렇다. 한 분은 월풀에서 기도를 굉장히 크게 해서 직원들이 당황했다.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하는 등 조용히 하는 것은 숍에서의 기본 에티켓이다. 또 신발이 비싸니 따로 관리해달라는 등 까다로운 요구를 하거나 자기 과시가 심한 분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고객 앞에서 절대 티는 안 낸다.
B :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얼굴’ ‘배’ 등 부위를 집어가며 더 해달라고 하는 분들은 곤란하다. 또 어리다고 반말을 쓰거나 휴대전화를 켜는 등 기본매너가 안된 분들도 꺼린다.
C : 대부분 성격 밝고 사교성 좋다. 내가 손님입네 하는 우월의식도 없고, 연예인도 겸손하다.

마사지 숍의 불문율이 있다면.
A·B·C : 절대 들은 이야기를 옮기지 않는다. 연예인이나 명사들은 그래야 믿고 찾는다. 그리고 아무리 친해도 숍 밖에서는 만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관계가 애매해지고 서로 부담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밖에서까지 서비스하는 사람은 아니고, 고객도 그 부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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