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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이성과 지혜의 승리

2009. 10. 09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보티첼리, 1482년경, 템페라와 유채, 207×148cm, 피렌체 우피치 갤러리


켄타우로스는 반은 사람, 반은 말의 형상을 한 신화 속 등장인물입니다. 그 켄타우로스가 한 여인에게 머리채를 잡혔습니다. 여인은 매우 힘이 세고 용감해 보입니다. 여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켄타우로스는 쩔쩔매며 잘못을 빌고 있습니다.
그림의 여인은 아테나 여신입니다. 지혜의 신이자 기술의 신, 전쟁의 신이기도 합니다. 지금 커다란 창을 든 것으로 보아 싸움에 나선 모양입니다. 켄타우로스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니까 이를 막으려고 이렇듯 싸움에 나섰습니다. 온몸에 올리브 잎을 두른 것은, 올리브가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는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켄타우로스는 매우 야만적이었다고 하지요. 욕심이 많고 욕망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 켄타우로스를 지금 아테나 여신이 포로로 잡았습니다. 이는 야만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성과 지혜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욕심과 욕망에 대한 절제와 순결의 승리를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지요.
보티첼리가 이 그림을 그리던 시기를 우리는 르네상스라고 합니다. 르네상스 이전 사람들은 미신이나 주술에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 르네상스와 더불어 이성과 지식의 힘을 깊이 깨닫게 되었지요. 바로 그런 생각과 태도의 변화를 잘 담고 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르네상스(Renaissance)는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 부흥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서양에서 중세를 야만의 시대로 보고, 그 뒤에 온 시대, 곧 르네상스에는 옛 고전에 대한 공부와 문화의 부흥을 통해 새롭고 훌륭한 시대가 펼쳐졌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 붙였습니다.


이주헌씨는…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여러 권 펴냈다.

산드로 보티첼리(1445년경~1510)
이탈리아 화가로, 르네상스 정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가늘고 부드러운 선과 뛰어난 형태 묘사로 사람과 사물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했는데, 특히 여성을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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