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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주헌의 그림읽기

따뜻한 희망의 기운 전해지는 사육제의 저녁

입력 2009.09.11 15:57:00

따뜻한 희망의 기운 전해지는 사육제의 저녁

루소, 사육제의 저녁, 1886, 유화, 106.9×89.3cm, 필라델피아미술관


루소는 나무를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나무가 많이 늘어선 숲길을 산책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가 또렷이 보입니다. 겨울이 되어 앙상한 나무를 보면 한편으로는 을씨년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갖가지 선을 그리는 가지의 조화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루소는 나뭇가지의 선이 보여주는 그 다양하고도 복잡한 아름다움을 이 그림에 표현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보름달이 떠오른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들은 저마다 독특한 몸짓을 드러냅니다. 그림이 이대로 끝났다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한 풍경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유랑극단의 남녀 배우 두 사람을 그려 넣음으로써 그림은 갑자기 동화 속 풍경 같은 정겨운 장면이 됐습니다. 쓸쓸함이 다 가신 것은 아니지만, 뭔가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저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일까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밤, 유랑 배우는 자신의 운명을 따라 풍경 속을 떠돕니다. 하지만 짝이 있어 슬프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사랑만 있다면 세상 어디서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풍경은 그 사실을 예쁜 이미지로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따뜻한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더~ 루소의 그림은 나이브 아트(naive art·소박파 미술)로 불립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기존 양식이나 유파에 매이지 않고 어린이 혹은 원시인처럼 소박하게 그린 그림을 나이브 아트라고 부릅니다. 순수함과 순진성, 즉흥성이 주된 특징입니다.

앙리 루소(1844~1910)
루소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세관원으로 일하며 일요일에만 틈틈이 그려 처음에는 그저 아마추어 취급을 받았지요. 하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소박한 표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해졌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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