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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선덕여왕 Special

소설 ‘선덕여왕’ 작가 한소진 드라마 ‘선덕여왕’을 말하다

글 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 조영철 기자, MBC 제공

입력 2009.07.20 15:46:00

드라마 ‘선덕여왕’이 인기를 얻으면서 극중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소설 ‘선덕여왕’을 쓴 한소진 작가를 만나 역사 속 선덕여왕과 미실, 그리고 신라인들의 진짜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소설 ‘선덕여왕’ 작가 한소진 드라마 ‘선덕여왕’을  말하다

덕만이 중국 사막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설정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고.



신라시대 최초 여왕이 된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드라마 ‘선덕여왕’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는 드라마에서처럼 ‘선덕여왕이 정말 쌍둥이 자매로 태어나 중국 사막에서 자랐을까’ ‘고현정이 분한 미실은 실존인물인가’ ‘김유신과 선덕여왕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을까’ 등을 궁금해할 법하다.
지난 4월 소설 ‘선덕여왕’을 펴낸 작가 한소진씨(48)를 만나 역사 속 선덕여왕과 신라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한씨는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선덕여왕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에는 모든 여성의 가슴에 잠재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87년 방송작가 생활을 시작해 20년 넘게 방송작가와 소설가 등으로 활동해왔다.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드라마에 나타나는 우리나라 설화구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선덕여왕 콘텐츠에 있어서의 화랑세기의 영향력’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선덕여왕이 쌍둥이? 왕실에서 황제교육 받은 총명한 여인
드라마에서는 진평왕(조민기)과 마야부인(윤유선) 사이에서 쌍둥이 딸이 태어나는데 박혁거세왕 시절부터 내려오는 ‘왕이 쌍둥이를 낳으면 성골(신라의 왕이 될 수 있는 왕족) 남자의 씨가 마른다’는 예언 때문에 부득이 쌍둥이 딸 중 하나인 덕만을 몰래 궁 밖으로 내보낸다는 설정이 나온다. 정말 선덕여왕이 쌍둥이 자매로 태어나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역사책은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덕만이 진평왕의 장녀라고 기술돼 있고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진평왕의 딸이라고만 기술돼 있다. ‘화랑세기’에는 천명공주가 장녀, 덕만이 차녀라고 나와 있다. 한씨의 소설 ‘선덕여왕’은 ‘화랑세기’를 근거로 덕만을 둘째 공주로 그리고 있다.
“‘삼국사기’에 ‘성골남진(성골 남자의 씨가 말랐다)이라 공주가 왕이 되었다’는 글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성골이자 진지왕의 아들인 용수(천명의 남편이자 김춘추의 아버지)와 용춘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덕만이 왕위에 오른 사실에 주목해야 해요. 그만큼 총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이었다는 겁니다.”
당시 신라에는 1대에 한해 여자도 왕이 될 수 있다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선덕여왕이 외국 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서라벌에 돌아온 후 남장을 하고 화랑들 틈에서 성장한다는 스토리에 대해서 한씨는 “어려서부터 궁 안에서 황제교육을 받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성인 연기자들의 등장과 함께 러브라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랑세기’에 의하면 천명은 진평왕의 숙부인 진지왕의 큰아들 용수와, 덕만은 차남인 용춘과 혼인한 것으로 나온다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고려인의 시각에서 저술한 역사인 반면 ‘화랑세기’는 신라인이 저술한 신라에 대한 책이라는 면에서 가장 사실에 가까운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랑세기’필사본의 진위는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이다. 신라 화랑들의 생애에 대한 기록인 ‘화랑세기’는 신라인 김대문의 저술이라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가 지난 1989년 한학자 박창화가 일본 궁내성 도서관에서 발견한 원본을 베껴놓았다는 필사본이 발견됐다.
“천명과 용수는 김춘추를 낳았지만 덕만은 아이를 낳지 못해 후손을 보기 위해 사랑하는 용춘과 강제로 이혼하고 숙부인 백반과 결혼했습니다.”
신라시대에는 왕가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근친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신라에는 여왕은 세 번 결혼할 수 있다는 삼서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덕만은 백반이 일찍 죽자 상대등(지금의 국무총리)인 을제와 세 번째 결혼을 하지만 끝내 아이를 얻지 못한다.
미실은 요부? 화랑제도 굳건히 키운 여걸!
드라마에서는 미실(고현정)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모략을 꾀하며 선덕여왕 자매를 괴롭히는 팜므 파탈로 그려지지만 ‘화랑세기’에 따르면 그와 다르다고 한다. 진흥왕부터 진지왕, 진평왕까지 3대에 걸쳐 왕을 섬겼던 미실은 선덕여왕이 즉위할 즈음에는 이미 80세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실이 왕후가 되려고 진지왕을 폐위하고 13세의 진평왕을 왕으로 옹립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어요. 이후 미실은 화랑제도를 굳건히 키우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애인인 설원을 밀어내고 문노를 풍월주(화랑의 수장)로 천거한 사람이 바로 미실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6세기 초 신라 조정은 여걸 미실의 손 안에 있었다. 사다함, 세종, 설원 등 3명의 풍월주를 남편과 연인으로 두었고 진흥, 진지, 진평 등 세 왕의 침실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 아이도 많이 낳아 진흥왕과의 사이에서 반야·난야·수종, 세종과의 사이에서 하종과 옥종, 설원의 아들 보종, 진평왕의 딸 보화 등 여덟 명의 자녀를 두었다. 미실의 남동생과 두 아들도 풍월주의 자리에 올랐으니 미실의 삶 자체가 화랑의 역사인 셈. 하지만 ‘화랑세기’를 제외한 다른 역사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설원과 미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보종은 드라마에서는 어머니의 지시를 따라 여왕 자매의 입지를 위협하는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에게 돌아올 차례인 풍월주 자리를 김유신에게 양보한 인물이라고 한다.
“화랑이 지녀야 하는 재주로 기예와 무예가 있는데 보종은 기예에 능했고 김유신은 무예에 강했어요. 당시 화랑을 이끄는 칠성우 중 으뜸이었던 보종은 백제와 고구려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 현실에서는 무예에 출중한 김유신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보고 16세의 유신을 풍월주 자리에 세웠습니다.”
한씨는 진골 이상만 들어갈 수 있던 화랑제의 골품제 규정을 폐지하고 일반인도 화랑이 될 수 있도록 한 용춘과 시대의 흐름을 읽고 화랑의 성격을 무예 중심으로 변화시킨 보종이야말로 ‘화랑세기’의 중심인물이라고 말한다.
소설 ‘선덕여왕’ 작가 한소진 드라마 ‘선덕여왕’을  말하다

쓸쓸했던 선덕여왕릉, 드라마 방영 후 찾아오는 관광객 부쩍 늘어
소설 ‘길 건너 그 남자’ 등에서 여성문제를 다룬 바 있는 작가 한씨는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이 된 뒤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줄곧 시련을 겪었지만 후계자로 진덕여왕을 세운 점에 주목한다.
“선덕여왕은 왕위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오른 후에도 끊임없이 시달림을 당했어요. 당 태종은 자식을 못 낳은 여왕의 처지를 빈정대며 향기 없는 모란꽃 그림을 보냈고 고구려와 백제도 침략의 위협을 계속했습니다. 재위 내내 백제와 고구려의 침략, 당의 간섭에 시달리느라 8년간 병석에 눕기도 한 여왕이었지만 불교 세력을 끌어모아 국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선덕여왕은 자신의 예언대로 귀족 비담과 염종이 난을 일으킨 직후 숨을 거뒀다. 경주 남산 기슭에 선덕여왕릉이 남아 있다.
“소설을 쓰면서 여러 차례 묘를 찾았는데 경주의 다른 왕릉들과 달리 고적하게 떨어져 있었어요. 더구나 일제가 그 앞으로 철로를 놓아 여왕의 맥을 끊어버렸지요.”
한씨는 이후 역사가의 기록이나 역사소설에서 선덕여왕의 참모습과 위대함이 조명받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선덕여왕이 창건한 분황사 터도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는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새로 단장했다고 한다. 첨성대 등 신라 유적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이것만 보아도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어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려는 관심과 노력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동아 2009년 7월 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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