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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표상’ 이정재 말랑말랑한 사랑을 연기하다

글 정혜연 기자 | 사진 박해윤 지호영 기자

입력 2009.07.17 17:09:00

이정재가 청춘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트렌디드라마에 출연한다. 오랜만에 밝게 웃음 짓는 그의 얼굴에서 풋풋했던 젊은 날의 이정재가 스쳐 지나갔다.
‘청춘의 표상’ 이정재 말랑말랑한 사랑을 연기하다


90년대 이정재(36)는 ‘젊은 남자’의 표상이었다. 94년 드라마 ‘느낌’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벗으며 미소 짓던 그의 모습은 뭇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모래시계’에서 조용히 한 여자를 지켜주는 모습은 한없이 믿음직스러웠다. 이후 영화로 무대를 옮긴 그는 터프하거나(‘태풍’ ‘흑수선’), 망가지거나(‘오!브라더스’ ‘1724 기방난동사건’) 둘 중 하나였다.
때문에 15년 만에 그가 트렌디드라마 ‘트리플’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의외였다.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데다 극중 상대역 민효린과도 나이 차가 상당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후배들과 나이 차이 때문에 생기는 괴리감은 전혀 없어요. 다섯 살 어린 윤계상씨와 동갑으로 설정돼 있지만 드라마상에서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죠. 계상씨는 이번 드라마 하면서 밥값 낼 일이 없다고 농담을 할 정도예요.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후배들과 촬영하는 게 마냥 즐거워요. 하지만 혹시 또 모르죠. 내심 절 불편해할지도…(웃음).”
촬영장에서 대선배인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미 후배들과 친분을 다졌다고 말했다. 극중 동갑내기 친구로 등장하는 이선균, 윤계상과는 몇 차례 술자리를 가졌다고.
“선균씨는 굉장히 부드러운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터프해서 놀랐어요. 저런 매력도 있구나 싶었죠. 계상씨는 개구쟁이 같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차분했고요. 보통 배우들은 ‘저 배우와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두 사람 모두 그런 호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하지 않았어요.”
얼마 전 새신랑이 된 이선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냐고 묻자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말로 다 못할 정도”라며 웃었다.
“밤새 뭘 먹었다고 그렇게 자랑을 해요. 부인 되시는 분이 임신 중이라 먹을 걸 많이 찾는데 그때마다 잘 사다준대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부럽기도해요.”
‘청춘의 표상’ 이정재 말랑말랑한 사랑을 연기하다

“나이 들면서 잊었던 감정들 떠올리며 촬영하는 즐거움 커요”
드라마 ‘트리플’은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터를 꿈꾸는 한 여고생과 세 명의 젊은 광고기획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재는 일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냉정한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가 좋지 못한 광고대행사 대표 신활을 연기한다. 이번 드라마는 2년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출했던 이윤정 PD가 총지휘를 맡고 있다. 그는 여자 PD와 작업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커피프린스 1호점’이 재미있다고 해서 뒤늦게 봤는데 3일 만에 다 봤을 정도로 정말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뒤 이윤정 PD와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와중에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개인적인 취향도 비슷해 깜짝 놀랐어요.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신활은 까칠하면서 융통성 없지만 내면에 광고인으로서의 감성은 풍부한, 복잡한 인물.
“감독님은 대사의 뉘앙스, 손짓과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 디테일하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하세요(웃음). 여자 감독님이어서 그런지 소녀 같은 감정을 표현하길 원하죠. 어렵지만 나이 들면서 서서히 잊어버린 청춘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연기하는 데 특별한 즐거움을 느껴요.”
그는 극중 최수인(이하나)과 결혼했지만 아내의 외도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다 열여섯 살 어린 이복동생 이하루(민효린)와 마음을 나누게 된다. 부인의 외도, 이복동생과의 사랑이라는 설정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내가 배신했다는 건 굉장한 충격이겠죠.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기 때문에 더욱 용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만약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절대 용서 못할 것 같아요(웃음).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고등학생인 이복동생과의 사랑은…. 그렇게 심각하게 진행되는 건 아닌데 약간 미묘한 감정 교류는 있어요. 생각처럼 불편하게 비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며 스태프와 예상 시청률을 놓고 내기를 걸었다고 한다. 그는 40%에 걸었다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죠(웃음). 배우들 호흡이 잘 맞아서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거든요. 게다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역할을 만나 기대하는 부분도 있어요. 한동안 과묵하고 터프한 역할만 해왔는데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또 지겨웠거든요. 청춘남녀의 꿈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를 오랜만에 제대로 보여드릴 거예요.”

여성동아 2009년 7월 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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