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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음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 김현철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2009. 06. 17

가수 김현철은 일곱 살·다섯 살배기 두 아들과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며 율동도 따라 하는 자상한 아빠다. “아이들에게 음악은 ‘비타민’과 같다”고 말하는 그의 음악교육법 & 가족이야기.

음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 김현철


한때 동료가수 윤상·이현우·윤종신과 함께 가요계 ‘노총각 4인방’으로 불리던 김현철(40). 결혼 7년 차에 접어든 지금의 그에게서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004년 아이와 어른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 ‘키즈팝’을 발표하며 뮤지션으로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음악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김현철은 6월 중순 ‘뮤직비타민’(가제)이란 제목의 음악교육책도 펴낼 예정이다.
“음악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원리를 깨치는 게 아니라 감성으로 다가가야 해요. 주입식으로 가르친다고 해서 음악 실력이 향상되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여전히 학교에서는 정형화된 방법으로 시험을 보고, 점수로 아이의 음악 실력을 평가해요.
결국 음악점수가 낮은 아이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멀리하고 재미없어하죠.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귀를 열도록 도와줘야 해요.”
“아이와 함께 만화 주제가 따라 부르고 음악일기 쓰게 해요”
김현철이 말하는 음악교육의 기본은 무조건 많이 듣는 것이다. 클래식, 팝송, 가요에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아이 생각의 크기를 키워주는 것.
“아이들에게 클래식과 동요만 들려줘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외국의 경우 칠드런 뮤직(children music)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굳이 가요니 동요니 하고 구분 짓지 않죠. 동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어요.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커도 동요를 무시하며 가요나 팝을 부르잖아요. 이제 우리나라도 아이들을 위한 음악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2년 아홉 살 연하 발레리나 이경은씨(31)와 결혼해 일곱 살·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둔 김현철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음악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부모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 몇 가지를 들려줬다. 이를테면 ‘아이와 함께 만화 주제가 따라 부르기’와 ‘음악일기 쓰기’ 등이다. 요즘 그가 즐겨 부르는 만화 주제가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Car’의 주제가. 아이들과 함께 차에 탈 때마다 목청이 터져라 신나게 따라 부르고 집에서는 아이들과 율동까지 한다고 한다.
“만화 주제가는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훗날 아이들이 커서 저와 갈등이 생긴다면 이 노래를 꼭 들려줄 거예요. ‘임마, 이 노래 기억하니?’하면서요. 보통 아버지들은 아들과 다툰 뒤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기 힘들어하는데, 음악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일기 쓰기’도 아이들이 음악과 친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아이에게 음악을 듣게 한 뒤 느낌을 적게 하는 것.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어하던 아이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된다고 한다. 똑같은 음악이라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 아이의 심리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고.

음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 김현철


1년 뒤 똑같은 음악을 다시 들려줘 아이의 생각이 얼마만큼 자랐는지를 체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 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둘 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둘째는 벌써부터 가수가 되겠다고 야단이고, 큰아이는 뮤지컬 공연을 자주 본 덕분인지 요즘 노래로 말하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저한테 뭐 부탁할 게 있으면 ‘아빠~ 이것 좀 해주실래요~’ 하면서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하죠.
며칠 전에도 아이들과 함께 지방에 있는 선산에 다녀왔는데 큰아이가 차 안에서 ‘산소 가는 길은 너무너무 멀어~’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노래로 흥얼대더라고요.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아이 스스로 체득한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해요.”
두 아들과 함께 자전거로 유럽여행하는 게 꿈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피아노도 독학하다시피 익혔다.
그는 “당시 어머니는 나를 의사로 키우고 싶어 하셨는데, 의대에 가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하라면서 바이올린을 가르치셨다”며 웃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에 눈을 뜬 시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건설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2년 정도 생활하면서다. 건설현장에 모여든 근로자들 중에는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모여 밴드를 만든 뒤 위문공연을 자주 열었던 것.
한창 ‘아저씨 공연단’에 매료돼 있던 그는 파견 근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 아저씨로부터 기타를 물려받았고, 그때부터 기타 연주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는 중·고등학교 동창 5명과 ‘아침향기’란 밴드를 결성해 소극장에서 콘서트까지 열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첫 앨범 ‘춘천 가는 기차’를 발표, 가수로 데뷔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는 몇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누우셨고,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시간을 달라고 하시더니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그리 오래가진 않았어요.
음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 김현철


어머니도 젊어서 성악에 뜻이 있던 분이시고, 아버지도 당신이 평생 직장인으로 사셨지만 안정된 삶이 전부는 아니라고 판단하신 거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현철은 “가정마다 음악을 통해 가풍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즐겨 듣던 음악이 손자에게까지 이어지는 모습이야말로 이상적인 음악교육의 결과물이라는 것. 그는 “가족끼리 음악회를 여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생각하는 음악은 ‘마음 치료제’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면서 힘든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어려서 듣던 음악 한 소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가 결혼 후 아이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도 두 아들에게 생각의 유연성을 길러주고, 세상을 살아가며 힘들 때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어서다.



음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 김현철


“음악을 모르고서는 인생의 ‘희로애락’도 온전히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쁠 때는 더욱 기쁘게, 슬플 때는 더욱 슬프게, 사랑할 때는 더욱 뜨겁게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음악이죠.”
요즘 김현철은 연예기획사 대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후너스엔터테인먼트’는 사업을 하는 장인이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음반 기획 및 드라마 제작을 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솔약국집 아들들’은 그가 만든 첫 드라마.
그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앨범 발매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더 이상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음악으로만 대중의 기억 속에 남기를 바란다고 한다. 평범한 가장으로서 아빠·남편 노릇을 제대로 하며 살고 싶어서라고.
“지난 토요일에는 두 녀석을 데리고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제가 꽤나 큰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뿌듯하더라고요. 한편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텐데, 그때마다 제가 아빠로서 든든하게 아이들 옆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중에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는 함께 포장마차, 선술집을 찾아다니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요. 서로 마음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으며 부자 사이를 뛰어넘어 친한 친구가 되는 거죠.”
김현철은 큰아이가 중학교 3학년,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두 달 정도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고 한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그는 “그때 나는 쉰을 앞두겠지만 체력적으로 두 아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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