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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충북도지사 정우택 이옥배 부부

전국 최고 투자유치로 ‘경제 도지사’ 이름 단

글 계수미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6.17 17:17:00

충청북도에 19조원이 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제조업 투자를 유치해 ‘경제 도지사’란 별칭이 붙은 정우택 도지사와 부인 이옥배 여사.
이들만큼 성격이 다르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부부도 드물 것 같다. 정치인 생활에 적잖은 굴곡을 가진 정 도지사 부부가 가족의 애환과 29년 결혼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충북도지사 정우택 이옥배 부부


의외였다. 행정고시 출신 경제기획원 공무원, 2선 국회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화려한 이력을 지닌 정우택 충북도지사(56)는 참 소탈한 모습이었다. 국회의원 시절 이미 각종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언변을 인정받은 인물이지만 그는 그럴듯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옆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부인 이옥배 여사(53) 또한 “수줍음이 많아 부부 인터뷰가 처음”이라 하면서도 낯가림 없이 환한 표정이었다.
“이건 아무에게나 안 드리는 명함이에요.”
충북지사 공관. 이옥배 여사가 첫인사에서 부부 이름이 나란히 들어간 명함을 준다. ‘부부의 날’ 로고가 찍혀 있다. 재작년 국가기념일로 공포된 부부의 날(5월21일)은 국민 청원으로 제정된 것인데, 정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청원심사소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재작년부터 충북에서는 부부의 날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데, 올해는 행복한 부부이야기 인터넷 공모와 부부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가정의 달인 5월,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에서 21일로 정한 거죠. 부부의 날이 제정되도록 제가 힘을 보탠 것은 ‘행복의 근원이 가정에, 부부에게 있다’는 권재도 목사님(부부의날위원회 사무총장)의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서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고 지내잖아요? 부부의 날이 부부의 중요성, 가정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정 지사가 아내에게 얼마나 사랑표현을 잘 하는지 묻자 쑥스러워한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정 지사는 엄격한 유교 집안에서 자라 꽃을 선물하고 소소하게 챙겨주는 일은 잘 못한다고. 하지만 이 여사는 매년 자신의 생일날 남편이 잊지 않고 챙겨주는 ‘금일봉’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제가 눈뜨면 가장 먼저 가는 곳에 남편이 ‘축 생일’이라고 쓴 봉투를 놓아둬요. 제가 새벽기도 나갈 땐 현관에 두고, 부엌 가스레인지 위에 두기도 하죠. 남편이 워낙 물건을 잘 안 사는 사람이라 선물은 별로 안 해요. 하도 물건을 안 버리고 사지도 않아 제가 늘 소비도 미덕이라고 강조하지요.”
정 지사의 10년 신은 구두가 화제에 올라 한 주간지에 기사로 실린 일도 있을 정도니, 이 여사의 말이 미루어 짐작이 된다. 정 지사는 그 누구보다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의 부친은 농림부 장관을 지낸 5선 국회의원 고(故) 정운갑씨다. 정 지사는 공직자로, 정치인으로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아버지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자랐기에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됐다고 말한다.
“집에서 늘 30, 40명이 먹고 자고 했어요. 어머니는 7남매를 키우면서 정치인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나이 마흔에 관절염을 앓을 정도로 고달프게 사셨죠. 아버지 생전에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투병하시게 되니 정치하면서 어머니에게 무심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하셨어요.”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하며 마음고생
충북도지사 정우택 이옥배 부부


하지만 정 지사는 “학창시절 아버지가 친구 분들에게 ‘우리 집에서 정치할 아이는 저 아이’라고 나를 가리키곤 했다”면서 자신 또한 선친의 뒤를 이어 힘든 정치인 생활에 아내를 끌어들이게 됐다고 말한다.
“남편이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전 결사반대했죠. 가장 불안했던 건 남편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아무리 울면서 말려도 결심을 굳힌 남편을 따를 수밖에 없었죠.”
이옥배 여사는 92년 당시 막막했던 때를 회상하며 금세 눈시울을 적신다. 정 지사는 국회의원 선거일이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고향인 충북 진천-음성 지역 후보로 나섰다.
“정말 선거의 ABC도 모르는 신참이었어요. 고향에서 출마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고향을 위해 일하라는 말씀을 남기셨기 때문이죠.”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내는 물론 그의 형제들까지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선거에서 떨어진 다음 날 아침의 참담한 심경을 정 지사는 생생히 기억한다. 하지만 그날 바로 그는 다음 선거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아내에게 자신의 뜻을 비쳤다. 이 여사는 의외로 선선히 찬성을 해줬다.
충북도지사 정우택 이옥배 부부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데 동의한 거죠. 동네 이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당선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4년간 이 부부는 매일 진천-음성 지역 마을들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정 지사는 논두렁에서 농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고 이 여사는 잔칫집 일을 거들어가며 이곳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했다. 도시에서 자란 정 지사 부부는 이때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정 지사는 15대, 16대 국회의원에 연이어 당선됐다. 국회의원 시절 그는 IMF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자민련 정책위의장을 맡아 TV 토론 프로그램 단골 출연자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그를 해양수산부 장관에 기용하면서 “3당 정책위의장의 심야토론 프로를 보고 함께 일하고 싶었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정 지사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여의도에선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농담을 합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서, 의원시절을 잊지 못해서, 또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송세월한다는 거죠. 저도 자괴감이 많이 들었고 심정적으로 방황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를 새로운 좌우명으로 삼고 마음을 다잡았죠.”



충북도지사 정우택 이옥배 부부


정 지사는 낙선 후 자신과 고락을 함께한 보좌관과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린 게 가장 걱정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이들을 취직시키는 일에 먼저 신경을 썼다. 과학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흥곡과학문화재단도 설립했다. 무엇보다 일어학원에 등록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지켜나갔다.
“저는 남편이 처음 낙선했을 때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거든요. 남편에게 다른 일을 할 수 없겠느냐고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요.”
이 여사는 남편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활달하지 못한 자신이 겪어야 했던 심리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피로를 기독교 신앙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지역구에 다닐 때도 표를 얻으러 간다는 마음이 아니라 전도하는 기쁨으로 다녔을 정도라고.
이 여사에게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남편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변함없는 것,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꿈을 가지고 뭐든 열심히 끈기 있게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정 지사는 이 여사에 대해 “어머니를 닮은 아내”라고 표현한다. 그는 “참을성 많은 아내가 나의 급한 성격을 감싸주고 늘 조용히 그림자처럼 도와준다”고 하면서 “문득문득 아내에게서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늘 바쁜 생활에 가족 돌보지 못했는데 두 아들 반듯하게 키운 아내에게 감사
활달하고 추진력 있는 남편과 조용하고 참을성 많은 아내, 정반대 성격으로 보이면서도 잘 어울리는 이 부부는 어떻게 만나 결혼하게 됐을까. 정 지사의 사촌 여동생 소개로 만난 이들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하얀 얼굴에 조리 있게 말하는 모습에 반했다”는 정 지사의 말에 응수하는 이 여사의 말이 재미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일식집에서 회덮밥을 먹었어요. 원래 식사량이 적은 제가 반쯤 남겼는데, 남편이 먹다 남은 음식을 건너다보면서 ‘내가 먹어도 되겠냐’고 묻는 거예요.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괜찮게 생각됐는지…. 이 남자 털털해서 같이 살면 편안하겠다, 후한 점수를 줬죠.”
정 지사가 “시집 잘 왔지, 뭐” 하면서 웃는다. 하지만 여느 한국 남편들처럼 정 지사 또한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고 산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 아내가 매일 서울과 진천을 오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가슴 졸이며 생활한 것이 오래도록 마음 쓰인다고 한다.
“선거운동 하느라, 또 당선되고 나서도 늘 바쁜 생활에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아내가 거의 혼자서 돌보다시피 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든든하게 잘 커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정 지사 부부는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인 큰아들은 올 초 결혼해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의학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스물여섯 살인 둘째 아들은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후 올봄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자원입대했다. 정 지사는 최근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렸다. 큰아들 결혼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촐하게 친인척만 모여서 치른 게 뒤늦게 밝혀져 화제에 올랐고, 둘째 아들을 교전 중인 중동지역에 보낸 것도 관심을 모았다. 정 지사는 “큰아들은 범생이 타입으로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이고, 둘째 아들은 느긋한 성격으로 모험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레바논에 가 있는 둘째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대견합니다. 얼마 전 병사들 사이에서 인기투표를 했는데 1등으로 뽑혔다고 해요. 친구를 아주 좋아하고 잘 사귀는 아이죠.”

충북도지사 정우택 이옥배 부부

정우택 지사는 재래시장을 돌며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한가한 시간에는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여사는 정 지사보다 더 씩씩하다. 레바논 파병에 앞서 부모의 동의를 구하는 전화를 한 둘째 아들의 뜻에 이 여사는 선뜻 동의해줬다고 한다.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찬성해줬어요. 하나님이 돌보시는 아이니까 제가 걱정하지 않아요.”
이 여사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신앙교육에 가장 치중했다고 한다. 자신이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하나님이 지켜주신다, 내가 할 수 없는 건 하나님께 맡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편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순 없었지만 같이 있는 시간엔 늘 대화하며 지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는 무엇이든 다 이해해준다’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노력했다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다 큰 후에도 모자 셋이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편하게 대화를 나눌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한번은 큰아이 중3 때 기도를 하는데 마음이 답답한 거예요. 너 혹시 담배 피우지 않냐고 물었죠. 순순히 인정을 하더군요. 야단치지 않고 안 피우면 좋겠다고 타일렀어요. 대학생 때는 담배 한 개비마다 ‘하나님이 널 너무 사랑하신다. 담배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너의 몸을 얼마나 망치는지 모른다’고 써서 서랍에 넣어놨죠. 그걸 얼마 전에 아이가 기억하더라고요.”
이 여사는 남편에게도 직접 싫은 소리를 하기보다 편지에 써서 전달했다고 한다.
“전 정치에 대해선 잘 몰라요. 주로 사소하지만 남편의 태도에 대해 조언하는 편지를 많이 쓰죠. 물론 칭찬하는 편지도 써요. 남편이 도지사에 취임한 지 1백일이 됐을 때, 1주년 됐을 때도 애 많이 썼다고 칭찬하는 내용을 담았죠. ‘1백50만 도민이 인정하는 잘생긴 남편에게’ 앞머리에 이렇게 써서 거실 메모판에 꽂아놓으면 남편이 혼자 읽어요.”

아내 얘기 잘 듣는 남편, 남편 존중하는 아내
정 지사는 아내의 얘기를 귀담아듣는다. 옷도 넥타이도 아내가 꺼내주는 대로 매치시켜 입는다. 이 여사가 매니저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이 부부는 재래시장을 돌면서 함께 장을 본다. 정 지사가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을 펴고 있기 때문인데, 정 지사는 삼수데이(매월 셋째주 수요일)라고 해서 재래시장과 자매결연 맺은 5백30여 개 기업 직원들이 퇴근길에 장을 보도록 권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충북’이 제가 내거는 슬로건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가 중요한데,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이미 19조4천2백억원의 투자를 끌어냈습니다. 다음으로 인재양성에 힘을 쏟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충북인재양성재단을 만들었는데, 매년 1백억원씩 10년간 1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정 지사는 충북인재양성재단에서 매년 12억원의 장학금을 주는 것 외에 해외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지사는 2006년 7월 충북도지사에 취임했을 때 가장 먼저 공무원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고 민간 글로벌업체에 위탁교육을 시키는 등 의식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교육에 치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국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제기획원 사무관 출신인 정 지사는 ‘경제 도지사’란 별칭을 달고 있다.
정 지사는 또한 ‘색소폰 도지사’란 이름도 붙었다. 재작년부터 색소폰을 배워 연말 송년무대에 서고 있는데, 올해 5월엔 소방본부가 주최하는 ‘효와 나눔 119 문화행사’에서 색소폰 실력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얼마 전에는 정 지사가 2006년 10월부터 매월 5백만원씩 익명으로 어린이재단을 후원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돈을 보낼 때는 이름 대신 ‘더불어 함께’라고 써서 보냈다. 정 지사의 이 같은 숨은 선행은 아내 이옥배 여사가 뜻을 같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편이 나오는 신문 기사나 방송은 아직도 떨려서 못 본다”고 털어놓는 이옥배 여사. “아직도 남 앞에 나서는 게 어색하다”며 “남편을 조용히 돕는 배필이고 싶다”는 이 여사의 그림자 내조를 받으며 정 지사는 “아내가 나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성동아 2009년 6월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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