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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당선자 김설원 시상식 현장에 가다

글 이설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06. 16

웃으면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싶은데,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청중 속 어머니 모습에 코끝이 찡해온다. ‘이별 다섯 번’으로 제41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김설원씨. “겸손하면서도 대범하게, 무엇보다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겠다”는 그의 시상식 현장을 다녀왔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당선자 김설원 시상식 현장에 가다


“광화문 거리를 지날 때면 늘 ‘나는 언제쯤 저곳에 입성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을 이룬 오늘, 얼떨떨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누군가가 ‘이상형과 결혼한 기분이겠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 같아요. 지난 6년 동안 다른 것에는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소설에만 매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멋진 작품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 5월6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9층에서 제41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이별 다섯 번’으로 당선된 김설원씨(39). 그는 “소설을 향한 미련은 늘 스스로를 감싸는 빛이 돼줬다”며 소설에 대한 열정과 그간의 노력을 담은 수상소감을 말했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는 박완서·윤명혜·우애령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를 배출한 공모전.
서른 살 되던 해 처음 소설을 썼다는 김씨는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1년에 중편 1개, 단편 3개 정도의 작품을 쓰며 중앙문단의 문을 두드리길 6년. 마흔이 되기 전 그간 쌓아온 모든 내공을 쏟아낸다는 각오로 장편을 쓴 결과 이번 공모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수없이 공모에 도전하며 비뚤어진 마음으로 다른 당선작의 흠을 잡기도 했지만, 이제는 겸손한 마음으로 작품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수상작 ‘이별 다섯 번’은 소통과 단절에 대한 이야기. 치위생사인 주인공은 엄마가 자궁암에 걸렸음에도 연애에 몰두하거나 단순한 동경으로 낭독봉사에 집착한다. 하지만 막 서른 살이 되면서 어머니와의 사별, 남자친구와의 헤어짐, 어머니가 죽고 난 뒤 새아버지로부터의 독립 등 다섯 번의 이별을 겪는 주인공. 이를 통해 내적 성숙과 진정한 독립을 이뤄가는 방법을 배운다. 숱한 만남과 헤어짐을 겪지만 정작 힘들 때 손 내밀 지인은 드문 현대인. 작품은 독자에게 진지한 소통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인물이 살아 있는 작품 쓰고 싶어요”
이날 시상식에는 동아일보 김학준 회장과 이재호 출판편집인 등 회사 관계자, 심사위원 하응백·송은일씨, 박완서·윤명혜씨를 포함한 역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 작가 등 50여 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본심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이별 다섯 번’은 30대 여성의 연애, 가족사 등의 일상을 발랄하게 담은 작품이다. 갑자기 여러 이별을 겪으면서도 담담하게 삶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소통 불능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뛰어나게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김학준 회장은 치사에서 “사람 관계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며 이별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 그래서 ‘이별 다섯 번’이라는 제목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라며 “문학은 인간의 이해를 돕는 가장 큰 도구다. 출발이 좋은 만큼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세계 문단에 우뚝 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답사를 통해 “등단을 준비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쓰고 싶은 작품이 무궁무진하다. 주제, 인물, 문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인물이 살아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시간이 흘러도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색깔 가진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당선자 김설원 시상식 현장에 가다

김설원씨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고 있는 동아일보 김학준 회장. (좌) 시상식이 끝난 후 선배작가들과 기념촬영 장면. 여성동아는 올해로 41명의 여성작가를 배출했다. (우)


김설원씨의 당선작 ‘이별 다섯 번’은 최근 동아일보 출판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편 ‘여성동아’에서는 오는 10월31일까지 역량 있는 여성작가 발굴을 위해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를 한다. 여성이면 누구나 응모 가능하며, 분량은 2백 자 원고지 1천2백 장 내외이고, 발표되지 않은 창작소설이어야 한다. 예심과 본심을 거친 당선작은 ‘여성동아’ 2010년 2월호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02-36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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