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비너스와 아도니스

사랑도 거르스지 못한 운명

2009. 06. 10

비너스와 아도니스

비너스와 아도니스, 1554년, 유화, 186×207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16세기 유럽 미술의 거장 베첼리오 티치아노는 신화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겪은 구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비너스는 아도니스라는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아도니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한 나라의 공주였으나 부끄러운 일을 저질러 스스로 나무가 됐습니다. 당시 임신을 하고 있던 까닭에 아이도 나무속에 갇힌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니 아이는 나무를 가르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힘 센 아이가 아도니스입니다.
아도니스는 사냥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비너스는 자신의 잘생긴 연인이 험한 사냥을 하다가 크게 다칠까봐 늘 조마조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듯 틈날 때마다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도니스가 다시 사냥하러 나서자 비너스는 그날따라 크게 불안해졌습니다. 겁이 난 비너스는 가지 말라고 애원했습니다. 티치아노의 그림은 바로 그 장면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아무 염려 말라고 말한 뒤 사냥을 하러 나섰지요.
불행히도 비너스의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크고 난폭한 사냥감을 잡으려다 오히려 그 사냥감에게 당하고 만 거지요. 아도니스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가던 비너스의 발이 장미 가시에 찔려 피가 났습니다. 장미는 원래 하얀 꽃이었는데 이 피가 덮여 빨간 꽃이 됐다고 합니다.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서도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바로 아네모네입니다.

한 가지 더~ 아네모네의 꽃말은 ‘기대’ ‘덧없는 사랑’입니다.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사랑 이야기를 돌아보면 왜 그런 꽃말이 생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지요. 꽃말은 꽃의 생김새나 특징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붙인 것을 말합니다.

베첼리오 티치아노 (1488~1576)
‘화가의 제왕’으로 불리는 거장입니다. 그의 사후 4백 년 동안 서양화가들은 그를 미술사상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로 꼽고 그의 기법을 배우기 위해 애썼습니다. 신화와 종교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