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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다는 건 어떤 걸까, 고민하며 연기했어요”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김다미

전혜빈 기자

2026. 01. 22

새로움을 탐구하는 배우 김다미의 또 한 번의 도전이 영화 ‘대홍수’에 담겼다.

변화무쌍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다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2018년 영화 ‘마녀’에서 초능력을 지닌 여고생 자윤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 앞에 섰다. 순수한 소녀의 얼굴에 강력한 힘을 가진 액션 연기는 단숨에 김다미라는 이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2020년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소시오패스 인플루언서 ‘조이서’로 분해 다시 한번 과감한 변신을 선보였다. 2021년 SBS ‘그 해 우리는’, 2023년 영화 ‘소울메이트’를 거치며 감성적인 멜로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제 김다미는 영화 ‘대홍수’를 통해 한 아이의 엄마인 ‘안나’ 역할을 맡으며 풋풋한 여고생에서 성숙한 엄마로 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열쇠를 쥔 AI 연구원 안나가 그의 아들 자인과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재난 장르에 SF적 상상력을 결합하고, 위기 속 인물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내며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다미는 3년 전 여름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 촬영 동안 혹한 속 수중 액션을 소화하며 극한의 환경에서 열연을 펼쳤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걸까. ‘대홍수’는 지난해 12월 19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2주 연속 글로벌 TOP 10 비영어 영화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태국 등 총 5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포함해 총 92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다미는 “‘대홍수’는 나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라며 “촬영 현장에서 여유로운 태도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다미는 ‘대홍수’에서 AI 연구원이자 엄마인 ‘안나’ 역할을 맡았다.

김다미는 ‘대홍수’에서 AI 연구원이자 엄마인 ‘안나’ 역할을 맡았다.

‘모성애’보다는 ‘사랑’에 초점 맞췄죠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이 있었다고요.

글로 읽었을 때 한 번에 와닿는 시나리오는 아니었어요. 대신 상상해야 할 지점이 많았죠. 이 장면들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고, ‘엄마’라는 역할을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도 있었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그런 고민을 잘 풀어주셨어요.



감독님이 어떤 말을 해줬나요.

“엄마라는 역할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성애 역시 수많은 사랑 중 하나의 형태다”라고요. 오히려 기존과 다른 엄마의 역할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죠. 저 역시 모성은 겪어본 적이 없는 감정이라서 고민이 많았는데, ‘누군가를 많이 사랑하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아들 역을 맡은 은성 배우와는 어떻게 친해졌나요.

사실 저는 은성이 또래를 만날 일이 많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은성이와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은성이와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다 보니 엄마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더라고요. 은성이를 통해 저도 안나로 거듭날 수 있었죠. 

같이 호흡을 맞췄던 장면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영화 막바지에 옥상 장롱 안에 숨어 있던 자인이를 안나가 발견한 장면이죠. 11월에 촬영해서 굉장히 추웠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은성 배우가 정말 프로페셔널했어요. ‘컷’ 소리가 나면 바로 몰입하더라고요. 극 중 자인이가 “엄마 (나) 버리고 간 거 아니야. 기다리고 있으랬잖아”라고 말하는 순간, 은성이와 함께했던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어요.

박해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혼자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지쳐 있을 때가 많았어요. 해수 선배가 오시는 날이면 의지가 많이 됐죠. 선배는 농담도 곧잘 던지고 굉장히 유머가 있으세요. 같이 있으면 현장이 화기애애해져요.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복잡한 서사를 연기로 풀어내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본이 수학 공식 같다고 느꼈어요. 같은 상황이 수만 번 반복되면서 안나가 점층적으로 변해가잖아요. 그 변화를 감정과 행동으로 세밀하게 나눠 설계했어요. 예를 들어 처음엔 날카롭고 감정이 없는 인물이 점점 유연해지는 과정, 수영 실력이 점차 나아지는 지점까지 하나하나 계산하면서 연기했어요.

영화가 어렵다는 반응도 있어요.

모든 디테일을 한 번에 알아봐 주길 바라는 건 저희 욕심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죠. 다만 의미를 촘촘히 쌓아 올리다 보니 복잡하게 느껴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이는 장면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인간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소울메이트’를 촬영할 당시 우정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느꼈거든요. ‘대홍수’에는 그 사랑이 모성애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고요. 사랑의 형태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수중 액션도 접수

수중 촬영도 많았어요.

처음 수중 촬영을 할 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물 안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요. 숨도 못 쉬고요. 수중 세트 안에 7명의 스태프분이 항상 대기하고 계셨고, 숨이 막힌다는 표시를 하면 바로 달려와서 저한테 산소통을 대주셨거든요. 그런 환경을 계속 경험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두려움이 줄어들더라고요. 하루하루 게임 퀘스트를 깨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수중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물속에서는 표정을 짓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모니터를 통해 제 표정을 확인하고 연기를 수정했죠. 물속에서는 평소보다 표정을 좀 더 크게 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김다미는 혹독한 추위와 반복된 수중 촬영 속에서도 엄마로 성장하는 안나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다미는 혹독한 추위와 반복된 수중 촬영 속에서도 엄마로 성장하는 안나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한 장면을 찍고 나면 20분 정도 쉬었는데, 사실 한 장면을 찍는 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촬영이 없는 날에는 운동하면서 체력을 관리했어요. 제가 했던 작품 중 가장 몸이 힘들었던 작업이었어요.

김병우 감독도 김다미 배우에게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미안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치열하게 작업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 역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고민하셨다는 걸 알고 있었고요. 그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당시에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만큼 밀도 있는 디렉팅 덕분에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물이라면 지긋지긋하겠어요.

촬영 후 6개월 동안은 물가에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촬영장에서 배운 수영을 바탕으로 수영장에서 잠수를 해보기도 했죠. 요즘은 문득 프리다이빙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마녀’나 ‘대홍수’ 같은 실험적인 대본에 끌리는 편인가요.

반반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마녀’와 ‘이태원 클라쓰’처럼 특색 있는 작품을 했다면 그다음에는 ‘그 해 우리는’ ‘소울메이트’ 같은 현실적인 멜로 장르를 택했죠. 또 인물에 집중한 작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야기 자체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대홍수’를 선택할 때도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의 재미와 구조에 더 끌렸어요.

요즘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요.

마지막으로 촬영한 작품이 ‘백번의 추억’이라서 다시 한번 특색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각기 다른 나이대의 제가 작품 속에 기록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시기의 제 감정과 얼굴이 고스란히 남는 거죠.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그때의 제 모습을 잘 담아낼 수 있으면 해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지금보다 한층 성숙해진 감정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긴 30대

2025년에 ‘나인 퍼즐’ ‘백번의 추억’ ‘대홍수’, 세 작품이 공개됐어요.

‘대홍수’는 3년 전에 찍어둔 작품이라서 체감상 2025년은 아주 바쁜 해는 아니었어요. 다만 보시는 분들한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배우로서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열심히 산 증거를 보는 기분이라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지난해에 만으로 30이 되셨어요. 30대가 되면서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요.

20대에는 연기할 때 눈 깜빡임을 가지고 자책한 적도 있어요. 작은 실수 연기에도 스스로를 많이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가 혼자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는 걸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스태프에 대한 신뢰도 커졌고요. ‘이번엔 조금 부족했어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자신을 다독일 수 있게 됐어요.

연기 외에 관심 있는 분야는요.

특별한 취미는 없어요. 1년 중에 6~7개월 정도를 촬영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지내다 보니 촬영 끝나고는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가끔 드라이브하거나 운동하는 것이 제 일상의 전부인 것 같아요.

연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이 있다면요.

첫 번째는 ‘마녀’, 두 번째는 ‘대홍수’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대홍수’를 찍으면서는 스스로를 조금 더 인정해주게 됐어요. 예전에는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못했다면, ‘대홍수’를 촬영하면서는 잘 이겨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촬영 현장에서 여유가 좀 더 생겼어요.

#김다미 #대홍수 #여성동아

사진제공 UAA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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