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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Family Special/가족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3

꽃남 아빠와 천사 딸의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 최필립 유이 부녀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5.21 16:38:00

열 살 때 조기유학을 떠났던 ‘엄친아’에서 ‘싱글대디’가 되기까지 최필립씨의 삶은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다.
부러진 날개로 세상을 나는 법을 알게 해준 소중한 딸, 유이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꽃남 아빠와 천사 딸의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 최필립 유이 부녀


여섯 살배기 유이는 아빠가 청주 한 대학 도서관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도서관 앞 광장에서 대학생 언니, 오빠와 논다. 수업이 시작되면 언니 오빠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 남지만 금세 다른 언니 오빠와 친구가 된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한참 그렇게 놀다가 아빠가 궁금해지면 “언니, 어디 가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잠깐 아빠 보고 올게”라고 말하고는 도서관 안으로 사라진다. 공개 열람실에서 영어 과외를 하는 아빠의 모습을 먼발치서 확인한 뒤 기둥 뒤로 가 살짝 숨는다. “아빠한테 들키면 절대 안 돼요.” 아빠가 수업하는 동안 자기한테 신경 쓰는 게 싫어서다. 수업이 끝나면 같이 놀던 언니들 손을 잡고 아빠한테 달려간다.
멋진 청년이 아이를 보더니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유이 아빠 최필립씨(27)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검정색 스웨터, 스타일리시한 모자를 매치한 그의 오른팔에는 ‘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라고 쓴 문신이 새겨져 있다. 싱글대디인 최씨의 부러진 날개는 바로 딸 유이다.
“아내와 이혼 후 새겼죠. 정말 훌륭한 사람은 부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최씨는 열 살 때 영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뉴욕으로 옮겨 6년 동안 패션을 공부했다. 스타일리스트를 꿈꿨지만,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한국에 들어왔다가 유이 엄마를 만났고 유이를 얻었다.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칠 즈음 이혼했고, 2007년 제대하자마자 전처에게서 유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다.
꽃남 아빠와 천사 딸의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 최필립 유이 부녀

“제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왜 군대에 갔느냐, 왜 싱글대디가 됐느냐고 안타까워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해 보일 뿐이죠.”

‘너만 없었더라면’이라는 마음 들다가도 아이 얼굴 보면 ‘너 때문에 산다’는 생각하게 돼
처음 유이를 데려왔을 때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오토바이와 여행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청년이었던 그에게 유이는 낯설기만 한 존재였다. 주변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사업 실패 후 미국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유이를 키워줄 형편도 못됐다. 다행히 엄마가 보고 싶다고 떼쓰며 울던 유이는 아빠와 사는 것에 금방 익숙해졌다.
“아이가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은 탓에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잘하고 붙임성도 좋아요. 아빠가 자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를 배려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요. 제가 유이 걱정을 하는 것보다 유이가 제 걱정을 더 많이 할걸요. 아이가 아이다워야 하는데 일찍 철이 든 것 같아 속이 상할 때도 있어요.”
최씨는 가끔 딸의 웃음 너머로 쓸쓸함이 묻어나는 걸 느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자신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할 땐 농담 한 마디 안 해도 웃을 일이 많았다. 그런데 가세가 기울자 집안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족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억지로 성격을 바꿔 가족과 친구들에게 농담을 건네고 웃음을 유도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으로 우는 날이 많았다.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그늘을 만들어주기 싫었던 그는 밤늦게까지 일하던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대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유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꽃남 아빠와 천사 딸의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 최필립 유이 부녀

“돈이 좋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여자친구가 좋으면 여자친구 맘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지금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유이예요. 어떻게 하면 아이와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까를 가장 먼저 생각하죠.”
한때는 유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진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유이는 아빠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돼 있었다.
“혼자 살 때보다는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게 사실이에요. 아무리 아파도 아이 밥은 꼭 챙겨 먹여야 되고, 일도 해야 하고요. 가끔 ‘‘너만 없었어도’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유이 얼굴을 보면 ‘그래, 내가 너 때문에 산다’는 마음이 들어요.”
엄마는 어디 갔냐고 물으면 유이는 숨김없이 “이혼했어요”라고 대답한다. 최씨는 아이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설명하고 아빠와 사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들 부녀는 조금 신기한 가족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이가 ‘엄마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는 게 싫어요. 그냥 ‘아빠와 사는 아이’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옷도 다른 아이보다 더 예쁘고 깨끗하게 입히고, 사람들 시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최씨의 꿈은 유이를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한 후에는 부모님도 당당하게 찾아뵙고 싶고, 10년쯤 후에는 딸과 여행을 하며 함께 세상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유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다 하게 할 생각이에요. 설령 그게 고생스러운 일이라고 하더라도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해봐야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 부모님이 기대했던 일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잖아요. 유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찾는 현명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9년 5월 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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