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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주부들의 로망 장미희 아름다움의 비밀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2.18 17:05:00

장미희는 우아하다. 절제된 말투와 행동, 세련된 패션스타일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들이다. 지난해 ‘엄마가 뿔났다’로 ‘고은아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그를 만났다. 고은아 같은, 그러나 고은아답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부들의 로망 장미희 아름다움의 비밀

지난해 가을 장미희(51)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한창 촬영되고 있었다. 메이크업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순간 냉정해졌다. NG는 없었다. 자기 몰입 상태에 들어간 그는 기자의 계속된 물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고집스러워보였다.
‘엄마가 뿔났다’가 끝난 지 넉 달 뒤인 지난 1월 중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런가요…, 아하하’ 하고 웃는 모습에서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이날 한국최고경영자회의가 선정한 문화경영연예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아름다운 밤입니다”에서 “오늘은 더욱더 아름다운 밤입니다”라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수상소감을 남겼다.

격식 맞게 입는 게 노하우, 의상은 콘셉트에 맞게 심사숙고해 골라
장미희는 패셔니스타로 꼽힌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그가 선보인 고은아 패션과 스타일은 드라마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다. 이날 그는 털 토시가 강조된 블랙 재킷과 허리와 엉덩이 부분이 타이트한 롱스커트를 입었는데, 패션 포인트를 묻자 “공식석상에서 입는 의상은 멋져보이는 것, 그 이상이 돼야 한다. 몇날며칠을 심사숙고해서 입었다”고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 어떤 장소에 가는가에 따라 다르지 않겠어요. 영화제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해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어요. 색상을 선택한 뒤 디자인을 선택하고 거기에 어울릴 만한 액세서리와 클러치를 매치하는데, 반지에 포인트를 뒀죠.”
그는 젊은 시절부터 옷 잘 입는 일에 훈련이 돼 있다고 말한다. ‘겨울여자’(77) ‘깊고 푸른 밤’(84) ‘사의 찬미’(91) 등 영화 속 의상을 일일이 챙겼다고. 스타일리스트를 둔 지금은 예전처럼 일일이 챙기지 않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미리 요구한다고 한다. ‘엄마가 뿔났다’ 촬영 당시 그는 스타일리스트 4명과 함께 다녔는데, 의상은 광택나는 옷감일 것, 움직일 때마다 옷에 실루엣의 여운이 느껴질 것, 목걸이 대신 반지·팔찌·귀걸이 세트를 할 것, 단 달랑거리면서 시선을 뺏는 귀걸이는 착용하지 않을 것 등의 원칙을 세웠다. 유명업체에서 협찬한 것이라도 콘셉트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돌려보냈다.
“배우로서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단순한 소비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은 배우가 자기 역할에 맞는 옷을 입기 위해 필연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는 그는 “자신의 옷이 사람들 마음을 잡아끄는지 아는 일은 발성 연습을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벨기에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수트와 구두. 보석은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좋아한다. 그는 “붉은색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특히 루비를 아껴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찍을 땐 고은아의 삶의 방식을 집안에까지 들여놨는데, 지금은 고은아를 위해 착용했던 의상과 소품을 완전히 치웠어요. 평소에는 이런 의상 잘 안 입죠. 지극히 우아하거나 화려한 옷은 비활동적이고 불편하잖아요, 안 그래요?(웃음)”
옷맵시가 좋은 건 몸매가 좋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장미희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피트니스클럽 가는 것. 4~5년 전부터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 집중적으로 관리해왔다고 한다. 처지지 않는 목과 어깨 골격은 잘 잡힌 근육 덕분이다. “배우의 몸은 연장이다. 항상 기름 치고 갈고닦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는 그는 집에서는 명상요가와 스트레칭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그의 동안 비결은 무엇일까.

주부들의 로망 장미희 아름다움의 비밀

“어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나이 들어 주름 생기는 걸 저라고 어떻게 막겠어요(웃음). 저도 여느 배우처럼 카메라 각도나 조명을 신경 쓰고, 적당한 피부관리와 메이크업을 받아요. 배우의 훈련은 운동선수 훈련과 비슷해요. 운동하고 음식 가려먹고…. 가장 중요한 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하는 것, 그러고 나서 저녁에 ‘그래, 오늘도 수고 많았어’ 하면서 기분 좋게 자는 것 아닐까요.”
명지전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요즘은 대학입시철이라 정신이 없다. 어제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입시준비를 하느라 기운이 빠졌다. 조만간 여행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만끽한 뒤 2월 초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미세스 문~” 하며 그를 흉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미세스 문~’은 ‘아름다운 밤입니다’ ‘똑(떡) 사세요’ 이후 그가 만든 세 번째 유행어다. 그는 사람들의 반응에 고마워하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육남매’와 ‘엄마가 뿔났다’는 10년 차이인데, 10년 만에 유행어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좋지만 인물의 특색을 꼬집어 만든 말이 유행어가 됐다는 데 의의를 두죠. 유행어를 만든 건 전적으로 김수현 선생님 덕분이에요. 대본에 ‘미세스 문’이라고 적힐 때가 있고, ‘미세스 무은’이라고 적힐 때가 있었어요. 저는 뉘앙스만 살렸을 뿐이에요.”
주부들의 로망 장미희 아름다움의 비밀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장미희. 그는 규칙적인 운동과 끝없는 자기성찰이 동안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배우로서의 도전 끝나지 않아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미세스 문~’을 내뱉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말이 오용되거나 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정을영 PD가 그에게 처음 ‘악역’이라고 설명했던 고은아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바뀐 건 장미희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은아가 가진 심성이 악한 것인가, 다른 것인가 고민했고, 취향으로서의 다름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8개월간 고은아로 살았다는 그는 지난해 말 연기대상에서 인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굉장히 행복했어요. 배우의 가장 큰 미덕은 앙상블이라고 생각해요. 김용건 선생님이 남편 역을 맡았기에 고은아라는 인물이 부각될 수 있었어요. 연기할 때는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어요. 간혹 인터넷에서 장미희가 어떻다더라, 하는 기사를 검색했을 뿐이죠. 그런데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기특하다’고 하더군요. 강의하러 학교에 오면 학생들이 저를 지그시 보면서 웃고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느냐, 잔향을 남길 수 있느냐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대답했다. 요즘 CF에서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40대, 50대에도 사랑과 욕망과 관능이라는 게 있다. 왜 중년의 배우들은 생계에 매달려 살거나 가족에게 헌신하고 잔소리나 늘어놓는 역할만 해야 하느냐. 나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그건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해요. 배우란 창조적이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가, 과연 내 안의 창조성이 어떤 계기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죠.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연기에 대한 에너지와 의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는 일어나서 외출을 준비하고 열심히 일한 뒤 퇴근하고 다시 다음 날 외출을 하는, 어떻게 보면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재미없고 답답하더라도 내가 편하다면 그게 내게 가장 어울리는 삶이 아니겠느냐”는 그는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건 오로지 작품 속에서의 삶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요즘 대본과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무모함이 열정으로, 호기심이 창조로 변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그가 하루빨리 컴백하길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9년 2월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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