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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 아름다운 그녀

아이 낳고 더 큰 세상 품은 ‘젊은 엄마’ 장신영

“결혼은 여배우의 무덤? 결혼과 출산 통해 점점 특별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 ■ 의상협찬 얼빙 플레이스(02-511-8921) 인더우즈(02-12-6122) 아이엠 지나킴(02-517-1795) 우드리(02-3444-1730) 시스템(02-2138-7769) 더슈(02-511-8158) 파크케이(02-511-3068) ■ 헤어 강성희(앳폼조성아 02-517-5436) ■ 메이크업 김미소(앳폼 조성아) ■ 코디네이터 권은정

2009. 01. 20

장신영이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진짜?’ 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창 주가를 올릴 시기인데, 재능과 미모가 아깝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아이를 낳은 후 더 예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KBS 새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 주연을 맡은 그는 언젠가는 꼭 연기상을 받겠다는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아이 낳고 더 큰 세상 품은 ‘젊은 엄마’ 장신영

큰 키와 짧은 헤어스타일. 장신영(25)의 첫 느낌은 시원함이었다. 오랫동안 긴 머리를 고수해온 그는 얼마 전 머리카락을 자르고 살짝 염색을 했다. 변화를 주고 싶어서다.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는 “정말요? 선머슴 같진 않나요? 긴 헤어스타일로 돌아가고 싶어서 거금을 주고 머리카락 빨리 자라게 하는 샴푸를 사서 쓰고 있는데…” 하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곧 ‘까르르’ 하고 웃었다.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잊힐 만큼 상큼 발랄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제가 말하지 않고 있으면 새침해 보인대요.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내숭 떠는 성격은 아니에요. 친한 사람과 있으면 수다쟁이가 되는데, 드라마 ‘겨울새’에 함께 출연했던 (윤)상현오빠, (박)형재오빠와 자주 어울려요.”

아이와 함께 지하철 타고, 할인 마트로 쇼핑 다니면서 소소한 행복 느껴
지난해 봄 종영한 ‘겨울새’ 이후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올봄 개봉하는 영화 ‘도도’에서 형사 역을 맡아 밖에서는 구르고 뛰고, 안에서는 가족과 함께 지냈어요. 아이가 20개월을 막 넘어섰어요. 어찌나 호기심이 많은지 아이가 묻는 것에 답해주기 바쁘죠. 색깔 구분을 잘하고 말도 잘 따라해요.”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그는 영락없는 고슴도치 엄마였다. 장신영은 지난 2005년 여섯 살 연상의 사업가 위승철씨와 결혼해 이듬해 정안군을 낳았다. 지난해 여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와 아이를 우연히 만났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아이는 그를 쏙 빼닮은 듯했다. 아직도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게 신기하고 설렌다는 그는 “아이와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며 밝게 웃었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이 신기해요. 아는 언니에게 ‘언니, 잠깐 정안이 좀 봐줘’ 했더니 아이가 ‘언니’라는 말을 금세 따라하더라고요. 요즘 정안이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 빠져 있어요. 어제는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한 캐릭터가 ‘변신!’ 하니까 ‘변띤!’ 하면서 행동까지 따라하는 거예요.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웃음).”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안녕’ ‘빠빠’ 하고 인사해 이웃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한다고. 육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은데, 그는 “아이 성격이 순한 편이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오히려 아이와 함께 있으면 금세 기분이 풀린다”고 대답했다.
“아이와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친정집이 저희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정안이가 지하철타는 것을 좋아해 가급적 지하철을 타고 친정에 가요. TV에서 긴 것만 나오면 ‘디티, 디티’ 하면서 지하철 타러 가자고 조르거든요. 표도 꼭 자기가 내겠다고 하고요. 사람들이 종종 ‘장신영 아니야?’라며 돌아보지만 개의치 않아요.”
교육에 대해서는 조금 무던한 편이다. 억지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일을 할 땐 양가 부모님이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주세요. 아이는 자연 속에서 크는 게 좋다며 정안이를 데리고 시골이나 바닷가에도 가주시죠.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백일이 지나면 미술·음악 학원, 영어유치원, 심지어 잠 잘 자는 학원까지 보내더라고요. ‘나도 그래야하나?’ 고민한 적이 있지만 벌써부터 아이에게 무리한 교육을 시키고 싶진 않아요. 어릴 때 많이 가르치면 뭐 하나요? 좀 더 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죠.”
남편도 이런 그의 교육방침에 동의한다고 한다. 남편은 그가 배우생활을 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돼주는 사람. 2년 열애 끝에 결혼한 그는 남편을 “아침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면 달걀 프라이를 해주는 자상한 남자”라고 표현한다. 인터뷰 도중 그는 “배우는 실물보다 화면에서 더 예뻐 보여야 하는데 저는 그 반대예요. 배우로서는 속상하지만 남편만 예쁘다고 해주면 그만이죠, 뭐~”라면서 은근히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살림 솜씨도 꽤 좋은 편이라고 한다. 특히 정리정돈을 잘하는데,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반드시 청소를 하고 잠자리에 들고, 남편과 아이를 위해 아침식사도 꼭 챙긴다고. 장을 볼 때는 백화점보다는 집 앞에 있는 할인마트에 가고, 옷을 살 때는 동대문시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한다.

“직접 만든 천연 팩으로 피부 관리하고 벨리댄스로 몸매 가꿔요”
“비싼 옷을 사거나 액세서리 등으로 멋 부리는 데 관심이 없어요. 유행 타는 옷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청바지나 티셔츠 같은 기본 아이템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네일케어도 받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집에서 제가 직접 해요. 이런 게 알뜰하게 사는 요령 아닐까요(웃음).”
피부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 대신 그는 친정엄마가 과일·채소 등을 섞어 만들어준 팩으로 피부를 관리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달걀·밀가루·우유를 섞어 만든 팩을 자주 하고, 시중에 파는 각질제거제로 하루에 한 번씩 피부결을 정리한다고.
아이 낳고 더 큰 세상 품은 ‘젊은 엄마’ 장신영

푼수같은 캐릭터와 악녀 역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장신영.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임신 때 불어난 체중 16kg을 석 달 만에 감량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당시에는 몸에 랩을 감고 아령, 걷기, 훌라후프,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죽기살기로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살이 너무 빠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빠듯한 스케줄 때문에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한 끼 먹는 게 하루 식사의 전부일 때도 있어요. 출산 후 몸이 약해진 것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이유인 것 같고요. 특히 지난해 여름, 영화를 촬영하다가 더위를 먹고 몸살감기에 걸리는 등 잔병치레를 많이 했어요.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주 쓰러져 주위 사람들이 걱정했죠. 나중에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병원에 갔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자국이 흉처럼 남아 있어요.”
친정부모는 이런 그를 위해 배즙·포도즙과 홍삼 달인 물을 챙겨줬다고 한다. 평소엔 몸에 좋다는 보약을 보내도 먹지 않고 찬장에 쌓아뒀는데, 그때만큼은 남편 몫까지 챙겨 먹었다고. “깡마른 것보다 볼륨 있고 유연한 몸을 원한다”는 그는 요즘 벨리댄스에 빠져 있다고 한다.
“배운 지 두 달 정도 됐어요. 영화촬영을 위해 인라인스케이트도 배우고 태권도 학원에도 다녔는데 몸이 뻣뻣해서 그런지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더라고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집 앞에 있는 벨리댄스 학원에 등록했죠. 실내운동이라 겨울철에도 할 수 있고, 수강생이 많지 않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요.”
규칙적인 운동 덕분인지 요즘은 밤샘 촬영을 해도 끄떡없다고 한다. 그는 1월부터 방영되는 KBS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을 촬영하고 있다. 이혼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다큐멘터리 PD인 주인공 수인 역을 맡은 그는 “캐릭터는 무거운데 촬영장에 나가면 신이 난다. 배우로서의 모습을 되찾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위 분들이 이혼녀라는 설정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는데 작품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감정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배우 가운데 감독님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책임감이 느껴지고 출발점에 선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려요.”
극중 수인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다시 찾아온 사랑을 억지로 밀어낸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정을 안으로만 삭이는 인물. 이 드라마에서 그는 많은 감정신을 소화해야한다.
“평소 제 모습과 다르니까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힘들긴 하죠. 신인시절에는 눈물이 안 나와서 안약·티어스틱 등을 사용했는데 한 감독님이 ‘그건 거짓연기다’라고 따끔하게 얘기해주신 뒤로는 그런 속임수를 사용하지도 않고, 억지로 슬픈 생각을 끄집어내지도 않아요. 그냥 그 상황에 빠져들어요.”
시집에서도 그의 드라마 복귀를 반기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흔이 넘은 시할머니는 그의 열혈팬인데, 그가 시집에 갈 때마다 “언제 TV에 나오냐. 어서 손자며느리가 연기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한다고.
“가장 궁금한 건 정안이의 반응이에요. 드라마에 나오는 제가 엄마인 줄 알까요? 광고에 나오는 송혜교·이나영씨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누구지?’ 하고 물으면 헷갈리는지 ‘엄마’ 그래요. 얼마 전에는 영화배우 성룡 사진을 가리키며 ‘아빠’ 그러더라고요(웃음). 정안이가 TV에 나오는 저를 보고 반가워하면 좋겠어요.”

아이 낳고 더 큰 세상 품은 ‘젊은 엄마’ 장신영

데뷔 9년째, 여우주연상 수상하는 게 소원
장신영은 배우가 천직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전주예고에 입학했고, 지난 2001년 ‘전국춘향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춘향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면 대학 진학하기가 수월하다고 해서 응시했는데 입상했고, 마침 연예계 관계자의 눈에 띄어 샴푸 CF를 찍으며 이 길에 들어섰어요. SBS ‘해 뜨는 집’에 출연한 이후 여러 드라마에 잇달아 캐스팅됐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연기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데뷔한 지 9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대표작이 없는 건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힘들어, 재미없어’라며 일에 대해 불평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는 젊은 배우들이 선호하는 트렌디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를 맡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등의 굴곡진 인생을 연기했다고.
“저라고 왜 속상하지 않겠어요. 또래 친구들처럼 트렌디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고, 다양한 배역을 맡고 싶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역할이 주어진 것도 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출산이 젊은 여배우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좋은 영향을 받고 있어요. 인기에 연연하지도, 잘 안 풀린다고 초조해하지도 않죠. 결혼 후 양가 가족의 지지를 많이 받아서인지 제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깨닫고 있어요.”
그는 극중 리스트의 ‘사랑의 꿈’과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한 달간 피아노 개인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껏 피아노를 한번도 쳐본 적이 없지만 제작진에게 “대역이 있더라도 조금이나마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지금껏 작품을 위해 이렇게 제 시간을 투자한 적이 있었나 싶어요. 3주 동안 하루 두 시간씩 피아노를 배웠는데, 악보를 볼 줄 몰라서 극중 쳐야 하는 부분을 전부 외워버렸죠. 그런데 나중에 편집된 화면을 보니까 분량이 얼마 되지 않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속상해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오히려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만큼 배우로서 성숙했구나’ 싶어 뿌듯해요. 작은 역할이라도, 작은 행동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전할 거예요.”
그는 종종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뮤지컬 ‘라디오스타’를 세 번이나 봤다는 그는 앞으로는 드라마·영화뿐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푼수 같은 캐릭터도 맡고 싶고, 악녀 역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장신영이라면 믿을 수 있어’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예요. 저 스스로도 ‘맡은 배역에 충실했어. 부끄럽지 않아’라고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좋아야 하잖아요? 꼭 한번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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