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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 | Cooking & Travel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어부도 상인도 구경꾼도 흥겨워라~

기획 한여진 기자 | 사진 현일수 기자 || ■ 도움말 울진친환경엑스포홍보팀(054-781-2005 www.Ofex.or.kr)

2009. 01. 16

옷깃을 스며지는 바람이 매서운 겨울이다. 대게도 날이 추워질수록 살이 통통하게 올라 풍미를 더한다. 겨울을 맞아 활기를 되찾는 울진 죽변항로 맛기행을 떠났다.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7번 해안국도 위 최고의 절경 울진

강원도 속초·강릉·삼척을 거쳐 부산까지 동해를 따라 길게 이어진 7번 국도. 한쪽으로는 푸른 동해가, 다른 쪽으로는 장대한 태백산맥이 펼쳐져 있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길이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강릉 IC에서 빠져나와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바다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작은 항구, 깎아지듯 아찔한 절벽, 소박한 어촌 마을,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고목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울진이다. ‘등허리 긁어서 닿지 않는 곳’으로 불릴 만큼 두메산골이었던 덕분에 자연환경이 때 묻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재는 7번 국도와 36번 국도가 지나 교통도 편리해지고, 아름다운 풍경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이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을 달리던 장소도 바로 울진의 해안길이라고. 요즘 울진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대게 철을 맞이해 울진의 멋진 풍광과 겨울바다를 구경하고 대게를 맛보러 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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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항 대게잡이 1박2일


지난 12월 10일 대게잡이 첫출항 어선을 기자가 직접 탔다. 작년 1월에 KBS ‘1박2일’ 멤버들이 대게잡이 배를 타고 초죽음이 됐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대게잡이 체험은 멀미약을 먹고 붙이고, 완전무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게잡이 배를 타기 위해 찾은 곳은 ‘1박2일’팀이 갔던 죽변항. 배는 새벽 3시 정도에 출항을 하는데, 선원들은 1시간 전부터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새벽 3시 정각이 되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앙~’하는 기적 소리를 울리며 50여 대의 어선이 앞다퉈 출발했다. 동쪽으로 2시간 정도를 달려간 곳은 대게 서식지로 유명한 왕돌잠으로 열흘 전에 쳐둔 그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부표들이 여기저기 떠있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 칠흑 같은 밤바다 속에서 조업을 시작하는데, 달빛과 별빛을 벗 삼아 작업하는 모습이 흥겨워보였다. 대게는 그물 사이사이에 걸린 것을 손으로 일일이 빼서 크기를 잰 뒤 체장 길이가 80mm 이상인 것은 배안에 있는 수관에 넣고, 작은 것은 바다로 놓아줘야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배에 대게가 가득 찼을 무렵 바다 저 끝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해가 고개를 내밀더니 순식간에 날이 환해졌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출출한 속을 라면으로 달래고 뭍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 출항 날에 만난 수많은 선원들은 ‘첫 출항이 만선인 것을 보니 대게가 풍년일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1 대게잡이 배에서 바라본 일출.
2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물에 걸린 대게를 손으로 일일이 빼고 있는 어부의 모습.
3 첫 출항에서 만선의 꿈을 이룬 대게잡이 배.

대게잡이 배 첫 출항하던 날, 죽변항 풍경



죽변항에서 대게잡이 배가 첫 출항하던 날, 대게를 맛볼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각지에서 사람들이 물려와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시끌벅적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대게잡이 배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미 위판이 끝난 오징어·고등어·아귀·문어 등을 차에 실고 있고, 작은 간판을 펼치고 갓 잡은 생선을 팔고 있는 등 모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울진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말까지 조업이 이뤄지는데, 1월이 돼야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제맛을 내기 시작한다. 대게는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일찍이 궁중에 진상됐을 정도로 속살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특별히 요리를 하지 않고 찜통에 찌기만 해도 맛있어 별미 요리로도 손색이 없다.
밤새 잡은 대게는 아침에 지접 어선에서 내려 위판(경매)을 통해 판매된다. 대게를 크기별로 위판장에 쭉 깔면 푸른 모자를 쓴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며 경매 시작을 알린다. ‘9천원에 11번’ ‘9천5백원에 7번’ 중매인들이 나무판에 적은 가격을 보고 경매가 진행되는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낙찰된다. 오전 8시경 시작된 경매는 3~4시간 동안 계속된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낙찰 받은 도매상들은 리어카에 싣고 부지런히 위판장을 떠난다. 이날 죽변항에서는 총 1톤 가량의 대게가 잡혔으며, 체장 길이 9cm 크기의 대게가 5천원대로 위판됐다. 날마다 위판장에서 형성되는 대게 가격은 조금씩 다른데, 작년에는 대게가 적게 잡혀 소매가격이 1마리에 3만원 정도로 형성됐지만 올해는 그보다 많이 잡힐 것을 예상된다고 한다.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1 대게 경매가 벌어지는 죽변항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다.
2 대게잡이 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가는 할아버지.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3 푸른 모자를 쓴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면 대게 경매가 시작된다.
4 대게 배가 항구로 돌아오면 항구는 금세 시끌벅적해진다.
5 만선의 기쁨을 안고 하나둘씩 항구로 돌아오는 대게잡이 배들.

▼ Travel Tip
울진 가는 길 영동 고속도로를 따라 강릉 방면으로 가다가 강릉이나 동해 IC로 나가 7번 국로를 탄다. 동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며 강릉, 동해, 삼척을 지나 1시간30분 정도 내려가다보면 울진 죽변항이 나온다. 가는 길에 태백산의 웅장함을 느끼고 싶다면 영동고속도로 00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00IC에서 빠진다. 36번 국도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된다.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1 대게 그물에 잡힌 왕소라.
2 늦은 전어는 야들야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3 올해 풍년을 맞은 고등어를 포장하고 있는 모습.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4 위판이 끝나고 한적해진 죽변항에는 갈매기만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다.
5 따뜻한 날씨 탓에 아직도 많이 잡히는 오징어. 울진에 가면 길거리 어디에서나 오징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 문어를 두고 손님과 상인이 벌이는 가격 흥정소리가 흥겹게 들린다.

입맛 당기는 대게요리

‘소는 한 마리를 잡아먹어도 흔적이 없는데, 게는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게 맛은 일품이다. 대게는 찜으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데, 갓잡은 대게를 회로 먹는 것도 별미다. 죽변항에는 대게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에 50여 곳 있어 점심시간에 가면 오전에 수확한 산 싱싱한 대게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죽변항에서 소문난 맛집
신진회상회 대게찜 맛이 일품인 맛집으로 대게국수, 대게탕 다양한 대게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야들야들한 육질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 도루묵탕과 시원한 복지리도 인기. 대게요리는 매일 시세에 따라 다르면 도루묵탕은 1인분에 0천원, 복지리는 0만원이며 전화로 대게를 주문하면 전국어디든 택배로 배달해준다. 문의 054-000-0000
제일회식당 대게, 문어, 골뱅이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며, 담백한 전북죽이 인기 메뉴. 아침 식사가 가능해 이른 아침 죽변항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문의 054-000-0000
정훈이네 횟집 울진 곰치로 얼큰하게 끓인 곰치탕이 일품이며, 싱싱한 회를 듬뿍 넣은 회덮밥과 물회는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문의 054-000-0000

죽변항에서 맛보는 대게 요리

대게회 싱싱한 대게를 다리만 떼어내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에 착착 감기는 대게살 맛이 일품이다.
대게탕 대게와 쑥갓, 무 등을 넣고 국물맛을 낸 대게찌게. 싱싱한 대게로 국물을 내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대게찜 찜통에 대게를 배가 보이도록 넣고 15분 정도 찐 뒤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대게찜 완성! 이때 배가 아래로 향하면 뱃속의 진액이 흘러내리므로 주의한다.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1 죽변항을 따라 자리한 음식점에서는 갓 잡은 싱싱한 대게, 도루묵, 문어 등으로 요리를 만든다.
2 대게와 팽이버섯, 쑥갓, 파 등을 넣고 끓인 얼큰한 대게찌개.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3 대게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게회.
4 대게육수로 맛을 낸 대게국수는 국물맛이 일품이다.
5 대게찜을 먹고 난 뒤 게딱지에 밥을 넣고 비벼먹으면 맛있다.

대게 선택법 & 먹는법

국내산 대게는 양쪽 집게 길이가 똑같지만 러시아나 중국에서 잡아온 대게는 길이가 다르거나 부러진 경우가 많다. 대게를 게딱지가 보이게 잡고 손톱으로 눌렀을 때 단단해야 살이 꽉 차있다. 껍질이 얇아야 살이 연하고 맛있는데, 낮은 바다에서 잡힌 대게는 껍질이 얇고 깊은 바다에서 잡힌 것은 두껍다. ‘울진 대게의 보고’로 알려진 왕돌잠은 수심이 낮아 껍질을 손으로 벗길 수 있을 정도로 얇다. 대게를 먹을 때는 다리는 관절마디 앞쪽을 자른 뒤 뾰족한 집게다리 끝을 이용해 속살을 빼먹고, 게딱지는 국물은 따라내고 내장을 발라 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맛있다.

죽변항 주변의 볼거리·놀거리·먹을거리

죽변항 주변에는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망향정과 월송정이 있고, 산 속에서 자연 용출해 형성된 온천, 드라마 촬영지 등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죽변항 바로 옆에 위치한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 앞에는 어른 키보다 높은 대나무가 양옆으로 심어진 오솔길이 있어 산책로 그만이다. 죽변항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세계친환경 농산물 엑스포 공원’은 2백년이 넘은 소나무 숲과 식물관 등이 있어 아이들 자연체험을 할 수 있으며, 온천도 가까이 있어 여행 마무리에 들리면 지친 몸과 마음을 풀 수 있다.

산림욕 즐길 수 있는 친환경 농업 엑스포 공원
2005년 조성된 울진 친환경 농업 엑스포 공원에는 식물원, 주말농장 들이 조성돼 있어 체험학습장으로 제격이다. 올 7월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제 2회 친환경 농업 엑스포가 열릴 예정으로 아쿠아리움, 농사 천적 박물관 등이 한창 건립되고 있다. 공원이 전체가 2백여년이 넘은 소나무 숲으로 꾸며져있어 산림욕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문의 054-781-2005 www.Ofex.or.kr

피로 말끔히 푸는 덕구온천
온천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면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덕구온천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온도인 41.8℃의 자연 용출수로, 탕마다 다양한 허브와 한방재료를 첨가돼 있다. 또한 100분의 1 크기로 축소된 각 나라의 유명한 교량과 자연적으로 솟구치는 온천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테마계곡도 있어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이용료 어른 2만5천원 아이 1만원 위치 영동고속도로 동해IC에서 7번 국도 타고 울진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부구에서 덕구방향으로 8km 직진 문의 054-782-0677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1 2009년 7월24일부터 열리는 울진 농업엑스포를 위해 조성된 공원. 2백여년이 넘은 소나무숲과 아쿠아리움 등이 볼만하다.
2 자연 용출 온천으로 노천탕이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덕구온천.
3 친환경 마을로 선정된 울진에 가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쌀, 꿀, 송이버섯, 멍게젓 등을 꼭 맛볼 것.
죽변항 대게잡이 배, 첫 출항 하던 날

4 대나무 숲 한가운데 있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등대.
5 울진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죽변항 근처에 있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촬영 세트장으로,, 절벽 위에 지은 일본식 집이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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