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출신 패션사업가 김준희(32)에게 올해는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때로 기억될 듯싶다. 한동안 두문불출하다가 자신이 경영하는 패션브랜드 ‘에바주니’ 비키니 화보촬영을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한 뒤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사람들 앞에 섰고, 지난 8월에는 패션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 LA로 유학을 떠난 것.
그는 요즘 바쁜 유학생활 중에서도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간간이 LA에서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학교 앞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3년 전부터 비자·포트폴리오 준비하며 유학 계획 세워
김준희는 현재 영화의상 제작으로 유명한 패션스쿨 FIDM에 입학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사업을 하던 그가 갑작스레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개인적인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유학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패션 이론을 공부하고 싶어 늦은 나이임에도 용기를 냈다”고 말한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좀 바빴어요. LA에 처음 왔을 때는 낯설고 불안했는데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스타일이라 금방 자리 잡았어요. 이곳에 사는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하나는 침실, 하나는 옷방으로 꾸며 쓰고 있어요. 혼자 지내다 보니 책상·TV·소파·침대 등 꼭 필요한 물건만 들여놓았죠. 한국에서 데려온 강아지 몽몽이와 함께 쇼핑몰, 식당을 다니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어요.”
▼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알람시계 벨소리에 맞춰 눈을 뜨고 오전 7시에 등교해 오후 3시 반까지 수업을 들은 뒤 집에 돌아오면 5시가 조금 넘어요. 숙제하고 저녁 먹고 강아지와 집 주변을 산책한 뒤 씻으면 잘 시간이죠. 짜릿한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은데 이곳에서는 학교 다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시간이 여유로운 날엔 쇼핑가를 둘러보며 미국의 트렌드를 보고 익혀요.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서점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기도 하고 무작정 걷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죠.”
▼ 학교생활은 어떤가.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
“FIDM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우선 정해진 랭귀지 레벨을 획득해야 해요. 그래서 부지런히 어학공부를 하고 있어요. 영어가 유창한 편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과목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해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죠. 문법이나 단어 틀리는 데 신경 쓰지 않고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고 고치다 보니 금세 늘더라고요.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 사귀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대부분 저보다 어린 친구들인데다 사고방식과 문화가 한국과 달라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거든요. FIDM은 패션과 관련된 학과만 있는 패션디자인 전문학교로, 많은 유명 디자이너가 배출됐어요. 내년 2월에는 FIDM에 입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갑작스럽게 유학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게 갑작스러울 뿐 3년 전부터 유학을 준비해왔어요. 유학을 가려면 비자도 발급받아야 하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놓아야 하거든요. 사업을 하면서 실무경험을 쌓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론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어요. 사업이 자리 잡히면 유학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것 같아 본격적으로 준비했을 뿐이죠.”
▼ 서른이 넘어 다시 공부하는 점에 대해 주변에서 우려하진 않았나.
“다행히 단 한 분도 우려하거나 만류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격려해주셨죠. 공부하는 데 나이는 그리 중요치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학교시험에서 두 달째 만점을 받고 있답니다(웃음).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결과가 온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해주는 밥, 한국 친구들, 푸근한 인심 그리워요”
그는 유학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감기에 걸려 크게 고생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지만, 몸이 아프거나 외로울 때면 한국이 그리워진다고. 그는 지난 추석,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느지막이 엄마 곁을 떠나와서 미안하다. 더 많이 배워서 좀 더 큰 사람이 될 테니 지금까지 지켜본 것처럼 믿어달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 LA에는 한인들이 많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요. 한국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사생활 보호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저를 알아본다 해도 제가 눈치 챌 만큼 표현하지 않는 것 같고요.”
▼ 한국음식이나 가족, 친구들이 그립지 않나.
“LA 내에 한인타운이 있기 때문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어요. 고등어김치조림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는데 단골이 돼 거의 매일 그곳에 가요.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 밥이 늘 먹고 싶어요. 물건을 사면 덤을 얹어주는 푸근한 인심도 그립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요.”
▼ 인터넷 쇼핑몰은 현재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이메일로 업무를 보고받고 중요한 일이 생기면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아요. 제가 공부하는 동안 회사 경영을 맡을 부사장을 영입해 큰 어려움은 없어요.”
▼ 연예인에서 사업가로 인정받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제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일이기에 자부심이 커요. 대표라는 자리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외롭고 고독하더라고요.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앞장서는 게 대표가 아니라 단 한 명의 직원도 낙오되지 않도록 뒤에서 밀어가는 게 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의 개인적인 일이나 감정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기에 늘 조심스러워요.”
▼ 얼마 전 비키니 화보를 통해 멋진 몸매를 선보였는데 몸매관리는 어떻게 하나.
“화보촬영을 하기 위해 3개월 동안 닭가슴살과 고구마, 달걀 등만 먹었어요. 양념을 전혀 가미하지 않았고요. 하루에 두 번씩 피트니스센터에 갔는데,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어느 순간 정말 견디기 힘들어지더라고요. 하지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독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운동이 싫어도 참고 했어요. 저는 늘 ‘정직과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되새겨요.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당할 사람이 없고, 정직한 사람에게 반드시 행운이 온다고 믿어요.”
지난 8월 미국으로 건너간 김준희는 학교에 다니면서 이메일로 업무를 보고받고, 다이어트 관련 책을 집필하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다.
“5년 후 내 이름 내건 브랜드로 뉴욕컬렉션 참여하는 게 꿈”
그는 2년 6개월간의 유학생활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의 옷을 디자인,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외 오프라인숍 오픈과 슈즈, 이너웨어 등으로의 사업확장도 기획 중이라고. 방송에 복귀한다면 연기도 좋지만 패션정보 프로그램의 MC나 패션 멘토로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 요즘 책을 집필 중이라고 들었다.
“다이어트 요령에 관한 책이에요. 오는 1월쯤 발간될 예정인데, 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이어트를 즐겁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실었어요. 책 쓰는 것 역시 유학 오기 전부터 틈틈이 준비해왔어요.”
▼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현실에 안주하는 건 많은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때 홀로 뒤처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더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사람들의 뒤꽁무니만 쳐다보는 거죠. 저라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남들이 열어놓은 길을 걷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제가 새로운 길을 먼저 만들어 사람들을 안내하고 싶어요. 자신이 가진 능력을 200%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해요. 이일 저일 겪다 보면 진짜 잘할 수 있는 걸 찾게 되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을 벌이진 않아요. 저는 무언가 시작할 때 주변의 동의가 50% 이상 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죠. 충분히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도 남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건 대부분의 사람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정말 자신 있는 일, 확신하는 일이라면 밀고 나가요. 그건 무모한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에 의한 자신감이니까요.”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하던 저는 10여 년 전 막연하게나마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꿈을 꿨어요. 그때는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덧 현실이 돼 있더라고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경험을 보다 많이 쌓아 김준희만의 스타일로 패션계에 한 획을 긋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5년 후에는 제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가지고 뉴욕컬렉션에 참여하고 싶고요. 너무 큰 꿈인 것 같다고요?(웃음) 하지만 꿈을 크게 꾼다고 손해 보는 건 아니잖아요. 그 꿈을 안고 달리다 보면 10년 전 꾼 꿈이 이뤄졌듯, 어느 순간 현실이 돼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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