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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의 시선

배우 박상원 자유와 방황, 고독과 열정, 인생과 사랑을 카메라에 담다

글·김유림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입력 2008.12.22 18:43:00

사람은 누구에게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 마련. 박상원은 카메라에 담기는 데 익숙한 배우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카메라 너머의 세상을 그리워했나보다. 그가 지난 10월 말 서울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첫 사진전을 열었다. 배우,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의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봤다.
배우 박상원 자유와 방황, 고독과 열정, 인생과 사랑을 카메라에 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배우 박상원(49)이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지난 10월 말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박상원의 모놀로그’라는 타이틀로 첫 사진 전시회를 연 것. 그는 2004년부터 찍어온 마흔다섯 점의 사진을 세 공간에 나눠 전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그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고 있었다. 사진의 배경은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토지’ 촬영장에서부터 구호활동을 위해 찾았던 네팔의 비포장도로,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머물렀던 캐나다 밴쿠버의 도심 등 그의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었다. 첫눈 오던 날 등교하던 아이가 남긴 발자국, 창문에 촉촉하게 맺혀 있는 빗방울, 자동차 보닛 위에 떨어진 꽃잎 등 회화적인 색채를 담고 있는 사진들은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순수함과 발랄함을 표현하는 듯 보였다.

“사진 통해 배우의 감성 유지하고 상상의 나래 펼 수 있어 행복해요”
그에게 사진은 배우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매개체라고 한다. 프레임에 정지돼 있는 찰나의 순간을 보면서 끊임없이 상상을 하게 되고 앞으로 다가올 피사체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된다는 것. 그는 “비상하는 갈매기 사진을 보면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흩날리는 소금 냄새, 저 멀리 붉게 물드는 노을 등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쥔 건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누나의 카메라를 빼앗다시피 선물로 받은 그는 그때부터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열을 느꼈고, 오랜 세월 사진을 취미가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고등학생 시절 사진학과 진학을 꿈꾸기도 했지만 결국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 교내 사진동아리 회원으로 열심히 활동했다고 한다.
30년 넘게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온 그에게 이번 전시회는 설레고 흥분될 터. 이날 친구와 함께 전시회장을 찾은 박상원의 아내는 “남편이 전시회 첫날 집에 돌아와서는 ‘나도 이제 작가야’ 하면서 우쭐해하더라”고 귀띔했다. 진지하면서도 겸손한 모습으로 작품을 설명하던 박상원은 아내의 깜찍한 폭로(?)에 다소 당황한 듯 “기분 좋은 건 사실이지만 떨리기도 한다”며 크게 웃었다.
“지난해 갤러리를 예약해놓고 한동안 전시회를 할지 말지, 고민했어요. 과연 사람들 앞에 내보일 만큼의 실력이 되긴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요. 결국 가족과 지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냈어요. 사진은 꽤 오랫동안 찍어왔지만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금의 제 위치를 알 수 있는 기회인 만큼 호평이든 혹평이든 모두 환영합니다(웃음).”
수많은 사진 가운데 단 마흔다섯 점을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진을 그가 직접 골랐지만 아내의 의견도 반영했다고. 특히 와인글라스가 여러 개 겹쳐 있는 사진은 삼청동에 가족끼리 식사하러 갔다가 찍은 것으로 그의 아내가 유난히 애착을 보인 작품인데, 실제로 전시를 시작하자 여성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평소 그는 가족들의 사진도 많이 찍는다고 한다. 특히 갓난아기 때부터 찍어온 아이들 성장사진은 언제 봐도 흐뭇하다고. 그는 “가족들은 내가 연기하는 것만큼 사진 찍는 것도 당연한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며 웃었다.

“평생 철들지 않는 소년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현재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둔 그는 자상한 아빠이자 가정적인 남편이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은 전시회에 오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전화를 걸어 “인터넷으로 아빠의 사진을 봤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고. 칭찬에 인색한 편인 아내도 이번 전시회를 보고는 많은 격려를 해줬다고 한다.

배우 박상원 자유와 방황, 고독과 열정, 인생과 사랑을 카메라에 담다

1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매진된 작품으로 그가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1년 동안 벤쿠버에 머물며 찍은 다운타운 풍경이다.
2 드라마 촬영차 방문한 울릉도에서 찍은 갈매기.
배우 박상원 자유와 방황, 고독과 열정, 인생과 사랑을 카메라에 담다



3 영종도에서 찍은 작품으로 갈매기의 힘찬 날개짓이 인상적이다.
4 이른 아침 자신의 차 보닛 위에 떨어져있던 벚꽃잎이 자연스레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배우 박상원 자유와 방황, 고독과 열정, 인생과 사랑을 카메라에 담다

박상원 첫 사진전은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박상원은 전시가 진행된 14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갤러리를 지키며 관람객에게 사진설명을 해주고 정성껏 도록에 사인도 해줬다.


“평소에도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면이 많은 사람인데, 요 며칠은 더 상기된 모습이에요(웃음). 어제 아침에는 침대 밑에 화살표가 붙어 있어서 따라가봤더니 서재 책상 앞이더라고요. ‘딸아이 학교에 보낼 팩스를 잊지 말고 보내라는 얘기인가’ 싶었는데, 저녁에 남편이 ‘서랍 열어봤냐’고 물어서 그제야 열어봤더니 하트 그림에 ‘사랑해요’라고 적힌 메모지가 놓여 있었어요(웃음). 가끔 기분이 좋을 때면 이렇게 예상치 못한 깜짝 이벤트를 선보여요(웃음).”
언제 봐도 한결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박상원은 늘 “소년의 마음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고 한다. 그는 “철이 든다는 건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다. 현실과 타협하고, 권력의 단맛에 사로잡히는 어른이 되기보다 평생 철부지 예술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과 건축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직접 기획했다. 갤러리 1층과 2층, 별관 등 세 공간에 어떤 사진을 어떻게 전시할지 고민하던 끝에 세 곳을 1/200로 축소해 스티로폼으로 모형을 만들어 그 안에 사진을 몇 번이나 붙였다 뗐다 하면서 전시관을 꾸몄다고. 그는 초청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세 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보낸 것. 또한 그의 수첩에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빼곡히 메모돼 있었는데, 그는 “90% 이상이 처음 구상한 대로 이뤄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성격이 꼼꼼한 편이에요. 또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저와 관련된 건 버리지 않고 거의 다 모아뒀죠(웃음). 지금까지 찍은 사진 필름도 라면 박스에 다 쌓아뒀고,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대본, 팬들에게 받은 선물, 저에 관한 기사도 거의 다 갖고 있어요. 그러려고 개인 작업실도 조금 넓은 곳으로 정했어요.”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자신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세 봉사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근육병재단·월드비전·다일공동체 등을 10년 이상 후원해오고 있는 그는 “후원 목적이 없었다면 전시회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일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사주셔서 다행이에요(웃음). 아직 봉사의 본질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봉사활동은 어느 정도 ‘하는 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흉내를 내다보면 습관이 되고 언젠가는 진심으로 하게 되거든요. 처음부터 봉사정신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실수든, 가식이든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카메라 짊어지고 남극에 다녀올 계획
지난해 그는 월드비전 후원으로 아들과 함께 네팔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아이에게 또 다른 세상, 서로 돕고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동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이는 또래 현지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집을 지어주는 봉사에 참여했다고. 박상원에게 “아들의 반응은 어땠냐”고 묻자 그는 “힘들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어린아이가 한 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해서 바로 ‘저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다운 마음을 지닌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한 번에 깨닫길 바라는 건 어쩌면 부모 욕심일 거예요. 하지만 평생을 두고 꾸준히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아이도 언젠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겠죠. 아이들 책상에는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스탠드 외에 아무것도 놓지 못하게 하는데, 아이들이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을 맺고 있는 아이들 사진만은 올려놓게 해요.”
박상원은 지난 79년 연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데뷔해 드라마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를 통해 부드럽지만 강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등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현재 극단 동랑레퍼토리의 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함께 만든 공연제작사 ‘Park & Nam’의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그가 오랜 세월 꾸준히 연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연기활동의 보폭을 빨리 하지 않은 덕분이라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일년에 한두 편 정도 출연하는 게 적당한 것 같아요. 호흡이 가쁘면 연기든 일상생활이든 제대로 몰입하기 힘들거든요. 여러 작품에 겹치기로 출연하는 것보다 평소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멋’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죠(웃음).”
그는 내년 1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아 산악인 엄홍길 등과 함께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 변화가 극심하게 진행 중인 남극에 다녀올 예정이다. “이번에도 배낭에 카메라를 잔뜩 짊어지고 갈 생각”이라는 그는 “환경운동도 하고 사진촬영도 하니 일석이조”라며 환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8년 12월 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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