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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구급대원 애환 담은 코믹 UCC로 눈길~ 서울 양천소방서 ‘파이어 엔젤스’

글·정혜연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12.19 18:26:00

위기상황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119 구급대원들이 딱딱한 제복 대신 텔레토비 복장을 입고 춤추며 노래하고 랩까지 하는 UCC를 제작, 화제다. 서울 양천소방서 소방관과 구급대원 5명으로 구성된 ‘파이어 엔젤스’가 그 주인공. 이들이 여가시간을 쪼개 코믹 UCC를 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방관·구급대원 애환 담은 코믹 UCC로 눈길~ 서울 양천소방서 ‘파이어 엔젤스’

“왜 자꾸 술에 취해 부르는 거야~ 제발 부탁해~ 비틀거리며 횡설수설하지 마~ 술 취해 주정하면 정말 힘들어~ 생각 없이 마구 부르지 마~ 구급차는 자가용이 아니야~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 급한 환자 생기면 어쩔 거야~”
최근 인터넷에서 주홍색 구급대원복과 검정색 방열복을 입은 서울소방의 마스코트 화동이가 손뼉을 치며 노래와 랩을 선보이는 UCC가 웃음을 주고 있다. ‘제발 부탁해요’라는 제목의 이 UCC는 서울 양천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과 구급대원 5명으로 구성된 파이어 엔젤스(Fire Angels)가 자신들의 애환을 알리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제작한 것. 작사·작곡은 물론 안무와 랩까지 이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보컬을 맡고 있는 최자영 구급대원(27)은 “쉬는 날 시간을 쪼개 연습했다”며 웃음 지었다.
“전국의 하루 화재 발생량은 1백여 건, 구급출동은 4천여 건 정도 돼요. 특히 서울에서만 하루 1천여 건 정도의 구급출동 사건이 발생하죠. 그런데 응급상황인 줄 알고 부랴부랴 달려가보면 정작 애완견이 아프니 병원에 데려다달라거나, 멀쩡한데 병원까지 태워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워요.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실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움직이기 힘들거든요.”
UCC에는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실제로 겪는 상황을 토대로 재연한 장면이 나온다.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고 119를 부르고, 술에 만취해 구급대원에게 집까지 태워달라며 주사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도로가 꽉 막혀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겨우 도착하면 ‘왜 이렇게 늦었냐’며 타박을 당한다. 김효주 구급대원(20)은 “이 모든 경우가 구급대원들이 실제로 많이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구급 사이렌을 켜고 달려가도 사람들이 길을 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심장질환자나 뇌혈관 질환자는 시간이 곧 생명이기 때문에 그럴 땐 저희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가죠. 특히 나이 드신 분들보다 젊은 사람들이 양보에 인색한 걸 보면 안타까워요.”

‘소방관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말 들을 때 가장 행복
지난 9월 UCC 촬영을 위해 의기투합했던 최자영·김효주 구급대원을 비롯한 윤보영 구급대원(30), 이상길(33)·이주수 (34)소방관은 한 달간의 연습기간을 떠올리며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촬영하고 나니 굉장히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12월 결혼하는 윤보영 대원은 결혼준비까지 뒤로하고 연습에 참여했다고.
“일단 시작한 이상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노래와 율동을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다행히 아내 될 사람에게 이 일을 한다고 말했을 때 타박하지 않고 좋은 일 한다고 북돋워줘 고마웠어요.”
소방관·구급대원 애환 담은 코믹 UCC로 눈길~ 서울 양천소방서 ‘파이어 엔젤스’

여가시간을 반납하고 UCC 제작에 동참한 이상길 소방관, 김효주·최자영· 윤보영 구급대원, 이주수 소방관 (왼쪽부터).


처음에는 이들 모두 화동이 탈을 쓰고 한 시간 동안 서 있기도 벅찼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보통 옷의 두 배 되는 무게의 인형 옷을 입고, 탈을 쓴 채 노래하며 춤추는 게 익숙해졌다고. 지난 여름, 이들은 강원도 삼척 세계소방엑스포에 초청돼 축하공연을 했다. 김효주 대원은 그때를 떠올리며 “힘들었기 때문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핀마이크를 옷 속으로 넣어 입에 붙이고 탈을 쓴 뒤 춤추면서 랩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헉헉거리게 됐죠. 라이브 공연 같은 건 처음이었거든요. 더워서 땀이 흐르는데 닦지도 못하고…. 공연하는 3분이 3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어요(웃음).”
UCC를 본 사람들은 이 가운데 유일하게 탈을 쓰지 않은 최자영 대원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노래가 좋다”며 칭찬하기도 하고, “소방관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게 됐다”며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상길 소방관은 인터넷에 긍정적인 댓글이 달린 걸 보고는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처음엔 쑥스럽고 쉬는 날까지 반납해가며 연습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UCC를 촬영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재미있다’, ‘네가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고 말해줘 뿌듯했어요.”
여섯 살 난 딸을 둔 이주수 소방관은 딸에게 칭찬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서 딸이 “우리 아빠는 소방관”이라며 자랑하자 주변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UCC의 부제가 ‘소방 텔레토비’예요. 의상이 텔레토비와 비슷한데다 율동도 비슷해서 그렇게 붙였죠. 소방서에 견학 온 아이들을 위해 간혹 의상을 입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소방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돼요.”
“내가 내는 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왜 출동하지 않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가슴 아프다는 이들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소방관의 입장을 조금만 이해해주길 부탁했다.

여성동아 2008년 12월 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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