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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침을 여는 여자

황정민 아나운서 가족사랑 & 워킹맘 애환 고백

글·김민지 기자 / 사진·장승윤 기자

2008. 11. 18

최근 KBS 라디오 ‘황정민의 FM 대행진’ 진행 10주년을 맞은 황정민 아나운서. 그사이 그는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다 보니 남편의 넥타이 한 번 매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는 그의 남편사랑과 한 살배기 아들 육아일기.

황정민 아나운서 가족사랑 & 워킹맘 애환 고백

“당신의 모닝 파트너 황정민입니다.”
KBS 황정민 아나운서(37) 하면 가장 먼저 라디오 프로그램 ‘황정민의 FM 대행진(이하 FM 대행진)’에서의 씩씩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지난 98년 ‘FM 대행진’ 진행을 맡아 올해로 방송 10주년을 맞은 그는 최근 회사에서 골든 페이스 상을 받았다. 이 상은 한 프로그램을 10년간 진행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황정민은 상을 받으며 여러 번 “청취자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가 방송을 처음 맡았을 때 초등학생이던 한 청취자는 벌써 회사원이 됐대요. 이렇게 오래 방송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 방송할 땐 목소리 톤이 너무 높고 가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거든요.”
황정민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듣는 청취자들을 이른바 ‘황족’(황정민의 FM대행진 가족의 약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는 “다른 DJ들은 실수하면 청취자들이 감싸주기도 하던데 우리 황족들은 ‘실수 안 하면 황정민이 아니다’ ‘오늘도 한 건 하셨네요’란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고 웃으며 말했다.
“초반엔 의욕이 넘쳐 실수를 많이 했어요.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실수해도 빨리 잊자’는 마음가짐으로 방송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더군요(웃음).”
지난 93년 입사한 황정민은 현재 ‘FM 대행진’ 외에도 TV 프로그램 ‘VJ 특공대’ ‘여성공감’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아침형 인간’이 됐다고 한다. 오전 7시에 시작하는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 이젠 휴일에도 그 시간이면 저절로 눈이 떠질 정도라고. 그는 아침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오후 3시 이후로는 커피도 안 마시고, 저녁 약속 또한 거의 잡지 않는다고 한다.
“이젠 오전 7시에 가장 좋은 컨디션이 돼요. 차를 타고 방송국에 오는 동안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커피를 마시는 게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죠.”

황정민 아나운서 가족사랑 & 워킹맘 애환 고백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쉽지 않지만 남편 도움으로 육아 부담 덜어
황정민은 수상소감으로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정신과 의사 강이헌씨(40)와 결혼한 그는 지난해 아들을 낳았다.
“아침마다 바빠서 남편의 넥타이조차 골라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한 청취자의 사연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역시 남편 넥타이를 골라준 적이 없더라고요.”
아이에게도 미안하기는 마찬가지. 임신 중 대학원에 다니느라 태교를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렸던 그는 출산 후 아이 건강을 위해 모유수유를 했다고 한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방송에 복귀해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린 뒤 일하러 나왔어요. 새벽마다 잠이 덜 깬 아이를 달래가며 젖을 먹일 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렇게 지내다보니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선배들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라고 위로해주더군요(웃음).”
그는 아직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거나 특별히 무엇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아이가 좀 더 크면 적극성을 키워주기 위해 운동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제가 어렸을 때 무척 내성적인 편이었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때 피구를 잘해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었죠. 그래서 아이가 좀 더 크면 어떤 운동이든 함께 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 되도록 돕고 싶어요.”
황정민 아나운서 가족사랑 & 워킹맘 애환 고백

‘FM 대행진’ 방송 10주년을 맞아 골든 페이스 상을 수상한 황정민 아나운서가 축하를 받으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그는 매일 저녁 9시만 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남편이 아이를 목욕시켜주는 것.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종종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남편이 요즘은 집에 일찍 들어와 아이와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아이가 생긴 후 남편이 많이 바뀌었어요. 집안일도 도우려 노력하고 또 무엇보다 아이 챙기는 일만큼은 저보다 훨씬 잘해요(웃음).”
‘FM 대행진’ 진행 10주년을 맞이해 ‘P.S. 아이러브유’란 책을 펴낸 그는 방송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앞으로 30년 더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를 곁에 두고 사는 게 더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바로 제게는 청취자와 가족이죠. 앞으로도 계속 많은 분의 아침을 건강하고 씩씩하게 열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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