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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취재

자살로 생 마감한 안재환 무수한 소문의 진실 & 부모 통곡 인터뷰

글·최숙영 기자 / 사진·박해윤, 지호영, 장승윤, 문형일 기자, 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10.21 17:29:00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인 탤런트 안재환이 지난 9월 초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연탄가스 중독에 의한 자살.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채 빚 때문이다, 죽기 전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등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안재환 자살 사건 전말과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취재했다.
자살로 생 마감한 안재환 무수한 소문의 진실 & 부모 통곡 인터뷰

탤런트 안재환이 서른 여섯 살, 짧은 삶을 마감했다. 지난 9월8일 오전 9시경 서울 노원구 주택가 인근 도로에 세워진 검은색 승합차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 주민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노원경찰서 관계자는“의자 위에 남자 사체 1구가 부패된 상태로 있었다. 차 안에는 소주병 2개, 연탄 2장과 유서 2장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재환은 의자에 기대 누운 채 사망했으며 시신이 부패한 상태로 보아 발견되기 10~15일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의 휴대전화는 8월21일 오후 10시 정선희와 10여분간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꺼져 있었다고. 경찰은 “연탄을 피운 흔적이 있고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보아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서에는‘정선희 사랑한다’‘국민 여러분 선희에게 잘해주세요’ ‘빨리 발견되면 장기 기증해주세요’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안재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정선희는 남편의 시신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슬픔에 복받쳐 오열했다. “이 반지가 왜 여기에 있느냐. 믿을 수 없다”며 울부짖다가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정선희는 의식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 남편은 안 죽었다. 죽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재환씨 실종 신고를 하겠다”며 절규했다.
자살로 생 마감한 안재환 무수한 소문의 진실 & 부모 통곡 인터뷰

고 안재환의 장례식장에서 아들의 관을 뒤따르다 오열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 고인의 어머니.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안재환의 어머니 유영애씨(73)는 슬픔으로 걸음조차 잘 걷지 못했다. 몇 걸음 내딛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다 끝내 실신하자, 아버지 안병관씨(78)가 친지와 함께 안치실로 들어가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다. 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된 아들의 시신을 보고는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병원 관계자는 “아버지께서 통곡하며 아들의 시신을 만지려고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 호소하며 지인들에게 답답한 심경 밝혀!

안재환의 죽음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평소 밝고 낙천적인 성격인데다 지난해 11월 정선희와 결혼,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재환은 왜 자살이라는 막다른 길에 내몰린 것일까.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주변에서는 그가 사채로 힘겨워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재환은 지난 8월 초 자신이 진행하던 연예 프로그램 녹화에 갑작스럽게 불참하고 이후 주변과 연락을 끊었는데 당시 방송국 관계자는 “안재환이 방송 펑크를 내기 전 방송국에 사채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난 적이 있다. 안재환이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안재환은 방송국에 자신의 계좌가 아닌 매니저의 계좌에 출연료를 입금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한다.
고인의 빈소를 찾은 친구와 지인들을 통해 돈 문제와 관련된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재환의 고등학교 선배라고 밝힌 K씨는 “재환이가 죽기 전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자살로 생 마감한 안재환 무수한 소문의 진실 & 부모 통곡 인터뷰

최진실, 이영자, 최화정, 송은이, 박미선 등 많은 연예인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며 오열했다.


“재환이는 연기보다 사업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사업을 시작한지는 꽤 오래됐는데 초반에는 잘 되다가 지난해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도 많이 쪘죠.”
K씨에 따르면 안재환은 2005년 서울 삼성동에 바를 오픈하고 그해 또 같은 건물에 2호점을 열 정도로 사업 수완이 좋았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그는 2006년 지인과 동업으로 강남역 인근에 3호점을 열었는데 3호점은 1·2호점과는 달리 장사가 잘 안 됐고 그 건물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말 가게 문마저 닫게 돼 힘겨워 했다고.
또한 안재환은 올해 초 아내 정선희를 모델로 하는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반응이 좋았지만 지난 5월 정선희의 촛불 집회 관련 발언 이후 위기를 맞았다.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으나 자금난으로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 7월쯤 재환이가 답답함을 호소했어요. 사업이 잘 안 풀리는지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니 죽고 싶다’는 말도 했죠. 하루는 문자메시지가 왔는데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었던지 ‘노숙자라도 돼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싶은데 연기자라 얼굴이 알려져 있다 보니 노숙자도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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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안재환의 휴대전화가 꺼진 다음날인 8월22일 밤 그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한다.
“모임이 있었는데, 제가 전화를 했더니 재환이가 마침 근처에서 돈을 빌리려고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밤늦게 모임에 합류했는데 돈을 못 빌렸는지 힘들어하는 눈치였어요. 제가 얼마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5억이면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빚 늘어 압박 받았을 가능성 있어
그렇다면 안재환의 사채 빚은 얼마나 될까. 항간에는 원금 5억원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40억이 됐다, 40억원은 원금이고 이자까지 합하면 90억 원에 이른다는 등, 추측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 고인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A씨는 “40억 사채설은 심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안재환은 삼성동에 바를 운영하고 있어 은행권에서 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은행 대출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후 여기저기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A씨 역시 이 과정에서 안재환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안재환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 가운데는 사채업자도 있었는데 이들은 안재환이 “형” “엄마”라 부를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A씨에 의하면 “나를 비롯해 안재환 주변의 지인들은 (안)재환이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 거기에는 투자 개념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흐름이 완전히 막힌 것 같았다. 마음이 여려서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빚 독촉을 하면 언제까지 갚겠다는 자필각서를 쉽게 써줬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약속을 못 지키는 것에 대해 괴로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환의 유가족 역시 “40억 사채설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사채의 정확한 규모는 추정하기 힘들지만 빚이 늘어나면서 압박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안재환이 금전적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채무자들은 빚 독촉을 했다고 한다. 사망 직전 안재환은 타고 다니던 자동차까지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에는 안재환이 죽기 전 사채업자로부터 납치, 감금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재환과 평소 절친한 사이인 B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재환이 죽기 전 사채업자 C씨가 그를 데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채업자가 ‘정선희를 데리고 오면 안재환을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이에 반박하며 “내가 안재환을 감금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허탈했다. 내가 안재환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8월 초이며, 안재환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곧바로 병원에 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지는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살로 생 마감한 안재환 무수한 소문의 진실 & 부모 통곡 인터뷰

불화설은 억측, 여느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 좋아
안재환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선희와의 불화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망 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고 정선희가 안재환과 지난 8월21일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후 그를 찾으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불화설에 무게를 싣게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잘 아는 지인들은 이는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했다. 한 지인은 “두 사람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가 최근 분가했는데 사건이 있기 전까지 안재환이 꼬박꼬박 집에 들어갔고 주말에는 처가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안재환과 아주 절친하게 지냈다는 한 친구도 “재환이는 선희씨를 진짜 끔찍하게 아꼈다”면서 “결혼 직후 불거졌던 ‘5억 결혼설’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격분했다.
“빚 때문에 선희씨와 결혼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재환이가 많이 속상해 했어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안쓰러웠어요. 재환이가 선희씨와 결혼한 이유는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결혼 전에 재환이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선희씨가 지극 정성으로 병간호를 해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안재환의 친구는“재환이가 저렇게 숨진 것도 마음 아픈데 근거없는 억측으로 재환이의 죽음을 더 이상 욕되게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안재환의 부모는 “왜 빨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혼인신고는 급한 게 아니니까 좀 더 있다 해도 된다’고 말해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선희가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지인들은 “촛불집회 관련 발언으로 고비를 겪다가 어렵게 방송에 복귀했는데 안재환의 실종신고로 또 세간의 도마에 오르는 게 두렵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정선희는 안재환의 장례식을 치른 후 현재까지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편의 사망을 확인한 뒤 발인까지 수차례 실신과 오열을 반복하다 응급실로 실려 갔으며 지금까지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다.
더욱이 그는 이미 고인이 된 안재환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헛소리를 할 뿐 아니라 사람을 잘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정선희의 지인들은 그가 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선희를 외국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 요양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선희가 현재 마음과 몸이 매우 쇠약해진 상태”라면서 “주변에서는 해외 요양을 권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지는 본인 의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안재환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고 안재환의 유서 필적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 9월 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재환의 아버지는 지난 9월11일 발인식이 있던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서가 누군가의 강요로 쓰인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안재환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그대로 미궁에 빠질지 아니면 진실이 밝혀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 늦둥이 외아들 잃은 안재환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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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살에 안재환 낳은 어머니 “착하고 귀한 아들 저 세상에 보내고 이제 어떻게 사나… ”
그후 9월13일 고인의 삼우제가 있던 날 경기도 벽제 납골당에서 유가족을 만났다. 어머니 유영애씨는 너무 많이 울어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고인의 누나들은 “어머니가 당뇨를 앓고 있는데다 재환이를 잃은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어머니 유씨는 몇 시간 망설인 끝에 조심스럽게 응했다. 납골당에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장소를 옮긴 후 시작된 인터뷰에는 고인의 아버지와 누나 둘이 함께 자리했다.
“재환이는 효자였어요. 집에 들어올 때나 나갈 때 ‘어이구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하며 저를 안아주고 길을 갈 때도 꼭 제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우리한테 참 잘했어요.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엄마 아빠 산책시켜준다고 데리고 나가고, 결혼해서 함께 살다 분가한 후에도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걸었어요.”
그렇게 살갑던 아들이 8월21일 이후로 전화 한 통 없자 어머니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재환이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꿨어요. 키가 큰 시커먼 사람이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진주목걸이를 걸어주더라고요. 그런데 미처 좋아할 틈도 없이 그 사람이 갑자기 내 목에서 진주목걸이를 잡아챘고 그 바람에 진주목걸이가 끊어지고 말았어요. 끊어진 목걸이는 그 남자가 갖고 사라졌죠.”
잠에서 깬 어머니 유씨는 더욱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도우미에게 꿈 얘기를 했는데 그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경찰서에서 아들이 죽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기가 막혔어요.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가는 동안에도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어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마음속으로 수천번 되뇌면서 병원에 갔는데 도착해보니 재환이의 시신이 있더라고요.”
서른일곱 살에 낳은 늦둥이 아들, 안재환은 유씨에게 생명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런 아들을 잃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냐…”고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통곡했다.
“재환이는 어릴 때부터 밝고, 사람들 잘 웃기고, 잔정 많은 아이였어요. 친구도 많아서 생일에는 수십 명의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그런 날이면 저는 생일상을 차리느라 애를 먹었죠. 재환이가 친구들 모두에게 똑같은 접시에 음식을 나눠줘야 한다고 우겨서 한번은 시장에 가서 똑같은 접시를 40개나 산 적도 있었어요. 소풍 갈 때도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 도시락까지 만들어달라고 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네 것만 가지고 가라’고 하면 재환이는 ‘엄마 일년에 한 번인데 뭐…’ 하며 애교를 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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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안재환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납골당으로 향하고 있는 아버지 안병관씨와 유가족.


공부도 잘해서 속 썩을 일도 없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훌륭한 학생이라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했다고 한다. 유씨는 안재환이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당시 의대에 가길 바랐으나 안재환이 극구 미대를 가겠다고 고집해 서울대 미대 공예학과에 진학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연기자 시험을 보겠다고 했을 때도 저는 반대했어요. 그런데도 하고 싶다고 조르기에 대학생활하면서 잠깐 추억거리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마지못해 허락해줬는데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붙었더라고요.”
사업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까지 “사업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안재환은 끝내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재환이는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사업 얘기는 일절 안 했어요. 가끔씩 ‘잘되냐?’고 물어보면 ‘괜찮아 괜찮아 잘돼’라고 대답할 뿐이었어요. 최근 일이 잘 안 풀리는 눈치인 것 같아 또 넌지시 물었더니 ‘엄마 아들 고생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유씨는 아들이 결혼해 행복한 줄만 알았다고 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걸 알고는 그 이유를 묻자 안재환이 “급한 게 아니니까 좀더 있다 해도 된다”라고 말해 재촉하지 않았다고.
“재환이는 결혼하고 나서 일주일에 3일은 처가에 가서 살았어요. 매주 목요일에 갔다가 일요일에 왔죠. 가게(삼성동 바)에서 늦게 끝나는 날에도 제가 전화를 걸어서 피곤하니까 집에서 자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꼭 처가에 가곤 했어요. 재환이는 그 정도로 처한테도 잘했어요.”
유씨는 안재환이 죽기 전인 지난 8월19일 집에 왔다 갔다 면서 하필이면 그날 아버지 안씨와 병원에 가느라 집을 비우는 통에 아들 모습도 못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사도우미에 따르면, 안재환은 이날 만두를 잔뜩 사갖고 와 “엄마 아빠와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한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는 재환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럴 이유가 없거든요. 결혼한 지 일년도 안 된 아이가, 또 누구보다 효자였던 아들이 늙은 부모를 남겨두고 먼저 눈을 감았을 리가 없어요.”
유씨는 “아들이 젊은 나이에 먼저 간 걸 생각하면 아깝고 억울하고 비통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면서 생전에 찍었던 안재환의 사진을 부여잡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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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하게 쓴 유서 등 의문점 많다” 아들의 죽음에 의혹 제기하는 아버지와 유가족
안재환의 발인식이 있던 날, 아버지 안병관씨는 아들의 유해를 납골당에 안치한 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9월8일 재환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 시신을 확인했더니 상태가 참혹했어요. 얼굴은 새까맣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죠. 내 자식이니까 알아봤지 남이었으면 못 알아봤을 겁니다. 그 비참한 광경을 보고 그때는 재환이가 왜 죽었나… 의심할 겨를도 없었어요. 경찰에서 아들이 남긴 유서라고 보여줬는데 부모보다 먼저 간 놈이 무슨 유서까지 썼나 싶어 보기도 싫었어요.”
그날 밤 아들의 빈소에서 영정사진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먼저 유서로 남긴 글이 조잡했다고 한다. 며느리 정선희한테 남긴 글은 그래도 읽을 만했는데 부모에게 남긴 글은 내용도 엉망이고 글씨체도 마구 휘갈겨 쓴 것이라 더욱 의혹이 간다고 말했다.
“재환이가 진짜 자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유서라도 정성껏 썼을 거예요. 그런데 막다른 골목에서 할 수 없이 누가 얘기하는 대로 받아쓴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사채 빚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아들이 사채를 얻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는 것.
“지난 5월 며느리가 촛불집회 관련 발언을 한 이후로 아들 부부에게 시련이 있었어요. 사채를 얻었다면 그때 생활비 용도로 얻었을 텐데 그 돈이 몇 십억이겠습니까. 설령 사채를 얻었다고 해도 벌어서 갚으면 되는 것이고, 갚을 능력이 없으면 파산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너무 억울하고 비통해서 국민 여러분께 그리고 경찰에게 아들의 죽음을 재조사해달라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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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안재환 부모는 삼우제를 끝내고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아들을 잃은 참담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안재환의 세 명의 누나들도 한결같이 “동생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자살이 아니라 타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누나들은 “동생이 죽을 이유가 없으며 설령 사채를 썼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죽을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에 죽을 결심을 했다면 효심이 지극했던 평소 모습으로 보건대 자신이 죽고 난 뒤 덩그러니 남겨질 부모를 생각해서 누나들한테 ‘엄마, 아빠를 잘 부탁한다’는 유서라도 남겼을 것이라는 것.
누나들은 시신 발견 당시 차가 반듯하게 주차돼 있었다는 점도 의문을 제기했다. 동생 안재환은 주량이 세서 양주 5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데 차 안에는 고작 소주병 2개밖에 없었고, 다른 곳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와 차 안에서 소주 2병을 더 마셨다면 차를 반듯하게 주차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 차 안에서 발견된 캔 깡통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지 않고 똑바로 세워져 있는 점도 의혹이 간다고 한다. 동생 안재환이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했다면 죽을 당시 그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 어떻게 캔 깡통조차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히 잠자듯이 죽을 수 있냐고 말했다.
“저희들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꼭 밝혀낼 거예요. 어느 날 동생이 죽어서 참혹한 시신으로 우리 곁으로 왔는데 가만있을 유가족이 누가 있겠어요.”
세 명의 누나는 동생의 죽음에 많은 의문점이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채, 그 위험한 진실
안재환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사채 대출로 인한 빚 독촉 가능성을 꼽고 있다. 10년 이상 사채업계에 종사한 인물이 사채의 위험성과 채무자가 꼭 알아야 할 점을 일러줬다. 글·양형모‘스포츠동아 기자’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이자, 빚 독촉과 협박…. 지난해 방영된 박신양 주연의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드러난 사채의 세계는 일반인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사채시장에 정통한 A씨는 사채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사람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A씨는 채권추심법이 강화돼 사채업자들의 ‘압박’은 대부분 불법이라고 한다. 심야에 전화를 걸어 빚 독촉을 하는 것도 안 되고, 주변에 알려서도 안 되며, 남들이 볼 수 있도록 엽서를 통해 독촉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것. 하지만 법이 강화될수록 업체들의 강압수단 역시 교묘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 언론에 비치는 사채의 폐해는 아주 심각하다. 이는 사실인가.
“어느 정도 과장이 있지만 사실이다.”
▼ 안재환의 사망에 대해 사채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채를 썼다면 이자에 이자가 붙었을 것이다. 원금을 갚지 못해 원금과 이자를 다시 빌리는 식으로 진행이 되면 결국 빚이 엄청나게 불어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사망이 순전히 빚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연예인만 따로 자금을 융통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들었다. 당연히 일반인에 비해 큰 액수가 오가게 된다. 안씨의 경우 40억 사채설이 있는데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 무슨 뜻인가.
“수입이 많은 스타 연예인에게 수십억원은 일반인으로 치면 통상 수백만원 정도의 빚이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이 정도의 빚을 갚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 스타 연예인이라 해도 수십억원은 큰 돈 아닌가.
“물론 큰돈이다. 그러나 갚지 못할 만큼 큰돈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한 연예인이 대부업체에 빚을 진 뒤 갚지 못했고, 업체가 연예인에게 ‘불법적인’ 압력을 행사했다고 하자. 안씨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많은 연예인의 경우 그들을 보호해주는 ‘배경’들이 있다. 그 힘은 압박을 가하는 쪽의 힘과 비슷한 부류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힘’과 ‘힘’이 만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기 마련이다. 게다가 연예인은 유명인 아닌가. 불법적으로 납치를 해 폭행이라도 가했다간 언론 등에서 연일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업체는 없을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업체들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사채를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다. 불법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법에 호소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요즘엔 자동차 구입을 통한 ‘차깡(돈을 빌리러 온 사람에게 신용카드 할부로 자동차를 사게 한 뒤 중고시장에 되팔게 하는 것)’ 같은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끼리 맞보증을 시키는 수법도 있다. 청소년을 상대로 휴대전화 대출 등을 해주는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채무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대부업체가 합법적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가면 조회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잘 따져야 한다. 갚을 자신이 없으면 절대 빌리지 말아야 한다.”
▼ 그동안 사채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10대, 20대의 무분별한 소비행태가 문제다. 대책 없이 돈을 쓰고, 빌린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돈에 대한 관념을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새로운 명품을 사기 위해 갖고 있던 명품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린다. 세상에서 명품 전당포가 존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돈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여성동아 2008년 10월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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