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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솔직 토크

마흔 넘어 더 매력 있는 두 남자, 정보석·권해효

“남자들의 우정, 배우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실제 모습…”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8.10.21 16:39:00

20년 지기 세 친구의 우정 속에 숨은 질투와 갈등을 그린 연극 ‘아트’ 주연을 맡은 정보석과 권해효. 극중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하면서도 상반된 연기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거침없이 들려준 남자들의 우정과 가장으로서의 삶에 관한 솔직한 대화.
마흔 넘어 더 매력 있는 두 남자, 정보석·권해효

10월 초 막이 오르는 연극 ‘아트’는 죽마고우 세 친구가 20년 동안 마음에 품었던 서로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쏟아내는 블랙코미디. 잘나가는 의사 수현이 값비싼 명화를 구입하자 지방대 교수 규태는 수현의 허세를 비웃으면서도 그를 부러워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은 낙천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문구점 주인 덕수에게 누가 옳은지 묻는다.
공연을 보름 앞두고 열등감으로 가득 찬 규태역에 더블캐스팅된 정보석(46)·권해효(43)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04년 ‘아트’ 초연 때도 함께해 서로를 ‘형’ ‘해효야~’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선후배 사이다. 연습을 따로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자신의 하루 일과와 연습실 풍경에 대해 쉴 새 없이 얘기했다.

권해효 제의로 연극무대 함께 오르면서 친분 쌓아
데뷔 후 드라마에서 주로 지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선보인 정보석은 실제로는 털털한 편이라고 한다. 권해효는 괄괄하고 풀어진 듯한 겉모습과 달리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하지만 두 사람은 수다가 길어질수록 비슷한 구석을 드러냈다.

정보석(이하 정) 나는 초연 이후 처음 참가하다보니 마치 새로운 작품을 하는 기분이 들더라. 너는 초연 이후에도 ‘아트’에 두 번이나 더 참여했으니 나보다는 익숙할 것 같은데?
권해효(이하 권) 나 역시 3년 만의 출연이라 떨리고 새롭긴 마찬가지야. 예전보다 그림값이 많이 오른 걸로 설정된 걸 보면 우리만 달라진 건 아닌 것 같아. 팀이 달라 한무대에 설 순 없지만 형과 같은 공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든든해.
정 나는 은근히 경쟁심이 들던데(웃음). 하지만 공연을 혼자 이끌어가면 긴장감이 떨어져 힘든 부분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텐데 또 다른 팀이 있다는 의식 때문인지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 공연하던 배우가 펑크를 낼 때는 메워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장점도 있고(웃음).
같은 공연을 두 번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형과 나는 배역이 같지만 이미지가 무척 다르잖아. 형은 키가 크고 나는 작고, 형은 목소리가 부드럽고 나는 괄괄하고…. 형이 있는 화목토팀과 내가 있는 수금일팀의 분위기도 다른 것 같아. 우리 팀이 형팀보다 평균연령이 서너 살 낮아서인지 좀 더 생동감이 있고 형팀은 대신 무게감이 있어.
네 말에 동감해. 나이가 들면서 감정의 폭이 깊어졌는지 얼마 전에는 고전영화를 보다가 꺽꺽거리면서 울었어. 이미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데도 눈물을 참지 못했지. 그런데 나뿐 아니라 우리 팀원들 모두가 그런지 오늘은 연습하면서 ‘우리의 감정이 너무 이입되면 관객은 극에 몰입하기 어려워진다’고 걱정하더라. 그래서 내가 ‘화목토팀은 흥행에 신경 쓰지 말고 화목하게만 연습하자. 수금일팀이 수금하면 된다’고 했지(웃음).
마흔 넘어 더 매력 있는 두 남자, 정보석·권해효

그래도 연극무대에 오르는 기분이 참 좋지? 사실 4년 전 형에게 ‘아트’ 출연을 권했을 때 선뜻 나서는 형이 고마우면서도 걱정됐어. 연극무대에서 오랜 기간 떨어져 있다 보면 무대도, 관객도 모두 낯설기 마련이거든.
그때 네가 연극무대와 나를 잇는 끈이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시 ‘아트’로 뭉치기 힘들었겠지? 사실 코미디보다 멜로가 하고 싶어 네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도전하길 잘한 것 같아. 초연 멤버들이 고스란히 이번 공연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 것도 모두들 그때 기억이 남달랐기 때문이겠지.
형은 어떤 부분이 연극의 맛이라고 생각해?
막이 오르면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점(웃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내가 아무리 만족스럽게 연기해도 편집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은 라이브니까 설령 내가 공연 중 실수를 하더라도 그칠 수가 없어. 관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점도 짜릿해.
난 무대 뒤가 더 좋더라. 특히 무엇을 시도할 틈도 없이 카메라가 도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충분히 연습을 하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발전할 수 있잖아. 그래서 막이 오르면 아쉬우면서도 가슴 뭉클함이 동시에 느껴져. 다시 치열하게 준비하는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또다시 무대를 찾게 되고.

마흔 넘어 더 매력 있는 두 남자, 정보석·권해효

두 사람은 서로의 부인을 ‘형수님’ ‘제수씨’라고 부를 만큼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애처가, 자녀 인성 중요시하는 공통점 지녀
연기에 대한 이런 두 사람의 열정과 에너지는 가족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부인을 ‘형수님’ ‘제수씨’라고 부를 만큼 가깝게 지낸다고. 정보석은 지난 89년 대학후배와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고, 권해효는 지난 94년 동료배우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들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인성교육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형의 연기를 보면서 형 성격이 연기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놀랐어. 형은 겉보기에는 꼼꼼할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무척 덤벙거리더라.
성격이 급한 편이야. 물건을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필요 없는 물건은 아예 가지고 다니지도 않지.
난 고등학교 때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았어. 술을 마시고 몇 차례 잃어버린 적이 있지만 다음 날 내가 갔던 코스를 그대로 밟으며 꼭 찾아냈거든.
그걸 귀찮게 뭐 하러 찾냐? 다시 발급받으면 되지.
마흔 넘어 더 매력 있는 두 남자, 정보석·권해효

난 오래된 물건을 애지중지하는 경향이 있거든. 그것 때문에 아내와 종종 다퉈.
소문난 애처가라던데? (웃음)
형도 그렇겠지만 남들에게 ‘미인 아내를 모시고 산다’고 표현하지. 대학시절 함께 공연하면서 만나 결혼했는데 결혼 14년째인 지금도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를테면 나는 특별한 날에 신으려고 산 구두를 6년, 12년 넘게 신고 있지만, 아내는 내가 예쁜 구두를 사주면 계속 그것만 신어서 금세 구두코가 닳거든. 한번은 크게 마음먹고 비싼 지갑을 사줬는데, 다음 날 보니 카드와 동전을 잔뜩 넣어 지갑이 터지려고 하더라.
어, 나도 제수씨와 비슷한데…. 뭐 하나에 반하면 그것만 파고들어. 가령 옷을 입으면 세탁할 때까지 그 옷만 계속 입어. 오히려 네가 사준 걸 안 입고 안 신는 것보다 낫지 않아?
그러다가 모처럼 외출하려는데 아내가 ‘신을 만한 게 없어’ 하면 화가 나는 거지. ‘사줬는데 왜 없어?’ 하고 구두를 살펴보면 이미 망가지거나 뒤틀려 있더라고. 나는 혈액형이 A형이고 아내는 O형인데, 그럴 때 보면 혈액형에 따른 성격차이가 있는 것 같아. 형은 형수와 성격차이로 다툰 적 없어?
왜 없겠어~. 똑같은 A형에, 결혼한 지 19년째지만 여전히 불꽃 튈 때가 많아. 예전에는 성격 급한 내가 5분도 안돼 먼저 화해를 청했는데 요즘은 하루를 넘기기도 하고,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씩 말 안 하고 견뎌보고 싶기도 해.
형수가 이 말을 들으면 서운해하겠는데?
그래도 아이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마음이 잘 통해. 우리 부부는 공부보다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그 때문인지 대입수험생인 큰아들과 고등학교 1학년생인 둘째 아들은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여자친구와 키스했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해.
나도 마찬가지야. 아이들은 풀밭에서 뛰놀면서 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큰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생이고 작은아이는 일곱 살인데, 얼마 전 큰아이가 수영도, 피아노도, 영어도 하기 싫다고 하기에 다 그만두라고 했어.
우리도 너희 부부처럼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교육했는데, 요즘엔 조금 후회스럽기도 해. 둘째 아이가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이미 많이 뒤떨어졌기 때문인지 버거워하더라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라고 권투와 드럼을 가르치는데, 어릴 때 어느 정도 이끌어줄 걸 그랬다 싶어 미안하기도 해.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자기주도학습이야. 아이 스스로 책상에 앉을 수 있게끔 은근히 압박을 주지. ‘너 할 일은 다 하고 노니?’ 하면 알아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군.
그게 더 스트레스겠다.
나는 되도록 학교 행사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해. 사실 아이가 불편해할 때도 있지만 엄마들이 주로 참가하는 공개수업에 아빠가 간다는 건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표시니까.
나는 입학식·졸업식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어. 직업이 남다르다 보니 아이들에게 괜한 상처를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됐거든. 아빠가 정보석이라는 게 알려지면 선생님에게 칭찬받는데도 아이가 친구들 눈치를 볼 수 있고,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피해를 입게 되잖아.



나태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채찍질하고 삶을 돌아보는 여유 지닌 배우 되고 싶어
데뷔한 지 22년이 된 정보석은 드라마 ‘신돈’ ‘대조영’ ‘달콤한 인생’ 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 수원여대 연기영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학생들에게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다고.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 지난 94년 드라마로 데뷔한 권해효는 현재 케이블채널에서 ‘미스터리 X-파일’ 진행을 맡고 있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이들은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그래도 다행인 건 아내나 아이들이 우리 직업을 이해해준다는 점이야. 연습이나 회식을 하다가 늦더라도 가족들이 배우생활을 잘 알고 있어 마음이 편해. 나는 되도록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 집에 있으면서 꼭 무슨 일을 함께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지. 나는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다음 날 해뜰 때까지 마시거든. 많이 취했다 싶으면 내가 집에 들어가기보다는 아내를 밖으로 불러내지(웃음). 특히 이번에는 많은 친구들이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하는데, 어유~ 벌써부터 걱정돼.
나는 지난 2004년 공연때 5년 넘게 연락을 끊고 지내던 죽마고우와 화해했어. 마침 수현이처럼 그 친구도 돈을 잘 버는 의사였거든. 우리 아버지가 암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셨을 때 친구가 ‘암은 원래 그런 거야’ 하고 냉정하게 말한 게 화근이 돼 크게 다퉜는데, 공연에 초대했더니 ‘극중 수현이에게 하는 말이 꼭 나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더라고. 그 뒤 화해를 했고 지금은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어.
생각해보면 본의 아니게 친구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아. 식사 약속을 했다가 스케줄이 생겨 갑자기 못 나간 적이 많고 모임에 제대로 나가본 일도 없거든. 바쁜 척한다고 오해받아 속상할 때도 있었는데,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친구들에게 과하게 애정표현을 하면 ‘너 너무 오버한다’며 어색해하기도 하지. 이번에도 공연 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다가도 오해를 빚는 일이 생길 것 같아. ‘너 누구와는 늦게까지 놀았다면서 오늘은 왜 일찍 집에 가려고 하냐’고 따지면 어쩌지.
그러고 보면 남자들이 의외로 속이 좁은 것 같아.
어쩌면 여자보다 남자들의 질투가 더 심할걸.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누구는 잘나가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열등감이 생기잖아.
그래서 나는 (남자들끼리의) ‘의리’ ‘파이팅’ 같은 말을 싫어해. 특히 ‘의리! 의리!’ 하면서 실제로 의리 많은 사람 본 적이 없어.
정말? 나는 ‘의리’와 ‘파이팅’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데! 누군가 실의에 빠질 때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응원해준다는 것, 멋지지 않니? 나는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마지막에 꼭 ‘파이팅’이라는 말을 남겨. 컴퓨터 부팅할 때 쓰는 암호가 ‘파이팅’이기도 하고.
물론 누군가를 고무시키는 뜻이라면 좋은데, 내가 볼 때 그런 단어는 불필요한 남성적 본능을 드러내거나 경쟁과 싸움을 부추길 때가 더 많은 것 같아. 어떤 일을 하든지 ‘나가자, 싸우자, 사생결단을 내자’라며 선동하는 것 같아 불쾌해.
요즘 들어 사람 사이의 결속력이 부족하니까 생기는 현상 아닐까. 부족하니까 자꾸 얘기해야 하고, 나쁜 의미를 좋은 의미로 바꾸기 위해 계속 써야 하는 거야.
물론 의리는 중요한데, 그 의미가 남성중심적이거나 선동적이라는 게 문제지…. 형과 이 얘기를 밤새 나눠도 답이 나올 것 같진 않다.
하하하. 그러게 말이다.
형은 이번 공연 끝나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대학 졸업 후 20년 이상 이 일을 했고, 10년째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쳐서인지 배우생활이 너무 익숙해진 것 같아. 그래서 뚜렷한 목표보다는 ‘나태함을 경계하면서 살자’는 신념을 갖고 있지. ‘정보석에게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자기 몫을 해낸다’는 말을 듣고 싶어.
난 스물아홉 살 때 ‘마흔이 넘어서도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배우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막상 마흔이 넘어 뒤돌아보니 그런 말을 떠올릴 틈도 없이 바쁘게 산 것 같더라고. 사회에서는 가끔씩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고, 집에서는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

여성동아 2008년 10월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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