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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글·송화선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8.08.22 11:35:00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우주 생활을 경험하고 돌아온 이소연 박사가 지난 7월 초 동아일보사를 찾았다. 동아일보 기자 및 사원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우주인이 되기까지의 훈련과정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보낸 10일 동안의 경험,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탄도궤도 착륙 등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그의 재치있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우주에서 돌아온 지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요즘은 가끔씩 “내가 정말 우주에 갔다 온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순식간에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가 사라져버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 자격으로 전국을 돌며 우주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어요. 지구에 돌아올 때 탄도궤도 착륙을 하면서 좀 다친 것 때문에 어디를 가나 제 걱정을 많이 해주십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 회복됐고 아주 건강해요. 그때 그냥 정상 착륙을 했다면 이런 관심과 걱정을 못 받았을테니 오히려 탄도궤도 착륙을 한 것이 잘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하하.
사실 탄도궤도 착륙은 여러 번 우주에 오가는 러시아의 전문 우주인들도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에요. 그래서 제가 귀환했을 때 베테랑 우주인들까지 저를 찾아와 탄도궤도 착륙에 대해 물어봤고, 조금 으쓱해지기도 했죠.

우주인은 좋은 품성 가진 평범한 사람
2007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 입소하면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았어요. 우주센터라고 하면, 뭔가 첨단 장비가 즐비하고 사방에 몸매가 멋진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모든 문은 SF영화처럼 지그재그로 여닫힐 것 같잖아요. 그런데 웬걸요? 문은 삐걱거리며 제대로 닫히는 게 하나도 없지, 여기저기 페인트는 다 벗겨져 있지, 방문을 세게 닫으면 가구가 툭하고 쓰러지지…. 뭐 하나 멀쩡하고 세련된 게 없더라고요. 하하.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도 한국에서 상상하시는 것만큼 어렵지 않았어요. 저는 우주에 오래 머물며 임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10박11일 뒤 돌아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훈련만 받았어요. 지구로 귀환할 때 우주선이 궤도를 벗어나 탄도궤도 착륙한 것처럼 비상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에 대비해 수상생존훈련 같은 특수 훈련을 받긴 했지만, 그 외엔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할 러시아어,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촬영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카메라 촬영기술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준비했죠. 체력 훈련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없고, 그것도 대학 기숙사에나 어울릴 법한 작은 규모의 헬스장에서 하는 게 전부였어요. 그래서 초기엔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살이 쪄서 나중엔 혼자 조깅을 하는 식으로 체력 관리를 했죠.
‘우주인’ 하면 뭔가 샤프하고, 늘씬하고, 카리스마가 확 풍기고,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라도 나올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전혀 아니에요. 러시아의 전문 우주인들은 우주에서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랫동안 교육을 받기 때문에 나이는 대부분 40대 중반에, 머리는 벗겨지고 배도 불룩 나와 있어요. 성격도 냉정하고 이지적이기보다는 대부분 ‘히히호호’ 웃기 좋아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죠.
사실 우주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좋은 성격’이에요. 우주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고,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수많은 사람의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철저하게 규칙을 준수하는,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사람만 우주인이 될 수 있어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 생활을 경험하고 돌아온 이소연 박사.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파랗고 예쁜 구슬
지난 4월8일, 1년간의 우주인 훈련을 마치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기지에서 마침내 우주로 날아올랐죠. 그날 저를 응원하기 위해 오신 한국응원단 분들이 정말 열심히 ‘은하철도 999’ 노래를 불러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얼마나 크고 우렁차게 불러주셨는지 러시아 우주인들은 전부 그 노래가 우리나라 국가인 줄 알 정도였죠. 하하.
처음 우주에 가서 2~3일은 멀미 때문에 고생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어디가나 적응력이 빠른 편이라 금세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죠. 특히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곳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정말 파랗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여요. 아주 예쁜 구슬 같죠. 왜 사람들은 저 아름다운 지구에서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늘 갈등과 아픔에 시달리는 걸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죠. 인간이란 존재가 참 하찮다는 생각도 했어요. 지구를 사과로 본다면 제가 올라간 거리는 겨우 껍질 위에 올라선 정도에 불과한데, 그곳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오늘날 인류 과학이 대단히 큰 발전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돼 본 재밌는 경험~
4월19일 지구로 돌아오던 날, 소유즈호가 예상착륙지점에서 420km나 벗어난 카자흐스탄 초원 지대에 착륙하는 바람에 큰 화제가 됐죠. 하하. 사실 처음에 떨어질 때는 좀 무서웠어요. 제가 웬만한 충격이 있어도 잘 참는 편인데 그 때는 정말 너무 아파서 ‘으악’ 소리가 절로 났거든요. 하필 우주선이 제가 앉은 쪽으로 바닥에 부딪혔기 때문에 줄에 매달린 것 외에 모든 게 제게 떨어졌어요. 처음엔 너무 무겁고 몸이 아파서 나가기가 힘들었죠.
하지만 일단 우주선 밖으로 나오니까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갑자기 불덩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그 안에서 우주복을 입은 괴상한 뭔가가 기어나오니까 유목민들이 깜짝 놀란 거죠. 하하. 셋 다 꼼짝 할 수가 없어 땅에 그냥 누워 있었는데 죽었나 살았나 툭툭 건드려 보고,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먼 발치에서 힐끔힐끔 보면서도 절대 다가오지는 않더라고요. 그곳은 카자흐스탄에서도 오지인 곳이라 그분들은 우주선의 존재조차 모르셨을 거예요. 다행히 그분들 가운데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분이 계셔서 우리가 정신을 좀 차리고 난 뒤부터는 더듬더듬 대화를 나눌 수 있었죠. 그 사이에 구조대가 우리를 찾아냈고, 무사히 놀라운 경험을 끝낼 수 있었어요.

제 2의 우주인을 꿈꾸는 ‘이소연 키드’들에게
우주에서 돌아온 뒤 ‘이소연 키드’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제 뒤를 이어 ‘제 2의 우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붙은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우주에 다녀옴으로써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특히 어린이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갖게 된 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러시아의 우주 관련 기반 시설은 겉으로 보기에 그다지 놀랍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세계적인 우주강국일 수 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기 때문이죠. 지난 61년 인류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유리 가가린은 러시아에서 국민 영웅이고, 우주정거장을 처음 고안한 찌알꼽스키도 국민적인 존경을 받아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벽에 별과 태양계를 그려놓은 낙서가 흔하게 보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우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계속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우주가 우리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이미 알게 모르게 우주공학과 많이 얽혀 있어요.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등산복, 운동화, 베개 등 각종 생활 용품이 우주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죠. 저는 지금 우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계속 그 꿈을 잊지 말고 어른이 될 때까지 우주와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저도 사람들이 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여성동아 2008년 8월 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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