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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재룡·유호정 부부

결혼 13년 차, 두 아이 키우며 행복한 가정 꾸리는~

글·김수정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2008. 06. 23

김승현의 뒤를 이어 SBS 아침 토크쇼 ‘좋은 아침’ 진행을 맡은 이재룡이 첫 번째 게스트로 아내 유호정을 초대했다. 이 부부가 궁금한 결혼생활과 가족 얘기를 들려줬다.

이재룡·유호정 부부

‘선택, 토요일이 좋다’ 이후 9년 만에 진행자로 나선 이재룡(44). 김승현의 뒤를 이어 최근 SBS ‘이재룡·정은아의 좋은 아침’ MC를 맡은 그는 첫 녹화를 앞두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동료 MC들의 격려에도 긴장을 풀지 못하던 그는 자신을 응원하러 온 아내 유호정이 꽃다발을 건네며 곁에 앉은 뒤에야 편안한 웃음을 보였다.
“아내의 격려가 없었다면 MC에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MC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그때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거절했어요. 그런데 이번만큼은 아내가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어. 내 말을 믿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더라고요. 결혼한 지 13년째인데, 아내 말을 따르고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용기를 냈죠(웃음).”
유호정은 이날 게스트로 출연했다. “배우자가 가장 먼저 축하를 해주면 좋겠다”는 남편의 바람 때문. 유호정은 “남편은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연기활동으로 바쁜 나를 많이 도와주다 보니 주부의 마음도 누구보다 잘 꿰뚫어본다”며 “첫 번째 손님으로 아내가 나온다는 점이 자칫 안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 말고 누가 먼저 나올까 싶더라”며 미소 지었다.
“남편은 친구 같고 동생 같아요(웃음). 사람을 무척 편안하게 해주고 재치가 넘쳐서 저와 아이들뿐 아니라 이웃사람들도 참 좋아하죠. 같이 있으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아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예요. 평소 절친한 (오)연수씨, (윤)유선씨는 남편이 MC를 맡았다고 하자 서로 먼저 게스트로 출연하겠다며 기뻐했어요.”

91년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처음 만나 결혼, 두 아이 키우며 사랑 두터워져
이재룡·유호정 부부

이재룡·유호정 부부는 서로를 “영원한 반쪽”이라고 표현한다. 서로에 대해 잘 알기에 그 누구도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 지난 91년 드라마 ‘옛날의 금잔디’에 출연하며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올해로 17년째. 하지만 두 사람이 처음부터 잉꼬커플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내의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신인일 때 파트너로 만났는데, 아내가 매일 30분씩 지각을 하더라고요. 선배 연기자들이 먼저 나와 아내를 기다릴 정도였죠. ‘혼나든지 말든지 내가 무슨 상관이야?’ 싶다가도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결국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아침에 아내 집으로 가 촬영장으로 데리고 왔어요. 처음에는 이성적인 끌림이 전혀 없었는데,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저절로 아내에게 눈길이 가더군요.”
유호정은 “CF모델로 데뷔한 터라 드라마 촬영장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또 부끄러움이 많아 촬영장에서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고. 그럴 때마다 호방한 성격인 이재룡은 사람들에게 유호정을 적극 소개해줬다고 한다.
“남편은 저를 오늘까지 배우로 남게 해준 사람이에요. 생각해보면 꼭 매니저 같았어요. 남편이 ‘우리들의 천국’ 감독님께 저를 추천해준 덕분에 주연배우로 캐스팅돼 인기를 얻었거든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져 2년 동안 비밀연애를 했고 자연스레 미래를 약속했죠.”
두 사람은 지난 95년 연예인 부부로 화제를 모으며 결혼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할 것 같던 결혼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한다.
“연애할 때는 그냥 넘어간 부분이 결혼 후에는 사사건건 문제가 됐어요. 남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하루하루가 실망의 연속이었죠. 특히 남편이 집에 늦게 들어올 때면 ‘내가 왜 당신과 결혼했을까?’ 하며 원망한 적이 많았어요.”
이재룡 역시 예상치 못한 갈등에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던 그에게 결혼이 구속처럼 느껴졌던 것.
“사람들은 그런 제게 ‘신혼 초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그래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어요. 야무지고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아내 역시 물러서지 않았고요. 결국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드라이 사건’이 터졌죠. 제 머리를 손질하던 아내에게 ‘이걸 드라이라고 했냐. 여자가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고 불평했고 화가 난 아내는 ‘미용실 가서 해’라고 대답했어요. 결국 서로 서운했던 과거 일까지 들먹이다 큰 싸움으로 번졌고, 견디다 못한 아내는 짐을 싸 친정 언니네 집으로 갔어요.”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을 무렵 이재룡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고, 유호정에게 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무슨 일이든 유호정의 의견을 따랐고, 아내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는 반성문과 각서를 썼다고.
두 사람은 결혼 7년 만인 2002년 첫아이 태연이(6)를 얻으면서 부부애가 두터워졌다고 한다. 출산 후 몸이 약해진 유호정을 위해 이재룡은 직접 잉어, 가물치를 잡아 보양식을 만들어줬다고.
“아내는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며 고맙다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미안한 마음이 커요. 태연이를 임신했을 때 사극 ‘상도’ 촬영 중이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출산 이틀 전 처음으로 병원에 함께 가니 담당의가 ‘의사생활 22년 동안 이런 남편은 처음’이라며 꾸중하셨죠. 그래서 3년 전 딸 예빈이를 낳을 때는 아내 곁에서 출산과정을 지켜봤고, 출산 뒷바라지도 열심히 했어요. 아이들이 크면서 아내가 힘에 부칠까봐 종종 육아를 거드는데, 아이가 놀다가 다치면 아내는 괜찮다며 덤덤하게 반응하는 반면 저는 흉터 생기면 어쩌냐며 전전긍긍해요(웃음). 큰아이는 오래 기다려왔던 터라 소중하고, 둘째는 애교가 많아 사랑스러워요.”
점점 가정적으로 변하는 이재룡을 누구보다 반긴 건 아내 유호정. 그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는 이재룡의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남편은 백점짜리 아빠예요.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게임을 하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요. 유치원까지 데려다주고, 아이들이 인스턴트 음식이나 과자를 먹지 않도록 간식을 직접 만드는 열성 아빠죠. 육아만큼은 저보다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일할 때는 청소와 요리 등 살림을 도맡는데, 몸에 좋은 거라며 온갖 채소를 다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줘요. 맛이 이상해도 남편 정성을 생각해 남기지 않고 다 먹어요~(웃음).”

유기농 간식 직접 만드는 아빠, 벌써부터 오연수와 사돈 맺을 계획하는 엄마
이재룡·유호정 부부

이재룡·유호정 부부는 서로를 “영원한 반쪽”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 자신들을 둘러싸고 떠도는 이혼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것.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그 소문이 간간이 들려올 때면 마음고생을 한다고.
“신혼 초 별거 위기를 겪은 게 뒤늦게 알려져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근거 없는 소문이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CF 등 대외적인 일 때문에 쉬쉬한다’는 오해를 받아 속상했어요. 하루는 아내가 의기소침해져 있기에 ‘당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사이를 질투하나봐. 우리가 헤어지면 당신에게 접근하려고 계획을 짠 거야’ 하며 위로했어요. 하지만 태연이와 예빈이가 크면서 혹여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재룡은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가 서로 큰 소리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믿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둘째 예빈이가 “재룡씨, 지금 뭐하시나요?” “재룡씨, 제가 그렇게 하지 말랬잖아요” 등 아내 유호정의 말투를 따라해 놀란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그 뒤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티내지 않는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뒤끝이 없고 털털한 성격이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게 된다고. 이재룡은 “화해하자는 말은 주로 내가 하는 편이다. 아내의 잔소리도 생각해보면 모두 나를 위한 충고기에 귀담아듣는다”고 했다.
“두 아이가 아빠의 성격을 닮으면 좋겠어요. 마음씀씀이가 넓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남편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할 거예요. 10년 넘게 살다 보니 이 남자만큼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거든요(웃음). 의외로 애교가 없고 터프한 제 성격에 맞춰주는 남편이 고마워요. 안정된 결혼생활 덕분에 연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도요.”
두 사람은 출연 작품 선정부터 모니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다고 한다. 단 부부 중 한 사람이 방송활동을 하게 되면 다른 한 사람은 집안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이재룡은 최근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 술을 끊었다고 한다. 그는 유호정과 함께 매년 희귀난치병 어린이를 위해 돈을 기탁하는 한편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해비타트’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을 좋아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뜻을 모은 건데 크게 알려져 부끄러워요.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몸으로 봉사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동안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시작한 일이니만큼 나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얼마 전 드라마 ‘깍두기’를 끝낸 유호정은 당분간 집안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지우의 권유로 시작한 발레를 꾸준히 배우면서 ‘패밀리’라고 부를 만큼 절친한 신애라, 윤유선 등과 시간을 보낼 생각. 유호정은 이날 “예빈이가 크면 오연수씨와 사돈을 맺고 싶다.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연수씨는 시집살이 안 시키고 예쁜 것을 많이 사줄 것 같다”며 싱긋 웃었다.
이재룡은 올 가을 연기활동을 재개한다. 지난 94년 의학드라마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를 연기한 그는 ‘종합병원 2’에서 중견의사로 등장할 예정. 지난해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 촬영기간 내내 코피를 흘려 콧속 봉합수술을 받은 그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MC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촬영을 위해 이재룡이 유호정의 허리를 감싸안자 유호정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웃음보가 터진 두 사람. “연예인 부부라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는 건 다 똑같아요~”라는 이재룡 말에 유호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걸음 더 바짝 붙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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