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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준 PD가 들려준 ‘제작 뒷얘기’

국내 최초 동성애 소재 프로그램 연출자

글·김명희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8.06.20 17:31:00

우리 사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다양한 성적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 싶었다는 ‘커밍아웃’ 연출자 최승준 PD. 그를 만나 방송에서 다 공개하지 못한 출연자들의 사연과 에피소드를 들었다.
최승준 PD가 들려준 ‘제작 뒷얘기’

지난 4월 초 방영을 시작한 tvN ‘커밍아웃’을 통해 지금까지 5명의 출연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혔다. 이 가운데 1회 출연자 이종현씨는 “주변에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죽은 사람이 3명이나 된다. 처음엔 커밍아웃이 어렵겠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출연자는 커밍아웃의 후유증으로 현재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는 최승준 PD(35)는 기획의도를 묻자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남성의 5%가, 여성의 2%가 동성애자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성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
“처음 홍석천씨에게 진행을 맡아달라고 했더니 ‘내가 커밍아웃하고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 이후로 연예인 가운데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그만큼 힘든 것이다’라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게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진 유명 인사들에게도 출연을 요청했지만‘뒤에서 도와줄 수는 있어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기는 싫다’는 분들이 많았고요. 사실 동성애자 가운데는 커밍아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수예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혀야 하느냐는 거죠. 반면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한 분들의 경우는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고요.”

부모의 반대, 주변 시선 때문에 출연 번복하는 동성애자 많아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동성애자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던 많은 동성애자들이 결심을 번복했다고.
“프로그램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녹화기간을 거쳐 방영되는데 다 촬영을 해놓고 마음을 바꾼 사람들이 여럿 있었어요. 대부분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때문이었죠. 특히 부모는 당신들도 받아들이기 힘든데다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겹치니까 더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고요. 한 출연자는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교사 지망생이었는데 커밍아웃을 할 경우 교사가 되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포기했죠.”
그에 따르면 많은 부모가 자식이 게이라고 선언했을 때 성적 취향을 바뀔 수 있다고 생각, 자녀를 설득하려 노력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많은 연구 결과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한다. 어느 날 아들이 “전 남자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건 “시험에서 몇 점 받았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결정이 돼서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동성애를 상품화할 가능성, 선정성 등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홍석천 역시 “동성애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 출연을 약속했다고.
“방송을 보신 분들 가운데는 오히려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아요(웃음). 처음 몇 회 동안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키스신, 성 행위 장면들(재연)을 넣기도 했는데 다른 방송의 노출 수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런 장면마저도 요즘엔 내보내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선정성을 우려하는 분들께도 자녀들과 함께 봐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커밍아웃’ 게시판에는 ‘슬프다’‘감동적이다’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최 PD는 인터뷰를 마치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그래서 게이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식상해지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8년 6월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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