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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오랜만의 외출

억척스러운 주부 연기로 인기 모으는 김혜선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coffee waffle

입력 2008.05.23 16:29:00

김혜선이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억척스럽고 기세등등한 ‘복수’ 역으로 주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이번 역을 맡고 나서 성격도 180도 바뀌었다는 그에게 드라마 뒷얘기 & 남매 키우는 이야기를 들었다.
억척스러운 주부 연기로 인기 모으는 김혜선

억척스러운 주부 연기로 인기 모으는 김혜선

의사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몸뻬바지에 허름한 점퍼를 걸치고 하루 종일 생선을 손질하는 억척녀. 남편은 그런 아내를 못마땅해하고 급기야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동료 의사와 바람을 피운다. 때마침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에게도 꽃무늬 원피스를 선물하는 ‘진짜 사랑’이 찾아오는데…. 이 파란만장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SBS 인기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복수. 현실적인 스토리로 이 땅의 조강지처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조강지처클럽’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 저녁시간대를 평정하고 있다. 실감나는 연기로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혜선(39)은 복수로 사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화사한 은빛 원피스 차림이었다. TV에 복수로 나올 때와 비교하니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는 말이 맞구나 싶었다. 그 역시 오랜만의 외출이 어색한지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몇 번이고 “오랜만에 포즈 취하려니 쑥스럽다”며 웃었다.
그가 여자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포기하고 ‘대 세고 기세등등한’ 생선장수로 살아온 지 벌써 9개월째. 연기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을 맡은 그는 첫 촬영에 들어갈 때만 해도 선뜻 자신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조강지처클럽’에 캐스팅되기 전까지만 해도 ‘난 평생 강단 있는 아줌마 역할은 못할 거야’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준 이가 바로 문영남 작가예요. 그동안 그 누구도 제게서 발견하지 못한 면을 문 작가님이 찾아주신 거죠. 사실 처음 저를 캐스팅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해요. ‘그 얌전한 김혜선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어?’ 하고 반신반의했다고요. 그런데도 끝까지 당신만 믿으라며 저를 고집하셨대요. 저 자신도 미처 몰랐던 모습을 끌어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문 작가와의 인연은 2004년 드라마 ‘애정의 조건’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그는 주인공 채시라의 친구로 나왔는데 그때 그를 눈여겨본 문 작가가 지난해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도 그를 큰딸 역에 캐스팅했다. 그 이후로 문 작가는 몇 차례 그에게 ‘혜선씨도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할 한번 해볼래요?’ 하고 넌지시 그의 마음을 떠봤는데 그때마다 그는 ‘한 번도 안 해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우라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해야죠’ 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몇 달 뒤 그렇게 오가던 두 사람의 대화가 현실로 이뤄졌다. 그는 “이제는 제대로 된 아줌마 연기를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냐”는 문 작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억척스러운 주부 연기로 인기 모으는 김혜선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부담감도 컸다. 난생처음 색다른 역할을 맡은 그는 악다구니를 쓰고 말 한마디도 툭툭 내뱉어야 하는 연기를 위해 자존심도 굽히고 중앙대 연극학과 후배에게 발성과 발음을 새로 배웠다고 한다. 또한 드라마에서 그의 친정어머니로 나오는 김해숙에게 특별지도를 받았다고.
몸뻬바지와 ‘촌티 나는’ 티셔츠는 지방까지 내려가 재래시장에서 공수해온 것이라고 한다. 그에게 “입고 나오는 옷이 몇 벌 안돼 편하겠다”고 하자 그는 “다 비슷해서 그렇지 몸뻬가 10벌이 넘고 매회 머리핀도 바꿔서 꽂는다”며 활짝 웃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가락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에 다니면서 생선 파는 아주머니들의 옷차림을 봤는데, 요즘은 장사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화려하게 입으시더라고요.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소매 없는 반짝이 옷에 귀걸이, 목걸이는 기본이고 손톱에도 매니큐어를 발라 깔끔한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복수에게는 전형적인 생선장수 옷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더 불쌍하고 측은해보일 것 같아서요. 가을에 촬영할 때 입었던 옷을 요즘 다시 입고 있는데, 앞으로는 여름옷 좀 사려고요(웃음).”
3개월에 걸쳐 철저하게 복수로 변신한 그는 드라마가 방영된 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특히 아줌마 시청자들은 그를 보면 한걸음에 달려와 그의 손을 잡는다고 한다.
“문 작가님이 방송 시작하기 전에 그러셨어요. ‘혜선씨, 우리 드라마 3개월만 해봐. 그러면 아마 아줌마들이 달려와서 손잡아줄거야’라고요. 그때 저는 ‘설마 그러겠어요’ 했는데 작가님 말이 맞더라고요. 예전에는 제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뒤에서 ‘김혜선이네. 탤런트잖아’ 하고 속닥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달려와서 제 손을 잡고 ‘어머~ 드라마 잘보고 있어요’ 하고 반가워하세요. 새삼 ‘이 맛에 연기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는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한 차례 이혼을 경험했기에 복수의 마음을 더욱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문 작가와도 술 한 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가끔은 그의 심정이 대사에 그대로 전달될 때도 있다. 그는 “대본을 보다가 ‘작가님이 내 마음을 알고 쓰셨구나’ 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계속 촬영장에 살다시피 하는 그는 대사 외우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라고 한다. 새벽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대본을 외울 시간이 많지 않아 차로 이동할 때나 식사를 할 때 대본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고. 심지어 촬영하면서 다음 회 대본을 외울 때도 있다고 한다.

20년 지기 오현경과는 서로 측은한 마음 가져
그는 7개월 동안 복수로 살면서 성격도 다분히 ‘복수화’됐다고 말한다. 원래 내성적이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변한 것. 그는 “예전에는 억울하고 서운한 일이 있어도 속앓이만 했는데 이제는 당사자에게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배짱이 생겼다”며 “이런 모습에 내가 더 놀란다”고 말했다.
김혜선은 대학동기인 탤런트 오현경과 20년 지기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지만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 그는 10년 만에 연기자로 돌아온 오현경과 촬영장에서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요즘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현경이나 저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어요. 드라마 초반에는 서로 연기하는 걸 보면서 괜히 눈물이 핑 돌고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죠. 현경이나 저나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측은한 마음을 갖는 것 같아요. 가끔은 팀 회식할 때 둘만 빠져나와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요. 풋풋했던 대학교 1학년 때를 떠올리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고요(웃음). 앞으로 현경이한테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어요.”

억척스러운 주부 연기로 인기 모으는 김혜선

지난 2004년 동갑내기 사업가와 재혼한 그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인 큰아들, 세 살배기 딸과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다. 남편은 사업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는 바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평소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아들 원석이 덕분에 마음 놓고 밖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원석이는 어린 동생을 잘 돌보는 듬직한 오빠라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집에서도 제가 걱정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요. 제가 아들 하나는 잘 둔 것 같아요(웃음). 막내는 아직 어려서 떼놓고 나가려면 마음이 좀 아픈데 원석이가 워낙 동생을 잘 챙겨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동생과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면 동생이 먼저 내리지 못하게 하려고 문을 한쪽 다리로 막고, 계단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동생을 끔찍하게 위하는 걸 보면 ‘언제 저렇게 컸나’ 싶어서 뿌듯하죠.”

“어린 여동생 잘 챙겨주는 아들 덕분에 마음 놓고 연기해요”
두 아이는 성격이 정반대라고 한다. 원석이는 어려서부터 조심성이 많아 자장면을 먹을 때도 얼굴에 묻을까봐 휴지로 닦으면서 먹고, 한창 부산스러운 서너 살 때도 물건을 어지럽히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집 장식장 위에 작은 소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보고 친구들이 놀랐을 정도. 그에 반해 둘째 예원이는 성격이 무척 활발하다고 한다. 벽에 낙서하는 건 물론이고, 눈에 보이는 물건은 다 뚜껑을 열어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얼마 전에는 놀이방에서 친구를 때렸다고 해 전화를 걸었더니 원장님이 ‘예원이가 놀이방에서 대장이에요’ 하더라고요. 어찌나 민망하던지…(웃음). 또 하루는 원석이 얼굴을 할퀴어서 상처를 냈기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쭐을 냈어요. 그런데 원석이가 저한테 ‘엄마 아이가 뭘 알겠어요. 더 크면 혼내세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딸아이한테 ‘나도 저런 오빠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웃음).”
그는 원석이가 자신을 닮아 성격이 소심한 것 같아 어려서부터 강하게 키웠다고 한다. 넘어져도 일으켜 세워주지 않았고 아이들끼리 떠나는 원정 캠핑에도 여러 번 참석시켰다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내성적인 성격을 많이 탈피했다고 한다. 현재 외국인 학교에 다니는 원석이는 영어에도 재능이 있다고.
“얼마 전 학교로 면담을 오라고 해서 갔더니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학습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더군요. 담임선생님이 외국인이라 통역이 따로 있었는데, 원석이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선생님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걸 보고 뿌듯했어요. 올해부터는 중국어도 가르칠 생각이에요.”
그는 요즘 드라마 촬영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평소에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다. 지금까지 원석이가 쓰던 공책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뒀을 정도. 아이가 처음 크레파스를 쥐고 낙서를 한 공책부터 작은 메모지까지, 아이와 관련된 기록은 하나도 빠짐없이 파일에 넣어 보관중이라고 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도 다 모아뒀는데 그중 10점 정도는 아크릴 판으로 액자를 만들어 집에 걸어뒀다고.
“짐이 너무 많아져서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고요. 아이도 ‘엄마가 나를 이만큼 소중하게 여기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고요. 이제 곧 둘째 것도 모으기 시작해서 나중에 아이들이 결혼할 때 선물로 줄 생각이에요.”
그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로 두 아이를 꼽았다. 연기자로 성공하는 것에 앞서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연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 교육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호호백발이 되더라도 지금의 열정 그대로 점점 더 발전하는 연기자, 인자하고 현명한 어머니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8년 5월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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