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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아내 채시라와의 결혼생활 & 남매 육아 체험” 첫 공개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스포츠동아, 강영호 제공

입력 2008.05.23 15:54:00

2000년 야구선수 이승엽·이송정 부부를 첫 고객으로 웨딩사업을 시작하며 사업가로 변신한 김태욱. 사업 초기에는 사채를 쓸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렸다는 그에게 웨딩사업가로서의 자부심과 아내 채시라와의 결혼생활, 두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태욱

8년 전 가수 김태욱(39)이 웨딩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냉소에 가까웠다고 한다. 돈 많은 아버지를 둔 덕분에 재미삼아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었고, ‘연예인이 사업을 하면 얼마나 잘하겠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지만 어떤 소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파온 그는 현재 웨딩유통업체 CEO로 새로운 인생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맘때쯤 되면 다들 ‘결혼 시즌이라 바쁘죠’ 하고 물어보시는데, 저희는 항상 바빠요(웃음). 더욱이 저희 회사는 자체 개발한 IT웨딩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문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비수기, 성수기가 따로 없죠. 저희는 업계 최초로 정찰제를 도입했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보증제도를 실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국광역 웨딩서비스를 출범시켰고, 고객의 수가 늘면서 회사도 확장했고요. 지난 8년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불모지였던 웨딩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 대견하고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낍니다.”

“월급 한 푼 가져다주지 못할 때도 아내는 불평 한 번 하지 않았어요”
가수 출신인 그가 사업가로 변신을 꾀한 것은 99년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서다. 물론 지금은 다 나았지만 당시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그는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다 사업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0년 탤런트 채시라(40)와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국내 웨딩시장의 현실을 목격한 뒤 웨딩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당시 IT산업이 열풍을 일으킬 때라 그는 웨딩시장에도 인터넷을 도입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회사를 세웠다고 한다.
“결혼 준비를 할 당시 아내가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저 혼자 거의 모든 일을 준비해야 했어요. 주위 사람들의 소개로 여러 업체를 돌아다녔는데 똑같은 물건이어도 가격이 다 다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죠. 누구 소개로 왔느냐에 따라 가격과 서비스가 달라지니까 업체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요. 그때 결혼 상품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물건처럼 정확한 가격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유통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태욱

채시라 하면 빈틈 없고 깐깐한 모습이 연상되지만 김태욱은 그를 ‘말괄량이 삐삐’ 같다고 말한다.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초기에는 IT 웨딩서비스 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음에도 정작 이익이 창출되지 않아 금전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당시 그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난생처음 사채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사업 시작하고 4년 정도 집에 돈을 한 푼도 가져다주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아내는 정말 한 번도 바가지를 긁은 적이 없어요. 불안해하기는커녕 제게 ‘지금은 힘들지만 당신이라면 분명히 잘해낼 거야’ 하고 위로해줬죠. 그때 아내가 저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채시라 하면 깐깐하고 빈틈없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그는 아내를 ‘말괄량이 삐삐’라고 표현했다.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외화 주인공 ‘삐삐’와 비슷하다는 것. 집에서는 수다쟁이로 돌변해 어떨 때는 잠든 그를 깨워 얘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고 한다. 대화의 주제는 주로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라고. 지난해 11월 둘째 아들을 낳은 채시라는 요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딸과 갓난아이를 함께 돌보면서 온전한 가정주부로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채시라는 요즘 아이 교육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한다. 큰딸 채니를 학원에 보내는 대신 그가 직접 집에서 피아노·바이올린·그림 등을 가르친다고. 평소 ‘엄마가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채시라는 독학으로 이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한다.
“아내는 풍족한 환경에서 많은 걸 누리며 자란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뭐든 잘하는 건 부단히 노력한 결과죠. 저는 아내가 영어를 잘해서 어려서부터 꾸준히 배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학창시절 영어를 좋아해 테이프가 늘어나서 끊어질 정도로 듣고 또 들으면서 열심히 했대요. 불어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할 정도로 하고, 요즘은 채니한테 직접 가르치겠다며 일어와 중국어도 배우고 있어요. 피아노·바이올린도 집에서 악보 보며 연주하면서 혼자 터득한 거고요.”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집에서 직접 아이 가르치는 아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육아’가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채시라는 주로 책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교육전문가가 쓴 육아법에 빠져 있는데 A4 용지에 책의 내용을 메모해 집 안에 빼곡히 붙여놓았다고.
김태욱은 이처럼 아이 교육에 발 벗고 나서는 아내가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내가 대단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하지만 요즘 들어서 자녀교육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의견 충돌이 있다고 한다. 뭐든 혼자 해결하려는 아내와 달리 그는 아내가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기를 바라기 때문. 무엇보다 아내가 육아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묵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내가 육아에 대한 욕심을 조금 줄이고 배우로서의 비중을 조금 높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시나리오는 쌓여가는데 아내는 검토할 엄두조차 못 내거든요. 물론 지금은 갓난쟁이 때문에 힘들겠지만 아이가 좀 더 크면 다시 좋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김태욱

첫째를 낳고 6년 만에 둘째를 얻은 두 사람은 요즘 갓난아이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술을 좋아하는 김태욱을 퇴근 후 곧장 집으로 불러들이는 이도 둘째다. 꼬물대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한순간에 다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한다.
채시라는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둘째를 임신하고 태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첫째를 가졌을 때는 음악 태교에 힘썼다면 둘째 때는 독서와 대화를 통해 태아와 많은 교감을 나눴다고. 그는 명상을 통해 아이와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아내의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가 방에 앉아서 배 위에 종이 한 장을 대고 배 속 아이한테 얘기를 하데요.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이한테 텔레파시를 보내는 거라고 해요(웃음). 꽃과 나비 그림을 그린 뒤 그림을 배에다 대고 ‘이건 꽃이라는 거고, 이건 나비라는 거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거죠. 둘째 때는 첫째 때 해보지 못한 걸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아내가 무척 즐거워했어요.”
김태욱은 둘째가 태어나자 아빠로서의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아이를 무조건 집안으로만 싸고돌았는데, 이제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누구의 아들, 딸이 아닌 한 인격체로서 많은 것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그는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 채니와 함께 대형 서점에 다닌다”며 “둘째도 빨리 커서 공원에서 함께 공을 차며 놀고 싶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아이 낳고 4개월 만에 금세 예전의 몸매를 되찾았다고 한다. 그가 빠른 시일 내에 날씬해진 비결은 바로 모유 수유. 채니 때와 마찬가지로 둘째도 1년 넘게 모유를 먹일 예정인데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는 아내를 보면서 그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또한 채시라는 평소 채소 위주의 건강식을 즐겨 먹어 특별한 다이어트 없이 자연스럽게 살을 뺄 수 있었다고.
“아마 아내처럼만 먹으면 무병장수할 거예요(웃음). 인스턴트 음식은 일절 피하고 채소와 과일 등 몸에 좋은 음식을 즐겨 먹거든요. 저도 아내 덕분에 결혼 후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아이도 아토피 하나 없이 잘 자라고 있죠. 아이 과자도 직접 만들어줘요. 얼마 전에는 아내가 피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아내에게 ‘혈액이 얼마나 깨끗한지 피부보다 맑다’고 했대요(웃음).”
채시라는 민간요법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그가 코감기에 걸리자 대파와 귤껍질 등을 고아 감기약을 만들어줬고, 생강차 등을 보온병에 담아 회사에서도 수시로 먹게 했다고. 김태욱은 “아내가 음식의 영양소를 다 꿰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부모에게 곰살맞게 구는 아내 보며 장인·장모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하게 돼
두 사람은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가끔 토닥대며 말다툼을 하지만 지금까지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싸움은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설령 두 사람이 다퉈도 어색한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는데 성격 급한 김태욱이 먼저 미안하다며 장난을 걸기 때문. 그러면 채시라는 못 이기는 척 눈을 한번 흘기고는 바로 남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김태욱은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받아주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한데, 아내는 뒤끝 없이 잘 받아준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서로의 부모에게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 김태욱은 “아내는 부모님이 ‘그만 해라’ 할 정도 잘한다”고 자랑했다.
“아내는 천성이 고운 사람이에요.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정다감한 성격을 타고난 거죠. 요리를 하다가도 저희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서 국물 내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등 어른들께 곰살궂게 잘하거든요. 그런 아내를 보면서 저도 장인 장모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지난 91년 데뷔해 ‘개꿈’ ‘담백하라’ 등의 히트곡을 가진 그는 지금도 가슴 한쪽에는 언제나 노래에 대한 열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했던 때가 기타 치면서 노래를 만들 때인 것 같다”며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린 뒤에는 1년에 단 몇 차례라도 무대 위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진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김태욱. 그는 현명한 아내와 귀여운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8년 5월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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