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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상처 입은 어릿광대

아프고 외로운 이들을 향한 위로 담은

입력 2008.05.09 18:13:00

상처 입은 어릿광대

루오, 상처 입은 어릿광대, 1932, 캔버스에 유채, 200×120cm, 개인 소장


루오의 그림에는 어릿광대가 많이 등장합니다. 어릿광대는 곡예나 재미있는 말 등으로 놀이판의 흥을 돋우는 사람이지요. 곡마단 같은 곳에서는 막간에 어릿광대가 나와 우스운 행동으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 어릿광대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슬픈 모습을 하고 있으면 왠지 이상해 보이지요. 늘 재미있게 웃고 노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과 태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어릿광대도 사람인 까닭에 슬플 때가 있습니다. 어릿광대는 그 슬픔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해 더욱 슬퍼 보이기도 합니다. 루오의 ‘상처 입은 어릿광대’는 다친 어릿광대를 두 명의 다른 어릿광대가 부축해 어디론가 데려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울합니다. 어쩌면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지 모릅니다.
울고 싶어도 마음껏 울 수 없는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옛날 어릿광대들은 교육을 못 받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곡마단을 따라다니며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고 시시때때로 사람들을 웃겨야 했습니다. 그들이 다치고 아파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지요.
그들이 외로움과 슬픔을 호소할 때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핀잔이나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치고 아프고 외로운 그들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모든 괴로움을 묵묵히 속으로 삭여야만 했습니다. 이 그림은 그런 어릿광대들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 모두를 위한 루오의 ‘위로의 노래’입니다.

한 가지 더~ 루오를 비롯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화풍을 선보인 20세기 초의 화가들은 서커스단이나 어릿광대를 즐겨 그렸습니다. 놀라운 재주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도 푸대접을 받으며 떠돌아다니는 그들이 왠지 자신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매주 화요일 EBS 미술 프로그램 ‘TV 갤러리’에 출연해 명화의 감상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뉴욕의 미술관 이야기인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을 펴냈고, 현재 재미화가 강익중씨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여성동아 2008년 5월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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