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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김수정 기자의 브라운관 속 탐험!

드라마 ‘이산’ 야외 촬영현장

사랑은 타임머신을 타고…

글·김수정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8.04.23 15:56:00

드라마 ‘이산’에는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힘겨루기하는 오늘날의 정치 현실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날선 대립각 속에서도 산, 송연, 대수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은 싹튼다. 조선시대 궁궐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이산’ 세트장에서 생긴 일.
드라마 ‘이산’ 야외 촬영현장

“대수야, 미안해…” 심각한 분위기의 한지민·이종수.(좌) 이른 아침부터 촬영준비에 나선 스태프들. ‘이산’은 A팀, B팀으로 나눠 촬영한다.(우)


궁궐로 진입하기 위해 광화문(廣化門)을 열었다. 수백 명의 대소신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이곳은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있는 드라마 ‘이산’의 궁궐 세트장.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온 것 같다. 정조(이서진)가 주로 거니는 인정전(仁政殿) 앞을 호젓이 걸어본다. 금방이라도 “주상전하!” 하고 외쳐야 할 것 같다. “우유 먹고 하세요!” 몽상을 깨운 건 촬영 스태프의 목소리였다.
아침 10시 반, 궁궐에 따끈따끈한 우유가 배달된다. 밤샘 촬영으로 지친 배우와 스태프도 이 시간에는 기운이 솟는다. 송연(한지민)과 대수(이종수)에게 직접 우유를 건네는 이병훈 PD. 두 배우를 온유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어느 우유 CF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오늘 촬영이 두 사람에게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이 PD의 손에 ‘후궁간택령’에 대한 방이 들려 있기 때문. 얼마 전 중전마마(박은혜)로부터 정조의 후궁 제안을 받은 송연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진다. 정조를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지만 자신을 짝사랑해온 대수를 차마 모른 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절부절못하기는 대수도 마찬가지.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행기가 거침없이 하늘을 가른다. “우유 먹을 때는 잠잠하더니… 쟤들도 참 눈치가 없다.” 카메라 감독의 말에 어색함이 조금 누그러진다.

드라마 ‘이산’ 야외 촬영현장

“우리도 숨은 주인공이에요~” 보조출연자들도 찰칵~.(좌) 궁궐 밖 저잣거리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쌓여 있었다.(우)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울다
어느새 봄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송연이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나부낀다. “잠깐! 송연이와 대수 사이에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는데?” 이 PD의 말에 준비된 나뭇가지들. 메마른 나뭇가지에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난 나뭇가지를 동여맨다. “우와, 접붙이기를 했네요?” 좀처럼 웃지 않던 송연이가 그제야 환하게 미소 짓는다.
“송연아, 오늘은 대수에게 많이 미안해해야 해. 이런 경험 해봤지?”(이병훈 PD) “어머, 아니에요. 그런 적 별로 없어요.”(송연) “에이~ 너한테 대시(dash)한 남자들, 뿌리친 적 많을 거 아냐.”(대수)
동글동글한 눈망울에 뽀얀 피부를 가진 송연이는 내가 봐도 참 예쁘다. 거기에다 총명하고 그림까지 잘 그리니…. 그래, 인정한다. 뭇 남정네들의 마음을 빼앗아갈 만하다! 정조에 비하면 2% 부족하지만 대수도 만인이 인정한 훈남. 죽마고우이자 군왕인 정조를 질투하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의 눈빛이 애처롭다. “대수야, 난 안 되겠니~?”
이 시각, 정조는 어디 있을까. 얼마 전 할아버지에 이어 조선 22대 임금으로 즉위한 그는 요즘 국사를 돌보느라 바쁘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노론 세력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하지만 편전 앞에서 만난 그는 너무나 침착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NG를 낼 때조차도 그는 근엄했다.
오후 2시. 1시간의 짜릿한 휴식이 주어졌다. 나는 점심시간을 반납한 채 궁궐 안팎 구경에 나섰다. 죄인들을 가두는 옥사 내냉조, 대저택의 정원 같은 후궁전 뒤뜰, 아담한 동궁전과 대비전, 그리고 궁궐 밖 시끌벅적한 저잣거리 골목…. 하지만 예스러움을 간직한 이곳도 화장실만큼은 신식이라는 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정조와 송연, 대수, 수많은 대소신료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이곳이 내 집인 것처럼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건 왜일까. 혹, 나도 정조의 승은을 입은 후궁이 아니었을까?

여성동아 2008년 4월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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