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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1년 나훈아

‘중병설, 해외 도피설, 야쿠자에 의한 신체 상해설…’ 무수한 소문의 진실 & 김혜수·김선아 입장

글·김명희 기자, 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8.02.22 10:22:00

잠적 1년째에 접어든 가수 나훈아를 둘러싸고 중병설, 해외 도피설, 일본 야쿠자에 의한 신체 상해설 등 정체불명의 괴소문이 번지고 있다. 소문이 확산되자 급기야 경찰이 나훈아 보호 차원에서 수사에 나섰고 나훈아 측은 “소문이 사실무근”이라며 “더 이상의 수사는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나훈아를 둘러싼 소문의 진실과 베일에 가려진 그의 근황, 그리고 ‘야쿠자의 애인’으로 지목돼 곤혹을 치른 김혜수·김선아의 입장을 들었다.
잠적 1년 나훈아

지난해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기로 했던 콘서트를 전격 취소한 뒤 잠적했던 나훈아(61). 그가 갑자기 사라진 후 연예가에서는 그를 둘러싸고 중병설, 해외 도피설 등이 나돌았다. 수많은 취재진이 그의 행적을 쫓아 서울 이태원 집과 고향인 부산 등을 오가며 사실 확인을 위해 애썼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올초부터는 이보다 한층 강력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유명 탤런트 K의 애인인 일본 야쿠자에 의해 상해를 당했다는 것. 더군다나 야쿠자의 애인으로 거론된 이들은 김혜수 김선아 등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톱스타였기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나훈아의 계속된 잠적으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던 이 소문은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부산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야쿠자 개입설 진상 확인과 나훈아 신변 보호 차원에서 지난 1월 초부터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
경찰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나훈아가 국내에 머물고 있는지 여부. 그가 말 못할 사정으로 해외로 도피했다거나 잠적 후 가족과 함께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그는 지난 200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36회 외국을 드나들었으며 최근에는 지난해 12월6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한 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1월5일 입국,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가 국내에 체류 중이라면 일본에서 잠입한 야쿠자에 의해 상해를 입었다는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나훈아의 의료보험 관련 기록도 조사했으나 2006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과 치료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찰은 야쿠자로부터 습격을 당했다는 소문이 사실일 경우 나훈아가 치료를 받았을 만한 부산 시내 7개 종합병원을 샅샅이 수사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소문에 언급된 신체 부위에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으로, 개인병원에서 치료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 때문에 대형 병원 치료 내역을 모두 훑고 탐문 수사까지 했지만 나훈아가 치료를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그가 수술 후 요양 중이라고 소문난 경남 양산의 한 사찰과 인근 17개 암자를 수사했으나 그곳에도 나훈아가 머문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해마다 거르지 않고 공연을 해오던 그가 큰 병에 걸리지 않고서야 콘서트를 취소할 이유가 없으며 커피를 마실 때 손을 심하게 떨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소문과 맞물려 힘을 얻었던 ‘중병설’관련 정황도 파악하려 했으나 이와 관련된 단서 역시 찾지 못했다고 한다.

측근 통해 경찰에 “여행 다니며 잘 지내고 있으니 더 이상 수사는 자제해 달라” 요청
잠적 1년 나훈아

나훈아의 집이 위치한 서울 한남동의 고급주상복합 아파트. 수많은 취재진이 나훈아를 둘러싼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이 집을 찾았지만 나훈아를 만날 수는 없었다. 아래 사진은 나훈아가 운영에 관여했던 소속사 건물. 소속사는 나훈아 잠적 후 문을 닫았다.


경찰은 이후 수사 방향을 나훈아의 주변으로 돌려 그의 공연을 전담했던 공연기획사와 소속사 관계자들을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나훈아의 근황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훈아의 한 측근이 경찰에 “지금 돌고 있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며칠 전에도 본인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는데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며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여행을 좋아해 이전에도 해외로 여행을 나가면 몇 달씩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는데 그게 새삼스레 잠적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밝혀 왔다는 것. 또한 나훈아는 이 측근을 통해 경찰에 “수사가 계속될 경우 사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앞으로 더 이상의 수사는 자제해 달라”는 입장과 함께 경찰에 “나를 조사할 것이 아니라 헛소문을 낸 사람을 찾아서 혼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최근 나훈아가 거주하던 서울 이태원 등에서 그를 봤다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KBS ‘연예가 중계’는 지난 1월19일 방송에서 “1월 중순 (나훈아 집 근처인) 서울 이태원에서 베이지색 점퍼 차림에 머리를 뒤로 묶은 나훈아를 봤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고 아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이웃 주민의 목격담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나훈아의 신변에 별 이상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경찰은 수사의 명분을 잃게 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한 형사는 “나훈아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거나 가족이 수사를 요청하면 전화 통화 기록 추적 등 통신 수사라도 해서 나훈아씨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내야겠지만 본인이 수사 자제를 요청한 만큼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칫 과잉 수사를 할 경우 그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지난 1월20일 나훈아를 둘러싼 소문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 판단하고 수사를 종료했다.
나훈아를 둘러싼 무수한 소문은 그가 1년여 동안 공식 활동을 중단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지만 그가 이런 소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아 더욱 확산된 측면이 있다.
나훈아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이는 ‘야쿠자의 애인’이자 나훈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톱스타 K로 지목된 김혜수. 처음에는 이니셜로만 회자되던 K는 어느 순간부터 김혜수로 좁혀져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에 김혜수와 그의 소속사는 지난 1월17일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김혜수 측은 “소문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처구니없어 대응하지 않으려 했지만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포털 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고 ‘김혜수’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옆에 ‘나훈아’ ‘야쿠자’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등록돼 있는 상황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과 함께 이 루머가 사실로 여겨지고 있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발표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김혜수 김선아 모두 일로 한번 만났을 뿐, 사적인 만남 없었다고 밝혀
잠적 1년 나훈아

뛰어난 가창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훈아. 그가 하루 빨리 팬들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김혜수 측은 소문의 근원지로 한 언론사 기자의 개인 블로그를 지목하며 “블로그에서 나훈아 소문을 언급하며 그 상대로 ‘가슴이 큰 글래머 배우 K’라는 표현을 썼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이 김혜수로 오해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수 측에 따르면 김혜수는 몇 년 전 TV 토크프로그램 ‘김혜수 플러스 유’(2000년 종영)를 진행하던 시절 게스트로 출연한 나훈아와 딱 한번 만난 적이 있으며 그 이후로는 우연히 마주친 적도 없다고 한다.
김혜수 측은 소문의 진원지인 블로그 운영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것도 고려했지만 블로그는 개인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고 또한 실명을 거론한 것이 아니라 이니셜을 사용했기에 소송이 쉽지 않아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혜수와 함께 또 다른 K양으로 거론된 김선아 측도 루머가 확산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선아 측은 “소문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현재 루머의 근원지 파악 등을 위해 법률 전문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선아는 지난 2006년 나훈아와 콘서트 무대에 함께 선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차례도 그를 만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나훈아와 관련된 소문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이렇듯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훈아가 주변과 연락을 끊은 채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한 측근은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훈아는 원래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3~4월께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훈아가 하루 빨리 직접 나서서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기를 바란다.
나훈아는 누구인가
타고난 가객, 수많은 여성팬 거느려

나훈아(본명 최홍기)는 1947년 부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입학한 형을 따라 서울에 상경, 서라벌예고에 진학한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장충동의 한 녹음실에 심부름을 갔다가 녹음하러 오지 않은 가수를 대신해 노래를 부르다가 음반사 대표에게 발탁됐다. 68년‘천리길’로 데뷔할 당시 ‘최훈’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가 ‘훈아’ ‘나훈아’로 변경했다. 데뷔 40년째였던 지난해까지 2천6백 여곡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자작곡이 8백 여곡에 이른다.‘사랑은 눈물의 씨앗’ ‘물레방아 도는데’ ‘무시로’ ‘갈무리’ ‘잡초’ 등이 대표적인 히트곡.
나훈아는 단순히 가수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71년 영화 ‘풋사랑’으로 데뷔한 이후 ‘친구’ ‘우정’ ‘어머님 생전에’ ‘삼일 낮 삼일 밤’ 등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80년대 초까지 영화배우로도 활동한 것. 그는 역동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창법과 야성적인 이미지로 데뷔 때부터 폭 넓은 여성 팬을 거느렸다. 일곱 살 연상 여배우 김지미와의 열애는 중년 팬들의 기억에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는 사건. 76년, 당시 한 차례 이혼 경험이 있던 그는 당대 최고 배우 김지미와 결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두 사람은 82년 갑작스럽게 파경을 선언했다. 이후 나훈아는 열네 살 연하의 후배가수 정수경과 재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정씨와 자녀들은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다.

글·김민지 기자‘동아일보 출판국’


여성동아 2008년 2월 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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