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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미키정 부부 결혼 후 첫 인터뷰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 ■ 헤어&메이크업·순수 ■ 장소협찬·헬로우(02-541-4427)

입력 2008.01.23 14:14:00

지난 5월 결혼한 하리수·미키정 부부는 아직도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 있다. 인터뷰 내내 서로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행복해하는 두 사람에게 알콩달콩 결혼생활을 들었다.
하리수·미키정 부부 결혼 후 첫 인터뷰

하리수(33)·미키정(29) 부부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서로를 향한 ‘거침없는’ 애정표현이었다. 손을 꼭 잡고 약속장소에 들어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 짓고 입을 맞추고 시종일관 상대방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저희는 하루에 수십 번씩 키스를 해요. 남들 눈에는 과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부부관계에서 애정표현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 애정표현 없이 사는 부부는 상대방이 조금만 잘해줘도 ‘당신,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하고 따지듯 묻는다잖아요. 저희는 그런 게 싫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늘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해요. ‘하루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은 미루지 말고 그날그날 상대에게 보여주자’는 게 생활신조예요.”
“결혼 후 다툰 적이 없냐”고 묻자 하리수는 “가끔 사소한 일로 토라질 때가 있는데 남편이 먼저 다가와 ‘내가 잘못했어’라고 하며 키스해주면 금세 마음이 풀린다. 그게 우리 부부가 지금껏 큰 소리 내지 않고 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한 번도 다투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래요. 그만큼 상대에게 관심이 부족하고 바라는 점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애교 많고 자상한 남편이 저한테 주로 맞추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저는 한식당에, 남편은 분식집에 가고 싶을 때 남편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들고 와 한식당에서 먹는 거죠(웃음).”

하리수·미키정 부부 결혼 후 첫 인터뷰

자상하고 애교 많은 남자 미키정과 무슨 일이든지 똑부러지게 해내는 ‘똑순이’ 하리수. 두 사람은 촬영 내내 뜨거운 애정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5월 결혼한 뒤 하리수가 부모와 함께 사는 집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뒤 양가 부모의 허락하에 하리수 집에서 동거생활을 했기 때문에 미키정이 장인·장모와 함께 산 기간은 어느새 2년이 다 돼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스스럼없이 애정표현을 할 수 있는 건 하리수의 부모가 두 사람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기 때문이라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굉장히 젊은 마인드를 갖고 계세요. 특히 장모님은 눈썰미도 있으시고 패션 감각이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시죠. 거리를 지나다가 저희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옷을 보면 사다 주시는데 정말 예쁘고 감각적이에요.”
자신의 부모를 얘기하듯 미키정이 장인·장모를 칭찬하자 하리수 역시 “시부모님도 부모님 못지않게 신세대 사고방식을 가지신 분이다. 가끔 어머니께 전화를 걸면 ‘아버지랑 데이트 중이다. 방해하지 말그래이~’ 하고 끊으신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시부모에게 매일 아침 전화로 문안인사를 드린다는 하리수는 특별한 날이면 꼭 이벤트를 준비하는 센스 있는 며느리라고 한다. 미키정은 바쁜 하리수 대신 집안 청소를 도맡고 장인·장모에게 아들처럼 싹싹하게 구는 사위라고.

아내가 챙겨주는 밥 먹으며 총각 때보다 8kg 살찐 남편
주로 청소·빨래는 미키정이, 요리는 하리수가 담당하는데 하리수는 김치·나물 등 손맛이 필요한 음식을 척척 만들어낸다고 한다. 며칠 전 남편과 집안 식구들을 위해 김장을 담갔다는 하리수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남편은 김치를 입에 대지 않는 등 편식이 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식성이 변했다”고 말했다.
“제 음식이 입에 맞는지 남편은 총각 때보다 8kg이나 살이 쪘어요(웃음). 자주 식사를 거르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에 조금씩 입맛을 바꿔줬죠. 라면을 끓일 때도 면만 이용하고 건더기·분말 수프 대신 제가 만든 양념과 채소로 국물을 만들었어요. 늘 아들 입이 짧다고 걱정하던 시어머니는 달라진 남편 모습을 보면서 제게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하리수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하리수가 차려주는 밥상에 익숙해진 남편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해먹는다는 것. 하리수가 종종 일을 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면 미키정은 배를 곯은 채 그를 기다린다고 한다.
“‘뭣 좀 먹지 그랬어’ 하면 ‘괜찮아, 하나도 배고프지 않았어’라고 말하면서 허겁지겁 먹어요. 속상한 마음에 ‘언제 들어올지 알고 마냥 기다리고 있냐’고 핀잔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 들죠.”
사실 두 사람은 결혼을 발표한 뒤 한동안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트랜스젠더 연예인 1호인 하리수가 ‘여자’로서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미니홈피 방명록과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악성 댓글이 쏟아진 것이다. 하리수는 “그 가운데는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상처가 된 말이 많았다. ‘과연 두 사람이 제대로 살까’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는 것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리수·미키정 부부 결혼 후 첫 인터뷰

“한 포털 사이트를 보니 제 결혼 기사 아래에 ‘리수형, 이제 그만 남자로 돌아가야지ㅋㅋ’라는 댓글이 붙어 있더라고요. 그걸 본 순간 가슴이 무너져내렸어요. 저는 남편 앞에서 늘 매력적인 연인, 아름다운 아내이고 싶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저를 ‘남자’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게 정말 상처가 됐죠. ‘하리수와 결혼하는 걸 보니 미키정이 게이인가보다’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화가 치밀어올랐어요. 저 때문에 남편까지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리는 게 싫었으니까요. 게이는 동성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이에요. 저는 이미 성전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남편이 게이라면 제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예요.”
하리수는 “한번은 결혼 관련 인터뷰를 하는데 기자가 ‘두 사람이 일반적인 부부처럼 성생활을 할 수 있는 거냐’고 묻기도 하더라”며 “나는 여자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부부는 남녀로서 성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하리수가 상처를 받을 때마다 곁에서 보듬어준 사람은 남편 미키정. 네티즌의 악성 댓글을 참다못해 하리수가 몇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뒤 눈물을 흘리자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든지 상관없다. 당신은 내게 여자고 아내”라면서 다독여줬다고.
하지만 얼마 전 두 사람은 입양문제로 또 한 차례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네티즌 사이에 찬반토론이 이뤄지면서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것.
“네 명을 입양하고 싶다고 밝힌 뒤 ‘(하리수도) 그게 가능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 부부가 원하면 법적으로는 입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사실 남편이 외아들이기 때문에 결혼 전부터 아이 문제로 걱정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용기를 내 ‘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데 나와 결혼해도 괜찮아?’ 하고 물었죠. 그랬더니 남편이 ‘입양하면 되지. 피가 꼭 섞여야 한다면 수혈을 좀 해주자’고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됐고 입양을 통해 엄마가 될 준비를 해왔어요.”
이 부부는 딸 둘, 아들 둘 등 모두 4남매를 입양할 생각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를 갖고 싶지만, 하리수가 1~2년 동안은 중국·대만·일본 등 해외에서 활동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관련 계약기간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입양하기로 약속했다고.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상처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제 곁에 남편이 있어 행복해요”
두 사람은 당장 자녀를 입양하는 대신 함께 미래를 준비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지난 12월 초부터 같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공부를 시작한 것. 언젠가 아동복지시설을 설립해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하리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일찍부터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으셔서 장학재단을 설립·운영하고 계세요. 어머니도 일주일에 두 번은 봉사활동을 하시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저도 어릴 때부터 고아원을 세워서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 관심을 갖고 알아보니 고아원을 설립하려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로 한 거죠.”



하리수는 이미 경기도 장호원에 고아원을 짓기 위한 1천 평 규모의 땅을 사뒀다고 한다. 미키정도 “아내가 원래 사회복지사업에 뜻이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기꺼이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시험과목이 열 가지가 넘어서 연예 활동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아내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아내가 처음 ‘여보, 고아원이 법인 허가를 받으려면 사회복지사가 최소한 다섯 명은 있어야 한대. 우리 함께 공부하자’고 했을 때 ‘응, 그러자’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솔직히 아내는 뭐든지 똑 부러지게 해내는 성격이라 분명히 시험에 붙을 것 같은데 저만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막상 매일 저녁 같이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니 서로 의지가 돼 좋아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2년 안에 2급 자격증을 딴 뒤 다시 1급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한 뒤에는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PC 게임 마니아라고. 결혼 전 데이트 장소를 묻는 질문에 “PC 방”이라고 대답했던 하리수·미키정 부부의 침실에는 4대의 컴퓨터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취미가 비슷해서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아요. 둘 다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운동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오락하는 걸 좋아하죠(웃음). 아내와 PC 게임을 한다고 자랑하면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두 사람은 연예계 활동도 함께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미키정은 최근 하리수가 발표한 싱글앨범에 참여해 타이틀곡 ‘Love is’의 랩을 맡았고, 경쾌한 댄스곡 ‘첫눈’을 함께 불렀다. 오는 5월 6집 앨범을 발표할 계획인 하리수는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도 미키정과 듀엣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요즘은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행복해요.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많이 받아 세상에 믿을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제 옆에 늘 남편이 있잖아요. 무조건 잘해주고 싶고 무엇이든 고맙기만 해요.”
눈물을 글썽이는 하리수를 바라보던 미키정은 “그래서 우리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저희 이렇게 부부가 됐습니다. 알콩달콩 예쁘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면서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아름답고 당당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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