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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김수정 기자의 브라운관 속 탐험!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결혼식 촬영현장

결혼하고 싶은 날~

글·김수정 기자 / 사진·장승윤‘프리랜서’

입력 2008.01.22 17:38:00

일일드라마 촬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매주 수·일요일을 제외하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진다는 ‘미우나 고우나’ 야외촬영현장을 급습했다.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결혼식 촬영현장

‘오늘도 잘…’ 결혼식 촬영을 앞두고 사뭇 진지한 조동혁과 유인영. ‘누나 예뻐?’ 신부화장을 끝내고 아역배우 박준목군과 거울을 보는 유인영. ‘잘 다녀오겠습니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왼쪽부터 차례로)


그가 결혼을 한댄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조연출의 말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남자들에게 야망이 그리 중요한 걸까. KBS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서 사랑과 야망을 저울질하다 결국 야망을 선택한 선재(조동혁). 봉주르 식품회사 사장의 외동딸 수아(유인영)의 남자가 되는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12월 초 결혼식장에 찾아갔다.
체감온도 영하 5℃의 매서운 날씨. 결혼식답지 않게 을씨년스럽다. 한차례 비라도 내릴 것 같다. 누가 본답시고 새로 산 반바지 차림으로 왔는지 후회된다. 이럴 줄 알았음 부츠라도 신고 오는 건데!
‘결혼식부터 찍겠지. 웨딩홀에 들어가면 따뜻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웬걸. 웨딩카를 타고 떠나는 장면부터 찍는댄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야외촬영을 끝마쳐야 한다는 것. 단풍(한지혜), 단풍이 부모님, 백호(김지석), 백호네 식구들, 막둥이 찬이까지… 스태프들과 주요 배우들이 웨딩홀 밖으로 나오자 주위가 금세 소란스러워진다. 동네 사람들 다 모여든다.
“나쁜 놈… 지영이 버리고 기어코 수아랑 결혼하네!” 선재와 수아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얄궂다. “조용히 좀 해주세요!” 스태프들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진다. 쥐죽은 듯 조용해진 촬영장. 오후 1시, 드디어 촬영이 시작됐다.

그런데 한 장면을 찍는데도 30분이 족히 걸린다. 입이 얼어서인지 연기자들의 대사도 자꾸 꼬인다. ‘이러다 동태 되는 거 아냐’ 나는 우울해졌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린다. 발가락 감각은 이미 무뎌진 지 오래. 촬영 틈틈이 대형난로로 가 몸을 녹이고 다시 돌아오기를 수차례. 단풍이도 견디다 못해 난로 옆에 선다. 그도 짧은 원피스 차림이다. “발이 꽁꽁 얼었어요. 이렇게 가족들 고생시키는데 오빠가 잘 살았음 좋겠어요(웃음).”

“새하얀 드레스~ 수줍은 발걸음♬”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결혼식 촬영현장

‘내 모습이 더 멋지지 않나?’ 촬영 중간 얼짱 포즈를 취해보는 김지석.(좌) 촬영 중 메이크업 손질을 받고 있는 극중 부녀 강인덕과 한지혜.(우)


툭, 툭, 툭. 한차례 겨울비를 맞은 뒤에야 야외촬영이 모두 끝났다. 난로 앞을 밀치고 들어가 마네킹처럼 뻣뻣해진 언 몸을 녹인다. 온몸이 간질간질하다. 웨딩홀 안은 점점 더 분주해진다. 행여나 조명에 녹을세라 소품팀은 웨딩 얼음조각을 지키느라 여념이 없다.
“난로 옆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 보조출연자 담당 스태프가 난로 앞에 모인 보조출연자들에게 주의를 준다. 비싼 한복이란다. 결혼식치고는 ‘소박한’ 인원인 50여 명의 하객이 모였다. 30대에서 50대 사이의 남녀 커플이 대부분이다. 촬영에 들어가면 축의금도 내고 축하인사도 건네고… 그들은 바쁘다. 그 사이 선재와 수아는 대기실로 뛰어들어가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들 뒤를 밟아 몰래 훔쳐본다. 큰 키, 잘생긴 얼굴에 ‘잘나가는’ 펀드매니저! 선재는 진짜 완소남이다.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수아는 보기와 달리 수줍음이 많은 아가씨다. 미끈한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를 보라! 아, 나도 결혼하고 싶다~
“누나는 찬이랑 결혼하기로 했잖아. 20년만 기다려주면 안 돼?” 나 말고도 신부대기실을 급습한 사람이 한 사람 더 있다. 바로 일곱 살배기 찬이였다. 촬영이라는 걸 알면서도 못내 서운해하는 찬이를 보자 수아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걸 안 선재는 질투하지 않는다.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랑신부 입장이 시작됐다.
“하객 수가 모자란데 빈자리 좀 채워주겠어요?” “아, 아니 저는…” 얼떨결에 보조출연자로 나선 나는 “힘껏 박수치라”는 스태프의 지시에 ‘손에 불이 나도록’ 쳤다. “자리를 바꿔 앉으라”는 말에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말도 잘 들었다. 하지만 점심때 먹은 국밥의 힘이 다 떨어져 금세 지치고 만 나. 나는 결국 도망치듯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내일 저녁부터 혹시 내 실오라기라도 나왔는지 ‘미우나 고우나’를 뚫어져라 봐야겠다.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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