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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그녀

뇌쇄적인 연기로 눈길 끄는 김미숙

기획·김유림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스페이스 C

입력 2007.12.24 17:52:00

부드러운 미소로 푸근한 어머니상을 연기해온 김미숙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SBS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뇌쇄적인 마피아 부인을 연기하고 있는 그에게 연기를 향한 열정, 두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의 모습에 대해 들었다.
뇌쇄적인 연기로 눈길 끄는 김미숙

‘부드러운 여자’의 대명사 김미숙(48)이 파격적인 변신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SBS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미국 마피아의 한국계 부인 ‘마담 채’ 역할을 맡아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그는 드라마 초반 짙은 화장, 화려한 옷차림과 함께 은색 가발로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난 뒤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와중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여행을 떠났는데 쇼핑을 하다 우연히 가발가게에서 그 가발을 발견했죠. ‘바로 이거다’ 싶어 사가지고 왔는데 예상보다도 반응이 좋았어요(웃음).”
극중에서 마음에 안 드는 남자 부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해리(송일국)에게 은밀한 유혹의 눈빛을 보내야 했던 그는 처음부터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그는 “민망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대였으면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20대에는 뇌쇄적인 눈빛은 고사하고 째려보는 것도 못했어요. 예전에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 역할을 맡았을 때도 눈빛이 무섭지 않다며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흔이 넘으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표정이나 눈빛 연기가 조금씩 되더라고요. 오랜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여유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는 나이 먹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죠(웃음).”

엄마가 연기자라는 사실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
뇌쇄적인 연기로 눈길 끄는 김미숙

지난 79년 KBS 드라마 ‘동심초’로 데뷔해 오랫동안 지적이고 정숙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그는 최근 들어 드라마 ‘사랑을 할거야’ ‘여왕의 조건’ ‘나도야 간다’ 등에 출연하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억척스러운 아줌마상을 보여줬다. 그는 “이번 변신이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브라운관에서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걸로 변신했다면 지난 11월 중순 개봉한 영화 ‘세븐데이즈’에서는 딸을 잃은 교수 역을 맡아 진한 모성애를 연기했다.
“‘세븐데이즈’에서는 처참하게 살해된 딸을 둔 엄마 역이라 극한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감정을 폭발하는 연기는 처음이라, 너무 쑥스러워서 제가 나온 장면을 똑바로 못 보고 두 눈을 가리고 보기도 했어요(웃음).”
그는 현재 ‘로비스트’ 외에도 SBS 주말드라마 ‘황금신부’와 김대승 감독의 영화 ‘연인’을 촬영 중이다. ‘연인’은 청도를 중심으로 경북지역에서 촬영을 하고 있어 수요일과 목요일은 지방에서 지내야 하고 나머지 날에는 두 편의 드라마 녹화를 하느라 숨 돌릴 틈도 없다고 한다.
“추석 때 2박3일 쉬고 지난 한 달 반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어제도 밤새 ‘로비스트’를 찍은 뒤 한숨도 못 자고 바로 나와 ‘황금신부’ 녹화를 했죠. 사실 한 달 전부터는 저녁도 먹지 않고 있어요. 영화 ‘연인’에서 말기 암환자로 나오기 때문에 살을 빼고 있거든요. 하지만 잠잘 시간도 없다 보니 살이 저절로 빠지는 느낌이에요(웃음).”
그는 촬영을 위해 영양주사를 맞으면서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한다. 최근 건강검진에서도 근육·수분·단백질량이 적절하게 나오는 등 신체지수 90점을 기록해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는 “마흔 넘어서 아이 둘을 낳은 것만 봐도 알지 않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어쩌다 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 아들 승민이(8), 딸 승원이(6)와 놀아준다고 한다. 아이들과 노는 일 또한 만만치 않지만 많은 시간을 엄마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최선을 다해 놀아준다고. 그는 “어떤 날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아이들과 놀다가 쓰러져 잠이 들 때도 있다”며 바쁜 일상의 단면을 말해줬다.
김미숙은 지난 10월18일 승민이의 생일에도 아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고 한다. 촬영차 청도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인데, 대신 미리 문구점에서 변신로봇을 사 생일날 아침에 도착하게끔 우편으로 보냈다고. 다행히 승민이는 바쁜 엄마를 잘 이해해줄 뿐 아니라 그가 나오는 드라마를 다 챙겨 보면서 모니터링까지 해준다고 한다. 그는 “엄마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을 할 때는 일이 우선이에요. 촬영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여러 스태프와 연기자들 사이의 약속이잖아요. 사적인 스케줄 때문에 연기에 차질을 줄 수 없죠. 하지만 일을 떠났을 때 제 인생에 있어 1순위는 가족이에요. 일은 그만둘 수 있지만 엄마나 아내라는 역할은 하기 싫다고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만간 촬영이 끝나면 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쏟고 싶어요.”
김미숙이 이처럼 마음 편하게 일을 하는 것은 남편의 외조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98년 다섯살 연하 뮤직디렉터 최정식씨(43)와 결혼했는데 남편이 그 못지않게 아이들을 꼼꼼하게 잘 챙겨 아이들 걱정을 잊을 수 있다고. 그는 “남편이 워낙 잘하는 바람에 내가 점점 요령을 부리게 된다”며 웃었다.

“앞으로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 위해 쓰고 싶어요”
뇌쇄적인 연기로 눈길 끄는 김미숙

서른아홉,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한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인연을 만난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로 철이 들어 만났기 때문에 젊은 부부들처럼 감정싸움할 일이 없다는 것. 그는 “가끔 아이들 교육문제로 의견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심하게 다툴 일이 거의 없다. 더욱이 극단적인 표현이나 거친 말을 삼가해 지금껏 ‘냉전상태’에 이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일찍 결혼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한다.
“어느 날 승원이가 와서 ‘엄마 나이가 몇 살이야?’ 하고 묻는 거예요.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서른세 살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아이가 ‘정말 서른세 살’이냐고 되묻는 거예요. 아이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나쁘다는 걸 알지만 당시에는 곧이곧대로 말하기가 창피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아이를 속이고 있어요(웃음).”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소리도 지르고 가끔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쭐을 내기도 한다고. “예전에 유치원을 운영할 때 학부형들에게 ‘엄마는 쉽게 화내고 소리 지르면 안됩니다’라고 얘기했는데 막상 제가 엄마가 돼보니 그대로 실천하기 어렵더라고요(웃음).”
김미숙은 내년에 결혼 10주년을 맞아 가족여행을 떠나거나 리마인드 웨딩을 올릴 계획이다. 그동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기에 재미있는 이벤트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고 싶다는 것. 최근 들어 남편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는 그는 “지난 9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죽음을 애도하며 남편과 함께 집에 있는 LP판을 들고 나와 집 근처 카페에서 1시간 동안 음악감상을 한 게 마지막 데이트였다”며 “일도 일이지만 아이들 때문에 남편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연기자로 28년이란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내와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는 그는 앞으로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 말미에 “모처럼 아들의 축구경기를 보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는 그에게서 엄마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7년 12월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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