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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눈길 끄는 이 남자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얄미운 불륜남~ 안내상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11. 23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에서 뻔뻔한 불륜남으로 등장해 주부들의 ‘공공의 적’이 된 탤런트 안내상. 결혼생활 9년째를 맞은 남편이자 아홉 살배기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가 실제 모습과 연극에서 영화로, 또 드라마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온 자신의 연기인생을 들려주었다.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얄미운 불륜남~ 안내상

“인생 뭐 있나. 편한 대로 살면 되지.”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에 출연 중인 안내상(43)이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앞뒤 못 가리는 남자 원수 역을 맡은 그는 요즘 결혼생활 9년째에 접어든 자신의 실제 아내로부터도 “짜증난다”며 외면당하는 처지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부부가 살다 보면 권태가 오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원수는 본능에 충실한 인물일 뿐”이라며 자신이 맡은 인물을 옹호했다.
“원수가 나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 게 결혼생활의 정석이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가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 아닌가요. 그리고 원수더러 자꾸 바람둥이라고 하는데 원수는 이 여자 저 여자를 넘나드는 바람둥이가 아니에요.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데 단지 대상이 아내가 아닐 뿐이죠.”
애써 원수의 불륜을 정당화하는 안내상. 그렇다면 정말 그 자신이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울 용의도 있는 것일까. 질문을 던지자 그가 크게 웃었다.
“사랑이란 게 정답이 없지 않나요. 장담한 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실제로는 아내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편인데 만일 제가 원수처럼 뒤늦게 사랑을 깨닫게 된다면 갈등하다가 자기 자신에게는 비겁하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저로 인해 아내와 자식이 고통받는 게 싫으니까 ‘내가 아프고 말자’, 그러겠죠.”
원수라는 이름처럼, 그가 맡은 역은 자칫 주부들의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는 캐릭터. 하지만 그의 연기에는 미워할 수만은 없는 특별함이 있다. 바람난 여자를 포기하라며 어머니(김해숙)가 가짜 농약을 들이키는 `쇼`를 벌인 상황에서 놀라 허둥대는 모습, 병원에 치료 받으러 들어가는 어머니를 향해 울면서도 “`파이팅!”`을 외치는가 하면 병원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느님, 부처님, 다시는 바람 안 피우겠습니다. 울 엄마만 살려주세요. 만약에 울 엄마 잘못되면 동생들 손에 나도 죽어요! 진짜 바람 안 피울게요~”라며 황당한 기도를 하는 모습, 사랑을 정리하기 괴로운 나머지 한밤중 마당에서 팬티만 걸친 채 몸에 물을 끼얹어대며 덜덜 떨어대는 모습 등 코믹한 연기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캐릭터 설정은 작가와 감독이 하는 건데 코믹한 분위기로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됐어요. ‘바람피우는 남자들이여 갈 데까지 가봐라, 그 끝이 별로 좋지는 않을 거다’라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인데 원수가 만약 진지하게 불륜을 저질렀다면 드라마가 무거워졌겠죠.”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얄미운 불륜남~ 안내상

“오현경씨를 보며 배우는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 새삼 깨달았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10년 만의 컴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오현경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시청자들의 기대가 큰 만큼 오현경 자신이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을 터. 그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여부를 떠나서 오현경의 배우로서의 자세에 믿음이 간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뭔가를 보여줘야지’ 또는 ‘재기에 성공해야지’라는 욕심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연기가 하고 싶어서 다시 돌아온 사람의 모습이 보여요. 요즘에는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대요. 오현경씨를 보면서 새삼 배우는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단 사실을 깨닫고 있죠.”
‘조강지처…’에는 안내상과 오현경을 포함, 김혜선 손현주 오대규 등 어느덧 중견에 접어든 배우들이 탄탄하게 포진하고 있다. 연기 경력이 꽤 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해본 이들은 촬영이 끝나면 사는 이야기를 반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팀워크를 다진다고.
“다들 같은 드라마에 한두 번씩 출연한 적이 있고, 사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 낳아 키우면서 나이 들어가는 처지다 보니 이야기가 잘 통해요. 연기 호흡도 잘 맞고요. 서로 모니터링을 하다가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얘기하면 ‘찍었는데 어떡해, 미안해, 다음부터는 잘할게….’ 이런 분위기가 되는 거죠.”
안내상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집 안(內)에서 낳았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집 밖(外-병원)에서 낳은 그의 형의 이름은 외상이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이름만큼이나 그의 인생도 남다르다. 대학에서 신학공부를 하다가 서른 나이에 뒤늦게 연극무대에 뛰어든 것.
“목사가 되고 싶어서 신학대에 진학했는데 생각보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취직을 하자니 조직에 얽매이는 게 싫고, 뭐 즐거운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교회에서 연극할 때를 떠올렸죠. 되짚어보면 그때가 제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닌가 싶어서 국립예술아카데미에 들어가 연극을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그가 맡은 캐릭터는 손목시계를 풀고 초등학생을 구타하는 선생님(영화 ‘아홉 살 인생’), 전신마비 장애인(단막극 ‘내일 또 내일’), 고독한 개혁 군주 정조(드라마 ‘한성별곡’) 등 특정한 스타일로 정형화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눈빛이 매섭다며 악역을 제안하고,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재미있다며 코믹한 역에 캐스팅하고…. 사람마다 저의 다른 면을 봐준다는 건 배우로서 큰 행운이죠. 실제로는 낙천적인 성격이에요. 고민이 생겨도 그다지 몰두하지 않고 회피하는 편이죠. 어쩌다 부부싸움을 해도 하루를 넘기지 않아요.”
틀에 맞춰 몸체를 바꾸는 아메바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의 이름 앞에 어느 순간부터 ‘연기파 배우’, ‘한국의 숀 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그는 그런 수식어가 어색하기만 하다고.
“길을 가다가 누가 알은체를 하면 어디로 숨고 싶어요.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얼굴이 빨개지고…(웃음). 인터넷 팬클럽 같은 데에 글도 좀 써보라고 주위 사람들이 권하지만 쑥스러워서 못하겠어요.”

“배고픈 무대 선택한 저를 믿고 묵묵히 지켜봐준 아내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얄미운 불륜남~ 안내상

연극과 영화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실력으로 ‘조강지처 클럽’에서 불륜남 역을 코믹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안내상.


스스로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행려병자를 연기하기 위해 3개월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할 만큼 근성 있는 배우다. 배고픈 무대를 선택한 남편을 믿고 묵묵히 지켜봐준 아내가 없었더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그는 아내의 현명함이 ‘오늘의 안내상’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아내 의견을 많이 따르는 편이에요. 그만큼 아내가 바른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죠. 교육만 해도 그래요. 제 아내는 억지로 뭔가를 시키기보다 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둬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죠. 특목고 가고 좋은 대학 가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잖아요. 하루하루 즐겁게 살다 보면 그게 쌓여서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것이지. 아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웬만해서는 말리지 않는 편이에요.”
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는 세태를 거슬러 그의 가족이 서울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일산에서 파주로 이사를 한 것도 아이에게 뛰놀기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게 한 결과는 어떨까. 남보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그 또래 아이다운 모습으로 커가고 있다고 한다.
“저희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더라고요. 그림 그리기가 좋다고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하고 검도도 배우고요. 성격 밝고, 사람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건 다 어른들의 욕심이죠.”
안내상은 다작을 하는 배우다. 최근 2년간 그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는 20편이 넘는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부지런히 섭렵한 뒤 더 성숙한 배우의 모습으로 연극판에 돌아가 놀아보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바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우를 진짜 미치게 하는 건 연극이에요. 연극은 관객이 배우를 보는 게 아니라 배우가 근접 거리에서 관객을 관찰하는 거예요. 배우가 울면 관객이 따라 울고, 웃으면 따라 웃는 데서 살아 있다는 짜릿함과 더불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죠. 지금은 그 공간을 떠나 기계처럼 살고 있어요. 제가 찍은 게 방영되는 순간에도 다른 걸 찍느라 그걸 볼 시간이 없어요. 또 연극은 한 번 잘못하면 수정해가면서 점차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는 한 번 찍으면 끝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죠. 가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허무하기도 해요. 드라마와 영화 메커니즘을 두루 익힌 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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