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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로 10년 만에 연극무대 복귀한 이원승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11.13 11:00:00

지난 98년 이탈리아식 피자 전문점을 열고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던 이원승이 10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빠알간 피터의 고백’으로 잘 알려진 모노드라마 ‘이원승이원숭이’에서 서커스단 원숭이로 변신한 그를 만났다.
모노드라마로 10년 만에 연극무대 복귀한 이원승

10년 만에 배우로 돌아온 감회가 남다르다는 이원승. ‘이원승이원숭이’라는 제목은‘이원승=원숭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97년 출연한 연극 ‘불효자는 웁니다’를 끝으로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피자 전문점 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던 개그맨 이원승(47)이 연극배우로 돌아왔다. 올 연말까지 서울 대학로 디마떼오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모노드라마 ‘이원승이원숭이’ 무대에 오르는 것. 고 추송웅 주연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으로 잘 알려진 이 연극은 체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를 원작으로 한 1인극으로, 아프리카 밀림에서 잡혀온 빨간 원숭이 피터가 서커스단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말과 습성을 배워 인간사회에 편입하는 과정을 그린다.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가 객석을 보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제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관객들의 눈을 보면서 ‘배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했죠. 사실 모든 활동을 접고 피자사업에 뛰어든 뒤에도 ‘언젠가는 반드시 무대에 다시 오르겠다’고 저 자신과 약속했어요. 그 약속을 늦게나마 지키게 돼 뿌듯하고요.”
그는 무대를 떠나 있는 동안 피자 전문점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서울 압구정동에 분점을 내며 성공한 사업가로 살아왔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사실 사업을 굉장히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어요. 지난 97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색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KBS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제게 주어진 미션이 이탈리아식 전통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는 거였죠. 7박8일 동안 나폴리에 머물면서 피자 만들기를 체험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에 이탈리아식 피자가 소개되기 전이라 모든 게 신기했어요. 게다가 직접 먹어보니 왜 그리 맛있는지, 피자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죠.”
이후 이원승은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피자 만들기를 배웠고, 지난 98년 서울 대학로에 이탈리아식 피자 전문점을 열었다. 그는 주방에서 직접 피자를 굽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무대와 멀어지게 됐다.
그가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오태석 국립극장 예술감독 덕분이라고 한다. 이원승의 마지막 연극 출연작인 ‘불효자는 웁니다’를 연출했던 오태석씨는 때때로 가게에 찾아와 “연극해야지, 언제까지 화덕에서만 살 거냐”며 그를 채근했다고. 스스로도 무대를 잊지 못하던 이원승은 그럴 때마다 큰 자극을 받았고, 마침내 지난 2002년 피자 전문점 별관을 허물고 소극장을 짓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별관은 인공폭포와 라일락 나무로 꾸며져 있어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어요. 그 자리에 소극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건축비로 들어간 비용과 그 자리를 식당으로 유지했을 때 버는 수익까지 생각하면 10억원 이상의 손실이 생길 테니까요(웃음).”

모노드라마로 10년 만에 연극무대 복귀한 이원승

공연을 위해 하루 8시간씩 대본 읽기와 외발자전거 타기, 저글링 등을 연습했다는 이원승.


그런데도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아내 김경신씨(34)가 “당신이 다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전폭적인 응원을 보내준 덕분이라고. 이원승은 올 초 소극장이 완공되자마자 오태석씨를 찾아가 “다시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오씨는 그 자리에서 이원승의 복귀작 연출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첫 작품을 ‘이원승이원숭이’로 정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추송웅 선생님이 연기하시는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에요. 그 연극에 푹 빠져서 원작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도 수없이 반복해 읽었죠. 사실 젊을 때부터 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원숭이를 닮은 제가 원숭이 연기까지 하면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못했어요(웃음). 이번에는 ‘이왕 다시 시작하는 김에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고요.”
이원승은 “사람들이 원숭이를 닮았다고 놀려 한때는 바나나도 안 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연극을 시작한 뒤로는 수시로 동물원에 가서 원숭이를 관찰한다”며 웃었다.
“제 얼굴을 보면 낮고 둥그스름한 코에 광대뼈 부근까지 털이 나 있는 게 정말 원숭이와 닮았죠?(웃음) 요즘은 행동도 원숭이처럼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공연이 없는 날엔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연극 연습을 하는데, 서커스 장면을 연습하다가 이마가 찢어져서 상처도 크게 났어요. 그만큼 힘들지만 보람도 큽니다.”

아이들이 배우로서의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큰 힘 돼
특히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은 그의 변신을 반갑게 받아들여주는 가족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아내 김씨는 그의 공연을 빠짐없이 챙겨보며 고쳐야 할 부분을 메모해 알려주고, 갓 돌이 지난 막내아들 상구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바쁜 중에도 그가 연극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피자 전문점 일을 거드는 등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고 한다.
“아이들이 배우로서의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큰 힘이 돼요. 중학생인 큰아들 진구는 처음 공연을 본 뒤 제게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세 살배기 둘째 채영이는 ‘나도 크면 아빠처럼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고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래서 이원승은 앞으로 10년 동안 ‘이원승이원숭이’ 공연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관객이 ‘이원승이 진짜 원숭이 같구나~’라고 느낄 때까지, 한 살배기 원숭이가 열 살배기 원숭이가 돼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좀 더 성숙해질 때까지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공연을 위해 분장을 한 이원승은 어느새 빨간 원숭이 피터가 돼 있었다. 코 밑에 하얀 분칠을 하고 꼬리 달린 의상을 입은 채 아슬아슬하게 외발자전거를 타며 비눗방울을 부는 그의 모습에서 연기를 향한 열정이 느껴졌다.

공연일시 ~12월31일 월·금·토·일요일 오후 8시(화·수·목 공연 없음) 장소 서울 대학로 디마떼오홀 소극장 입장료 1만2천원 문의 02-747-4444

여성동아 2007년 11월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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